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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부국 UAE “석유시대 이후 대비” 화성탐사선 쐈다

중앙일보 2020.07.21 00:02 종합 2면 지면보기
20일 오전 일본 남서부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 아랍에미리트(UAE)의 화성탐사선 아말호가 미쓰비시중공업의 H2-A로켓에 실려 발사됐다. 내년 2월 화성 궤도에 도착한다. [로이터=연합뉴스]

20일 오전 일본 남서부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 아랍에미리트(UAE)의 화성탐사선 아말호가 미쓰비시중공업의 H2-A로켓에 실려 발사됐다. 내년 2월 화성 궤도에 도착한다. [로이터=연합뉴스]

인구 960만 사막 국가의 꿈이 우주로 날아올랐다. 아랍에미리트(UAE)의 무인 화성 탐사선 ‘아말(Amal)’호가 20일 오전 6시58분 일본 규슈(九州) 다네가시마(種子島) 우주센터에서 미쓰비시중공업의 H2-A로켓에 실려 발사됐다. 아랍어로 ‘희망’이란 뜻의 ‘아말’호는 중동 국가 최초로 개발한 화성 탐사선이다. 전 세계적으로는 미국·유럽연합(EU)·러시아·중국·인도·일본에 이어 일곱째다.
 

우주청 설립 6년만에 중동 첫 성공
‘화성 정착촌’ 사막국가의 꿈 시동
33세 여성 과기부 장관이 지휘
37세 한국 유학파가 프로젝트 총괄

무게가 1350㎏인 아말은 발사 후 7개월 동안 시속 12만㎞로 4억9350만㎞의 거리를 날아 내년 2월 화성 궤도에 도착한다. 2021년은 UAE 건국 50주년이다. 아말은 화성 궤도 진입 후 지구 상공의 인공위성처럼 55시간마다 한 번씩 화성을 돌며 화성의 1년인 687일 동안 대기 관측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이안 블래치포드 영국 과학박물관장은 영국 BBC에 “기존의 화성 탐사 임무들이 대부분 지질학에 초점을 맞췄지만 아말은 화성 기후와 관련해 가장 포괄적이고 전체적인 그림을 제공할 것”이라고 평했다.
 
고해상도 카메라로는 행성의 먼지와 오존을, 적외선 분광계로 대기 하층부를 관측한다. 자외선 분광계는 산소와 수소 농도를 측정한다. UAE의 화성 탐사선 개발에는 콜로라도대 등 미국 대학들이 함께했다.
 
화성 궤도를 돌게 될 아말호의 모습. [로이터·AP=연합뉴스]

화성 궤도를 돌게 될 아말호의 모습. [로이터·AP=연합뉴스]

UAE는 1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로켓은 물론 위성기술도 없었다. 2010년 각료회의에서 세계 일류 국가를 만들어 가기 위한 비전 2021을 발표하면서 7개 부문의 ‘국가혁신전략’에 우주를 집어넣었다. 화석 연료 이후 시대를 대비한 투자다. 위성 개발 착수와 함께 2014년 우주청까지 설립했다. 건국 50주년인 2021년 화성 무인탐사 계획과 1세기 뒤인 2117년 화성에 인류가 사는 정착촌을 건설하겠다는 ‘화성 2117 프로젝트’도 세웠다. 지난해 9월에는 아랍권 최초로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우주인 세 명을 보내기도 했다. 한국은 2008년 국내 최초로 ISS에 올라간 이소연 박사 이후 우주인 육성 계획을 포기한 바 있다.
 
우주 토목기술 전문가인 이태식 한양대 특훈교수는 “중동 부국이 석유시대 이후를 준비하고, 일본은 로켓 기술을 개발해 타국 위성 발사를 대신해 주는 새로운 우주시대가 열리고 있다”며 “한국은 어떤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지 심각히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사라 빈트유시프 알 아미리(左), 옴란 샤라프(右)

사라 빈트유시프 알 아미리(左), 옴란 샤라프(右)

UAE의 화성 탐사는 역사만큼 프로젝트를 주도한 사람도 젊다. 프로젝트를 지휘한 첨단과학기술부 장관은 올해 33세의 컴퓨터공학자 사라 빈트유시프 알 아미리다. 여성의 사회 참여가 상대적으로 제한된 아랍 국가의 여성 장관이라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AP 등 외신에 따르면 그는 “내가 화성 탐사까지 이끌게 될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2017년 두바이에서 열린 TEDx 강연회에서 “12세 때 본 안드로메다 은하 사진이 우주에 대해 탐구하도록 하는 원동력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UAE는 전통적 성 고정관념을 탈피해 여성 인력을 과감히 채용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여성 인력 비중은 34%로 UAE의 평균 여성 인력 비율인 28%보다 높다.
 
프로젝트 총괄 책임자는 올해 37세인 옴란 샤라프다. 샤라프는 7년간 한국에 머무르면서 국내 위성 제작 기업 쎄트렉아이에서 위성기술 이전에 참여했고, KAIST에서 과학기술정책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한국통이기도 하다.
 
샤라프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UAE는 석유시대 이후의 미래를 준비하는 지식기반 경제를 만들고자 하는 목적이 있다”며 “아랍의 청년들이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도전정신을 가질 수 있도록 꿈과 미래를 심어주기 위한 계기도 필요했다”고 말했다.
 
최준호 과학·미래 전문기자, 임선영 기자 joo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