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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이 상무 멘토 되고, 20대가 신제품 컨펌하는 이통3사

중앙일보 2020.07.21 05:00
LG유플러스의 리버스 멘토링에 참여한 멘토 신윤호(사진 왼쪽)·강서영(오른쪽)씨와 멘티 이희성 상무의 모습. 이들이 17일 서울 중구 을지로의 셀프 사진관에서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LG유플러스 제공]

LG유플러스의 리버스 멘토링에 참여한 멘토 신윤호(사진 왼쪽)·강서영(오른쪽)씨와 멘티 이희성 상무의 모습. 이들이 17일 서울 중구 을지로의 셀프 사진관에서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LG유플러스 제공]

"희성님, 이번엔 가위바위보 콘셉트로 찍어볼까요?"

신입사원 강서영(25)씨의 제안에 이희성(49)씨는 "서영님 아이디어가 좋다"면서 리모콘 형태로 된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렀다. 신윤호(28)씨가 "희성님 표정이 밝아서 사진이 잘 나온다"고 말하자 이 씨가 몇 가지 표정을 더 지어 보였다.

 
지난 17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의 한 셀프사진관. LG유플러스 임직원 세 사람이 사진 찍기에 한창이다. 강씨와 신씨는 입사 1년차 신입사원. 이씨는 경영지원부문 노경·지원담당 상무다. 이들은 LG유플러스가 지난해부터 진행하는 '거꾸로(리버스) 멘토링' 참가자다. 20대 신입사원이 멘토가 돼 50대인 회사 임원을 멘티 삼아 'MZ세대의 모든 것'에 대해 알려주는 프로그램이다.  
 
이날 찾은 셀프 사진관도 멘토인 강 씨가 선택한 장소다. 사진사가 구도와 포즈를 정해 사진을 찍어주는 여느 사진관과 달리, 예약자가 15분 동안 스튜디오를 활보하며 마음 내키는 대로 자신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방식이다.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인스타그램 등 SNS 입소문을 타 유명하지만, 외관에 간판 하나 붙어 있지 않아 찾기가 쉽지 않다. 어렵게 이곳을 찾아온 이 상무는 "라떼는(나 때는) 말이야, 을지로에 신입사원 지원서 인쇄하러 왔었어. 지원서 부족하면 부리나케 달려와서 추가 인쇄했던 곳"이라며 "여기에 사진 찍으러 오게 될 줄 몰랐다"고 웃었다.  
 
사진 촬영을 마치자 두 멘토는 "희성님에게 힙(hip·최신 유행에 밝고 개성 있는)한 카페를 보여주겠다"고 이 상무를 이끌었다. 카페 역시 간판 하나 없고 좁은 계단을 타고 올라가야 해 '아는 사람' 아니면 찾기 힘든 곳이었다. 이 상무는 "을지로 가게들은 고객 서비스 관점에서 보면 굉장히 불친절한 마케팅을 하고 있는데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게 너무 신기하다"고 했다. 그러자 강 씨는 "그게 을지로의 매력"이라면서 "적당히 감춰져 있어 보물찾기하듯 아는 사람들만 아지트처럼 찾아와 놀 수 있는 게 신선하고 재미있다"고 설명했다.

 

LG유플, 신입사원이 임원에 조언하는 '거꾸로 멘토링'

세 사람은 지난 5월 멘토-멘티로 매칭됐다. 첫 만남 때 이 상무가 먼저 "서로를 '○○님'이라 부르자"며 호칭부터 정리했다. 관계를 수평적으로 만들어야 깊이 있는 얘기를 나눌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그간 세 사람은 꼰대 테스트, 세대별 결혼관, 회사 제도에 대한 생각, 20대들의 자기 계발 등에 대해 허심탄회한 얘기를 나눴다.
 이 상무는 "젊은 직원들의 속마음을 몰라 답답할 때가 있었는데 멘토링이 큰 도움이 됐다"면서 "우리 부서 후배들을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 성과"라고 말했다. 리버스 멘토링 프로그램에는 이 상무를 포함해 임원 10명이 멘티로 참여 중이다. 하현회 부회장도 멘티로 참여해 조만간 멘토링 모습을 SNS에 영상으로 공개할 계획이다.  
LG유플 리버스 멘토링의 모습. [LG유플러스 제공]

LG유플 리버스 멘토링의 모습. [LG유플러스 제공]

 
비공식 소통에 방점을 둔 LG유플러스와 달리, SK텔레콤과 KT는 MZ세대를 전면에 내세워 팀을 구성하고 힘을 실어주고 있다. KT는 2030 젊은 세대의 목소리를 기업 문화에 접목하기 위해 평균연령 만 29세인 'Y컬쳐팀'을 출범했다. 팀장을 맡은 김관성(37)씨가 최연장자고, 4명의 팀원은 20대와 30대 초반으로 구성됐다.  
 

만29세 Y컬쳐팀 "KT 소통 물꼬트는 '곰살맞은 딸' 될 것"

Y컬쳐팀의 주요 임무는  KT 경영진과 직원 간 소통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이다. 김 팀장은 "불통을 소통으로 바꾸는 작업을 한다는 데 팀 전체가 굉장히 고무돼 매일 회의를 하며 아이디어를 쏟아낸다"고 말했다. 그는 "윗세대는 젊은 직원들이 자신을 '꼰대'라 폄훼한다고, 젊은 직원들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회사에서 무시하고 받아주지 않을 거라고 지레짐작하고 있지만 실상은 다르다"면서 "직접 만나보니 젊은 세대는 선배들의 경험을 배우고 싶어하고, 선배들은 젊은 사람의 열정을 궁금해하는데 소통이 안 돼 서로 접근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Y컬쳐팀의 역할에 대해 '딱딱한 집안의 곰살맞은 딸'이라고 표현했다. 대화의 물꼬를 트고 각자 에너지와 역량을 분출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다. 김 팀장은 "KT 임직원 2만4000명 중에 MZ세대가 4600명"이라면서 "일단 이들을 직접 만나서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보는 작업을 1차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KT Y컬쳐팀의 회의 모습. 평균 연령 만 29세로, 사내 소통 프로그램 기획을 맡았다. [KT 제공]

KT Y컬쳐팀의 회의 모습. 평균 연령 만 29세로, 사내 소통 프로그램 기획을 맡았다. [KT 제공]

모든 서비스 출시 최종 컨펌, 2030 주니어보드 손에

SK텔레콤은 모든 상품과 서비스 출시 전에 젊은 직원의 의견을 반영하기로 하고 지난 16일 주니어 보드를 발족했다. 만 24~37세 신입사원 38명으로 구성됐고 최대 3년까지 활동할 수 있다. 주니어보드는 지난달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박정호 대표가 직접 제안했다. 당시 박 대표는 "서비스 소비자는 MZ세대인데 왜 우리(기성세대)가 결정하나. 주니어보드가 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라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니어보드에 참여한 김성원 SK텔레콤 매니저는 "기존에는 시장 경쟁력이나 경영상 손익 등을 기준으로 서비스를 검토했다면, 주니어보드에서는 젊은 직원들의 사용 경험을 토대로 좀 더 직관적인 검토가 이뤄질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통 3사가 신입직원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방향으로 소통 방식을 바꾼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기존에도 기업들이 사내 소통을 강화하고 경직된 조직문화를 혁신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성과는 미미했다"면서 "'한 달에 한 번 임원과 조찬 모임' 식으로 윗사람에게 편리한 대로 일방적으로 진행했기 때문"이라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이통사의 변화는 젊은 직원에게 권한과 기회를 주는 방식이라 의미 있다"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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