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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북한 편향을 우려한다

중앙일보 2020.07.21 00:04 종합 30면 지면보기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지나친 북한 편향이 논란이다. 이 후보자는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북한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가 어렵다는 취지를 밝혔다.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서면질의에 대한 답변에서다. 어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따르면 북한의 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한 정부의 대북 손해배상 청구와 관련해 이 후보자는 “남북관계의 특수성상 손해배상 청구 등 사법절차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연락사무소는 우리 정부가 국민 세금으로 170억원을 들여 지은 시설이다. 이 후보자는 나아가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북한의 불법행위에도 면죄부를 줬다. 폭파 원인이 탈북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때문이라는 것이다. 통일부는 대북전단을 날린 탈북단체의 법인 자격을 취소해 국제적으로 “한국이 민주주의 국가가 맞느냐”는 비난을 받고 있다. 앞으로 북한이 금강산 관광시설을 파괴하면 ‘사업이 안 돼서’라고 얘기할 건가. 그가 북한 대변인이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인영 “연락사무소 폭파 대북 배상청구 곤란”
한·미 연합훈련은 긴장 완화 위해 축소 시사

북한의 연락사무소 폭파 소송은 이 후보의 발언과 상관없이 진행 중이다. 폭파를 주도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등이 서울중앙지검에 지난 8일 고발됐다. 따라서 이 후보자는 ‘우리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자’고 말하는 게 타당하다. 북한의 다른 불법행위에 대한 배상 판례도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7일 한국전쟁 때 북한에 끌려가 강제노역한 국군포로가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김정은 등은 국군포로에게 2100만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미국도 북한에 억류됐다 귀환한 뒤 사망한 오토 웜비어 가족에게 5억 달러를 북한이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판결에 따라 북한의 해외 재산을 압류 중이다. 손해배상 청구는 그 실현 여부를 떠나 북한의 경거망동을 경고하고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이 후보자는 오는 8월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과 관련해 “코로나19 등을 고려해 전략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훈련 축소를 시사했다. 연합훈련이 한반도 긴장 요인이어서 관리해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이 후보자는 ‘전시작전권 전환’‘북·미 대화’까지 언급했다. 이 후보자의 말은 앞뒤가 한참 바뀌었다. 한반도 긴장완화가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는 게 사실이지만, 지금의 남북관계 교착은 북한 핵과 미사일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국방부는 북한 도발 대비에, 외교부는 북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는 게 임무다. 특히 트럼프 정부에서 주한미군 철수 얘기가 계속 흘러나오는 등 비상한 시기다. 하지만 이 후보자는 엄중한 한반도 안보 현실은 도외시하고 북한 편들기를 하는 게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국회는 이 후보자가 대한민국의 통일부 장관이 될 수 있는지 철저한 검증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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