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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닭갈비와 뭔 연관 있죠" 김경수측 당황케한 판사 질문

중앙일보 2020.07.20 16:59
'댓글 조작 공모'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20일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댓글 조작 공모'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20일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경수(53) 경남도지사의 항소심 재판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닭갈비 식사’를 두고 특검과 김 지사 측의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대체 닭갈비가 뭐기에 서울고법 형사2부 함상훈 재판장은 20일 “김 지사가 (사무실에) 오는 건 오는 거고, (닭갈비) 식사와 연결이 되느냐”고 물은 것일까.  

항소심 9월 마무리, 11월 중 결과 나올 수도

 

닭갈비 포장이냐, 식당 식사냐에 달린 ‘알리바이’  

특검은 2016년 11월 9일 김 지사가 ‘드루킹’ 김동원씨가 이끈 ‘경제적 공진화 모임’의 경기도 파주 사무실을 찾아 댓글 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 시연을 본 뒤 개발을 승인해 댓글 조작에 가담했다고 본다.  
 
김 지사 측도 이날 파주 사무실에 간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김 지사가 경공모 회원들과 닭갈비를 먹어 시연회를 보는 게 시간상 불가능하다고 맞서고 있다.  
 
김 지사 측은 닭갈비를 포장해 함께 먹었다고 주장하고, 특검은 김 지사가 늦어 경공모 회원들만 식당에서 식사했다는 입장이다. 일종의 ‘알리바이’ 다툼이다.  
 
김 지사 측은 지난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닭갈빗집 사장의 진술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는 영수증을 토대로 “닭갈비를 23인분 정도 포장해간 것이 맞다”고 말했다.  
 

재판부 “닭갈비 포장과 김경수 식사의 연관성 있나”

김 지사 측 변호인은 20일 재판에서 “11월 9일 식사와 관련해 특검과 경공모의 진술이 얼마나 오락가락하고 작위적 허위 주장인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재판부는 “근데 사간 게 맞는다는 거지, 김 지사가 이날 경공모 사무실에서 식사했다는 건 필연적인 결과는 아닌 것 같다”고 질문을 던졌다. 닭갈비 포장을 인정하더라도, 김 지사가 닭갈비를 먹느라 킹크랩 시연을 보지 못했다는 것까지 연결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김 지사의 변호인은 당황한 듯 “그렇다. 김 지사의 기억이 분명하지 않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김 지사의 기억이 그렇다는 거고 객관적 정황상 식사한 게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드루킹 김씨가 “20인분 준비하라”고 한 것과 5시 53분에 23인분 정도의 닭갈비가 결제됐다는 건 김 지사가 오고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정황이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오는 거야 오는 거겠지만. 식사했다는 게 과연 바로 연결이 되느냐”고 재차 물었고, 김 지사 측은 “연결되는 건 아니다”고 인정했다. 
 
반면 특검은 이와 관련 “23인분을 가져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고 15인분을 가져왔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당시 같이 먹기 위해 준비는 했던 것으로 추정은 되지만 늦게 오는 바람에 그걸 경공모 회원들만 먹었던 게 아닌가 추정된다”고 말해 김 지사 측에 반박의 여지를 열어줬다. 그동안의 주장과 달리 닭갈비 포장을 인정하는 취지의 발언이기 때문이다. 김 지사 측은 “특검에서 하나하나 증거로 입증해야 할 텐데 어떤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 “우리 노력 물거품 될 수 있다”

또 이날 재판에서는 ‘역작업’에 관한 이야기도 다뤄졌다. 경공모 회원들이 문재인 당시 대선후보에 우호적인 댓글에 비공감을 누르거나, 반대로 문 후보 지지자들에 대한 비판적 댓글에 공감을 클릭한 부분이 검찰 공소사실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 지사 측은 “김 지사와 드루킹 김씨가 공모 의사가 없었음을 알 수 있다”며 “김씨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댓글 작업 조사를 지시했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특검은 “역작업은 1%에 미치지 못하며 일부는 실수한 부분도 있다”고 맞섰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전수조사를 요구했다. 재판부는 “굉장히 의미가 있다 생각해 심도 있게 검토할 예정”이라며 “대법원에서 견해가 달라 이 부분이 심리가 되지 않았다며 (파기환송 된다면) 저희의 노력이 전부 물거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9월 3일까지는 재판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이날 특검의 구형이 이뤄진다면 김 지사의 항소심 선고는 11월 중 나올 것으로 보인다.  
 
김 지사는 지난 1월 1심에서 댓글조작 혐의에는 징역 2년을, 센다이 총영사를 제안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현재는 보석 상태로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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