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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부여 투표지가 왜 시흥 고물상서 나와? 선관위 "모른다"

중앙일보 2020.07.21 05:00
 4·15 총선 당시 충남 공주-부여-청양 지역구의 사전투표용지 1장이 경기 시흥시의 한 폐지 야적장에서 발견됐다. 이 사전투표용지의 ‘QR코드’에는 투표지 일련번호가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시민들은 이 투표용지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버린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중앙선관위는 “투표용지를 제작한 적이 없다”고 반박해 투표용지 유출 경위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4일 경기 시흥 한 고물상서 투표지 등 발견
선거감시단 "중앙선관위서 나온 폐기물에서 찾아"
충남 부여 지역 투표지, QR코드서 일련번호 나타나
선거감시단 "부여에 있을 투표지 왜 시흥서 나오나"
중앙선관위 "투표지 제작 안해, 유출될 일도 없다"

경기 시흥의 한 고물상에서 발견된 충남 공주·부여·청양지역구의 사전 투표용지. QR코드에는 일련번호(5642)가 등장한다. [사진 공명선거감시단]

경기 시흥의 한 고물상에서 발견된 충남 공주·부여·청양지역구의 사전 투표용지. QR코드에는 일련번호(5642)가 등장한다. [사진 공명선거감시단]

 
 서울·경기 지역 주민 100여명으로 구성된 공명선거감시단(선거감시단)에서 활동 중인 A씨는 20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지난 7월 4일 오후 2시쯤 중앙선관위에서 빠져나온 5톤 트럭이 경기 시흥시에 있는 한 고물상으로 향했다”며 “이 트럭에서 내려놓은 폐지 등을 확인한 결과 다량의 파쇄된 투표용지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각종 문서가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A씨는 “트럭에 있던 폐지는 선거감시단원들이 5만원에 사들여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선거감시단은 지난 4월 말부터 지금까지 중앙선관위 정문 근처에 텐트를 치고 농성중이다.

경기 시흥의 한 고물상에서 발견된 모형 투표용지. 모형 투표용지에는 '백두산'등 가명이 적혀있다. [사진 공명선거감시단]

경기 시흥의 한 고물상에서 발견된 모형 투표용지. 모형 투표용지에는 '백두산'등 가명이 적혀있다. [사진 공명선거감시단]

 
 이들이 발견한 투표용지에는 충남 공주-부여-청양 지역구의 사전투표용지 1장과 모형 투표용지 몇장이 있었다. 공주-부여-청양 지역구 사전투표용지는 가운데 부분이 찢긴 상태였다. 이 투표용지에는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미래통합당 정진석, 민생당 전홍기, 국가혁명배당금당 이홍식, 무소속 김근태·정연상 등 후보 6명의 이름이 적혀 있다. 이들은 지난 4·15 총선에서 실제 입후보했다. 투표용지 후보자에 기표는 안 된 상태다.
 
 이 투표용지 하단 오른쪽에는 QR코드가 인쇄돼 있다. QR코드를 스캔한 결과 31개의 숫자(202004150002 02440202 4414 0005642)가 나타났다. 중앙선관위가 지난 5월 3일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 숫자 가운데 앞의 12자리는 선거 명(국회의원 선거 등)이고 다음 8자리는 선거구명, 이어 주소지 관할 구·시·군선관위명(4자리), 마지막 7자리는 일련번호이다. 하단 왼쪽에는 사전투표 관리관 도장이 찍혀 있다. 도장 속 인물은 ‘김준오’이며, 중앙선관위 직원으로 추정된다는 게 선거감시단의 주장이다. 나머지 모형 투표용지 2~3개는 QR코드 일련번호가 공통으로 ‘0000001’로 끝났다.  
 
 이와 함께 이들이 수거한 폐지에서는 ‘선거법 위반행위 조사결과 보고서’라는 제목의 문건도 나왔다. 5페이지에 달하는 이 문건의 수신인은 조사1과장, 발신인은 서울시 지도과장이다. 사건 개요와 확인 내용, 위법 여부 검토 등의 순으로 서류가 작성됐다. 서류작성일은 지난 5월 7일이다.  
대전시 서구 둔산동 갤러리아타임월드 백화점 앞에서 시민들이 "부정선거 의혹을 해명하라"며 시위하고 있다. 김방현 기자

대전시 서구 둔산동 갤러리아타임월드 백화점 앞에서 시민들이 "부정선거 의혹을 해명하라"며 시위하고 있다. 김방현 기자

 
 사전투표는 전국의 사전투표소를 통신망으로 연결해 선거인 명부를 하나로 통합 운영한다. 투표용지 발급기를 이용해 사전투표소가 설치된 곳 전국 어디에서나 선거인에게 해당 선거구의 투표용지를 현장에서 발급·교부한다. 투표가 끝나면 모든 투표지는 개표소로 보낸다. 공직선거법 186조에 따르면 개표가 끝난 투표용지는 해당 지역 선관위에서 보관한다. 이후 후보자 등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일정 기간이 지난 다음에는 폐기할 수 있다.  
 
 이 투표용지에 대해 A씨는 “충남 부여 지역구 사전선거 투표용지가 중앙선관위가 버린 폐기물에서 나온 게 이해되지 않는다”며 “과거 선거와 달리 이번 총선의 개표 과정에 석연치 않은 장면이 너무 많다”고 주장했다. 4·15 부정선거 진상규명변호사연대 유승수 변호사는 “부여 지역구 사전투표용지가 전혀 엉뚱한 곳에서 발견된 것을 볼 때 투표용지가 위조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며 “만약 위조 투표지를 실제 투표에 사용했다면 범죄 행위(투표증감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중앙선관위에서는 실제 사용하는 투표용지를 만들지 않기 때문에 투표용지가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은 없다”며 “투표 전에 투표지분류기 시연 등을 위해 모의 투표용지는 만든다”고 했다. 
지난 4월 15일 충남 부여군 부여읍 유스호스텔에서 개표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일부 참관인이 개표결과에 이의를 제기하자 개표 종사원들이 개표를 중단한 채 모여있다. [사진 독자제공]

지난 4월 15일 충남 부여군 부여읍 유스호스텔에서 개표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일부 참관인이 개표결과에 이의를 제기하자 개표 종사원들이 개표를 중단한 채 모여있다. [사진 독자제공]

 
 이 관계자는 “모의투표용지에는 입후보자 이름을 ‘백두산’ ‘홍길동’처럼 가명을 적거나 투표용지에 ‘모형’ ‘시험운영’ 등의 문구를 적어 놓는다”며 “투표용지 도장 속에 등장하는 ‘김준오’씨가 중앙선관위에 근무하는지는 확인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투표소에서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지 않고 들고 가서 페이스북 등에 올렸다가 처벌받거나 지역구 투표지를 비례대표 투표함에 넣는 등 엉뚱한 투표함에 넣는 사람도 있다”고 덧붙였다. 부여군 선관위 관계자는 “그런 건 전혀 알지 못하며 노 코멘트”라며 “중앙선관위에 문의해 보라”고 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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