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설영 도쿄 특파원
전통적으로 아시아 정보의 중심지는 일본 도쿄였다. 사람이 모이고 정보가 모이는 곳이었다. 많은 언론사들이 도쿄를 거점으로 서울, 평양, 베이징을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을 취재해왔다. 그런데 뉴욕타임스가 그 거점을 도쿄가 아닌 서울로 택했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최근 외무성에는 외국 언론사로부터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고 한다. 입국 금지를 언제쯤 풀 것인지, 취재 비자는 언제부터 다시 내줄 수 있는지를 묻는 것이다. 얼마 전 만난 유럽계 한 언론사 기자는 “일본으로 재입국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어서 외국으로 나갈 수 없다”며 답답해했다.
재난을 극복하는 데 있어서 침착하고 의연하게 대응하는 일본 국민들은 언제나 존경스럽다. 하지만 현실의 범위를 뛰어넘는 일은 잘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질감을 느낄 때가 있다. 신문에도 자주 등장하는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하자”는 표어가 그렇다.

글로벌아이 7/21
일본의 코로나19 사태에서도 그 폐해가 드러났다. 검사 능력이 따라오지 못하자, 정부는 검사를 받을 수 있는 매뉴얼을 아주 깐깐하게 만들었다. 해야할 일(검사량을 늘리는 일)보다는 할 수 있는 일(검사를 안받도록 하는 일)에 매달렸다. 그러다가 검사도 못 받고 사망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매뉴얼은 사라졌지만 현장에선 아직도 검사가 제대로 안 되고 있다. 이달 초 도쿄 신주쿠의 한 소극장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 방역당국은 관객 등 850여명에 대해 검사를 실시한다고 했지만, 아직 결과는 듣지 못했다. 한 관객은 “지금 예약해도 2주 뒤에 검사를 받을 수 있다”는 답을 보건소에서 들었다고 한다. 지금도 도쿄의 신규 확진자 중 60%는 어디서 감염됐는지 모른다.
일본 정부도 노력은 하고 있다. 하지만 할 수 있는 일보다 해야 하는 일에 지금보다 더 속도를 내야 할 때다.
윤설영 도쿄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