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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규제해도 어차피 오른다” 中 부동산 광풍, 韓과 판박이

중앙일보 2020.07.21 05:00

"사는 게 진리. 어차피 오른다."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지난 10일 22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그래도 서울 집값은 계속 오르고 있다. 정부가 규제해도 서울 아파트값이 상승할 거란 생각은 시장에선 기대를 넘어 '확신' 수준이다.
 
오히려 정부 대책만 믿고 있으면 앞으로 영영 집을 구할 수 없을 거라는 불안감만 젊은 층에 심어주고 있다. 30대를 중심으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을 해서라도 집을 사려는 움직임이 급증한 이유다. 아파트 청약시장도 과열 양상이다.

이런 움직임 중국도 마찬가지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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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한 최근 상황을 보자. 지난달 중국 광둥성 선전시에선 한 개발 지역에 돈이 몰렸다. 여기에 새로 짓는 아파트 청약 자격을 얻기 위해서였다. 보증금만 1인당 100만 위안(약 1억 7220만 원)이다. 여기에 돈 낸 사람이 9000명이다. 한 아파트 단지 청약 보증금으로만 2조원 가까운 돈이 모인 거다. 선전에선 지난 3월에도 온라인으로 분양했던 아파트 288채가 8분 만에 다 팔렸다.
 
이곳만 그런 게 아니다. 같은 달 장쑤성 쑤저우에서도 400여 채 주택단지가 순식간에 팔려나갔다. 상하이의 아파트 거래량은 4월에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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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럴까. 중국 최대 부동산 중개업소 롄자 소속의 자오원하오가 답을 내놨다. 상하이에서 근무하는 그는 WSJ에 “3월엔 점심 먹을 시간도 없을 정도로 손님이 몰렸다”며 “세계 경기 침체로 위안화 가치가 떨어질 걸 걱정하던 사람이 안전 자산인 부동산을 피난처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발 경기침체 악천후는 부동산으로만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거다.
 
중국도 개혁 개방을 한 지 40여 년이 흘렀다. 그동안 중국인들의 시장 경험도 많이 쌓였다. 직감적으로 아는 불문의 진리도 생겼다. 이는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정부가 경기를 부양해 시장에 돈이 풀리면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다는 사실 말이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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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1분기 중국 전역은 사실상 ‘셧다운’ 상태였다. 전염병 확산은 막았지만, 경제는 고꾸라졌다. 1분기 경제성장률이 -6.8%다.
 
중국 정부는 2분기에 ‘내수 살리기’에 올인했다. 사회기반시설과 부동산에 투자하면서 성장 드라이브를 걸었다. 돈도 대규모로 풀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人民) 은행은 5~6월 최소 2조 6750억 위안(약 450조 4000억 원)을 시중에 공급했다. 2월 이후로 넓히면 인민은행이 푼 돈은 100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다행히 경제는 반등했다. 지난 16일 발표된 2분기 중국 경제성장률은 3.2%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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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부동산은 진리’란 공식이 강화됐다. 집값이 오를 거라는 기대를 갖는 사람들이 늘어난 거다. 미국계 회사에서 일하는 천즈위(37)는 WSJ에 “정부가 돈을 찍으면 미국에서는 증시가 움직이지만, 중국은 ‘절대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다”며 “돈의 흐름에 따라갈 뿐”이라고 말했다.

상하이와 선전의 집값 증가 변화. [사진 WSJ]

상하이와 선전의 집값 증가 변화. [사진 WSJ]

중국도 모든 지역에 돈이 몰리는 게 아니다. 주거환경이 좋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집값이 들썩이는 한국처럼, 중국도 상하이와 선전 등 인프라가 갖춰진 곳에 집 사기 열풍이 불고 있다.

거의 ‘닥치고 사’ 수준이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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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상하이에 집을 구매한 도리스 타오는 “아파트를 방문한 다음 날 곧바로 계약했다. 그래도 다행이라 생각한다”며 “그날 밤 집을 내놨던 분에게 더 좋은 조건으로 현금 계약을 하자는 제안이 왔다. 하마터면 못 살 뻔했다”고 말했다.
 
개인만 이러는 게 아니다. 기업도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었다. 가격 상승의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경제시보(中國經濟時報)에 따르면 핑안(平安), 타이핑양(太平洋)보험 등 은 부동산프로젝트에 전략적투자자로 나서거나 직접 투자를 대거 늘리고 있다. 런바오(人保)생손보사는 최근 50억 위안(약 8600억원)으로 아예 부동산 회사를 차렸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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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정부가 규제를 꺼내 들긴 했다. 선전시는 후커우(戶口·호적) 취득 후 36개월 동안 개인소득세와 사회보험료를 납부해야만 집을 살 수 있도록 했다. 유주택자 주택담보대출 요건도 강화했다. 하지만 폭발적인 주택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 규제 효과는 크지 않을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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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을 잡으려는 중앙정부 의지가 크지 않다는 견해도 많다. 실제로 중국 통계국은 지난 16일 하반기 부동산 추세와 관련해 “상반기에 성장으로 돌아섰지만, 여전히 하락 구간에 머물고 있다.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경제침체를 우려하는 것 같다. 천즈위는 WSJ에 “중국 경제에 타격이 올 것을 우려하는 정부로선 규제를 통해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는 일을 감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버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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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는 중국의 자산 거품이 2000년대 미국 부동산 거품을 이미 넘어섰다고 진단한다. 당시 미국엔 연간 9000억 달러가 부동산 시장에 갔다. 올해 들어 6월까지 중국 부동산 시장에 간 돈만 무려 1조 4000억 달러다. 지난 1분기 중국 가계부채 비율은 57.7%로 지난 201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경제가 'V자'로 반등했지만 사실상 속에서부터 멍들고 있다”고 평가한다. 국가가 억지로 만든 결과라서다.
중국의 가계부채 증가 속도.[사진 WSJ]

중국의 가계부채 증가 속도.[사진 WSJ]

FT는 “코로나 팬데믹 전에도 중국 경제는 대규모 과잉 투자, 중복되는 부동산 프로젝트, 부실 부채 증가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고 진단했다. 정부 주도 투자로 빚의 증가 속도는 더 빨라졌다.

"3.2%는 국가 주도 투자라는 낡은 전략을 부활시키고 미래를 희생시켜 얻은 결과."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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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중국 경제 성장에 대한 FT의 최종 평가다. 중국 정부는 과연 이러한 외부 시선을 불식시키고 안정적인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을까.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사진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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