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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 27명도 한번 못본 조선왕조실록, 당신은 볼 수 있다

중앙일보 2020.07.20 12:09

새로 지정 국보·보물 83건 196점 한자리
6.25 이후 종적 감춘 실록 포함해 선봬
국립중앙박물관 '새 보물 납시었네' 전시
간송미술관 소장 22건 대여 '역대급 규모'

문화재청과 국립중앙박물관 공동 주최로 20일 언론에 공개한 특별전 ‘새 보물 납시었네, 신국보보물전 2017-2019’에서 참석자들이 특별 공간에 나란히 배치된 심사정의 '촉잔도권'과 이인문의 '강산무진도'를 둘러보고 있다. 지난 3년 간 새로 지정된 국보?보물 83건 196점이 한자리에 모인 전시회로 국보·보물 규모로 사상 최대다. [뉴스1]

문화재청과 국립중앙박물관 공동 주최로 20일 언론에 공개한 특별전 ‘새 보물 납시었네, 신국보보물전 2017-2019’에서 참석자들이 특별 공간에 나란히 배치된 심사정의 '촉잔도권'과 이인문의 '강산무진도'를 둘러보고 있다. 지난 3년 간 새로 지정된 국보?보물 83건 196점이 한자리에 모인 전시회로 국보·보물 규모로 사상 최대다. [뉴스1]

“이제 《태종실록(太宗實錄)》을 춘추관(春秋館)에서 이미 그 편찬을 마쳤으니, 내가 이를 한번 보려고 하는데 어떤가."
 하니, 우의정 맹사성(孟思誠)·제학 윤회(尹淮)·동지총제 신장(申檣) 등이 아뢰기를,  
 "(전략) 전하께서 만일 이를 보신다면 후세의 임금이 반드시 이를 본받아서 고칠 것이며, 사관(史官)도 또한 군왕이 볼 것을 의심하여 그 사실을 반드시 다 기록하지 않을 것이니 어찌 후세에 그 진실함을 전하겠습니까."
 하매, 임금이 말하기를, "그럴 것이다." 하였다.  
-- 〈세종실록 51권, 세종 13년(1431년) 3월 20일〉
 
조선조 500년간 임금도 들춰보지 못했던 조선왕조실록을 포함한 국보·보물 83건 196점이 한자리에 모였다. 사상 최대 규모다. 문화재청·국립중앙박물관 공동 주최로 20일 언론에 공개한 특별전 ‘새 보물 납시었네, 신국보보물전 2017-2019’이다. 2017~2019년 3년 간 새로 지정된 157건 중 이동이 어려운 건축물·석불을 뺀 나머지의 ‘전입 신고’ 격이다(국보 12건 27점, 보물 71건 169점). 기관·개인·사찰 등 대여한 곳만 총 34곳에 이른다.  
 
하나같이 귀한 유물들이지만 특히 눈여겨 볼 게 광해군일기·정조실록 등이 포함된 『조선왕조실록』 9점이다. 1973년 국보 151호로 첫 지정될 당시 누락됐던 판본이 지난해 추가로 지정되면서 이번 전시에 포함됐다. 특히 어람용(御覽用)이었던 ‘봉모당본’은 이번에 처음으로 일반 공개된다. 봉모당본은 선대 왕이나 왕비의 행장(죽은 이의 간략한 행적)을 기록한 것으로, 일종의 부록이었다. 일반 실록이 치자색을 물들인 일반 한지 표지라면 임금만 볼 수 있던 봉모당본은 푸른 비단을 둘러 자태부터 귀하다.  
 

임금만 볼 수 있던 '봉모당본' 첫선

문화재청 황정연 학예연구사는 “실록이나 사초는 사관 외에는 볼 수 없다는 원칙이 조선 내내 지켜졌지만 18세기 들어 임금이 볼 수 있게 공식 행장만 별도 편찬한 게 봉모당본”이라고 설명했다. 영조, 정조, 철종, 헌종, 순조실록에 한해 전해지는데 이번 전시엔 정조실록 부록이 선보인다. 실록 편찬 당시 세초(洗草, 초고를 물에 씻어 없앰) 과정을 상상할 수 있게 한 ‘미디어테이블’을 곁들여 이해를 돕는다.
20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새 보물 납시었네, 신국보보물전 2017-2019’ 개막식에서 참석자들이 조선왕조실록 전시물을 관람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새로 지정된 국보와 보물 157건 중 건축 문화재와 중량이 무거운 문화재 등을 제외한 83건 196점(국보 12건 27점, 보물 71건 169점)을 공개하는 자리로, 국보와 보물 공개 전시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뉴스1]

20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새 보물 납시었네, 신국보보물전 2017-2019’ 개막식에서 참석자들이 조선왕조실록 전시물을 관람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새로 지정된 국보와 보물 157건 중 건축 문화재와 중량이 무거운 문화재 등을 제외한 83건 196점(국보 12건 27점, 보물 71건 169점)을 공개하는 자리로, 국보와 보물 공개 전시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뉴스1]

문화재청이 국립중앙박물관과 함께 '새 보물 납시었네-新(신)국보보물전 2017~2019'를 오는 22일부터 9월 27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한다고 20일 밝혔다. 사진은 국보 320호 월인천강지곡 권상. [사진 문화재청]

문화재청이 국립중앙박물관과 함께 '새 보물 납시었네-新(신)국보보물전 2017~2019'를 오는 22일부터 9월 27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한다고 20일 밝혔다. 사진은 국보 320호 월인천강지곡 권상. [사진 문화재청]

 
현재 국보로 지정된 실록은 총 2219책. 199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도 등재됐다. 태조부터 철종까지 472년(1392~1863)의 역사를 편년식(연월일 순)으로 정리한 실록은 임진왜란 후엔 4대 사고(史庫)인 정족산·오대산·적상산·태백산에 보관돼왔다. 일제강점기 때 적상산 사고본과 오대산 사고본 일부가 창덕궁 장서각으로 이관됐는데, 해방과 6·25 전쟁을 거치면서 월북 학자 및 북한군이 장서각 소장본을 다수 반출해갔다. 북한은 이를 바탕으로 1970년대 『리조실록』을 선보였다. 때문에 1973년 국보 지정 땐 정족산(1187책)과 태백산(848책) 사고본이 중심이었고 오대산본은 일부만 포함됐다. 그러다 2017년부터 2년 간 고서 소재지를 샅샅이 조사한 결과 일부가 서울대 규장각 등에서 극적으로 발견되면서 현재의 위용을 갖췄다.  
 

가로 8m 산수화 2점, 사상 첫 나란히  

국보 327호로 지정된 부여 왕흥사지 출토 사리기.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국보 327호로 지정된 부여 왕흥사지 출토 사리기.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또 주목할 것은 간송미술재단 소장유물 22건이다. 특히 보물 제1986호 심사정의 ‘촉잔도권’은 이제껏 간송미술관 외부에서 공개된 적 없는 대작(가로 약 8m)이다. 김홍도와 함께 조선후기 대표화가로 꼽히는 심사정(1707~1769)이 역동적인 필법과 아름다운 채색으로 중국의 관중에서 사천으로 가는 험난한 길인 촉도(蜀道)를 묘사했다. 1936년 간송 전형필(1906~1962)이 5000원을 주고 작품을 구입해 일본에서 6000원을 들여 복원했다. 당시 서울의 큰 기와집 한 채 값이 1000원 할 때다.  
 
이번 전시에선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이인문의 ‘강산무진도’(보물 제2029호)와 나란히 배치됐다. 이인문(1745~1824 이후)이 심사정의 영향을 받아 제작한 가로 폭 8.5m에 이르는 산수화로 460여명에 이르는 인물들까지 담아 일종의 풍속화 역할도 한다. 두 작품이 한 공간에서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산무진도’의 세부를 잘 볼 수 있게 가로 35m, 높이 3.5m 대형 벽에 디지털 스캔으로 이를 재현한 것도 볼거리다. 다만 ‘촉잔도권’의 경우 8월12일 이후엔 영인본 전시로 대체될 예정이다.
 
이밖에도 정선이 금강산 1만2000봉을 그린 ‘풍악내산총람도’(보물 1951호), 김홍도의 ‘마상청앵도’(보물 제1970호), 신윤복의 ‘미인도’(보물 제1973호, 8월12일부터 전시) 등도 일제히 나들이했다. 새 보물 지정 기념이라곤 하지만 간송 측이 유물을 이 같은 규모로 외부에 내준 것은 처음이다. 간송미술관 관계자는 “현재 수장고 신축공사가 진행 중인데다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올해 정기전시회는 없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가 당분간 간송 유물을 접할 유일한 기회란 얘기다. 다만 유물들이 3주 단위로 번갈아 전시돼 교체 시점(8월 12일, 9월4일)을 체크해서 관람해야 한다.
 
문화재청이 국립중앙박물관과 함께 '새 보물 납시었네-新(신)국보보물전 2017~2019'를 오는 22일부터 9월 27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한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새로 지정된 국보와 보물 157건 중 건축 문화재와 중량이 무거운 문화재 등을 제외한 83건 196점(국보 12건 27점, 보물 71건 169점)을 공개하는 자리로, 국보와 보물 공개 전시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문화재 대여 기관만도 총 34곳에 달하며 온라인 전시도 병행한다. 사진은 이번에 전시되는 신윤복 필 미인도. [국립중앙박물관 ]

문화재청이 국립중앙박물관과 함께 '새 보물 납시었네-新(신)국보보물전 2017~2019'를 오는 22일부터 9월 27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한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새로 지정된 국보와 보물 157건 중 건축 문화재와 중량이 무거운 문화재 등을 제외한 83건 196점(국보 12건 27점, 보물 71건 169점)을 공개하는 자리로, 국보와 보물 공개 전시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문화재 대여 기관만도 총 34곳에 달하며 온라인 전시도 병행한다. 사진은 이번에 전시되는 신윤복 필 미인도. [국립중앙박물관 ]

간송 '미인도' 등 교체 전시…예약 관람 필수

문화재청?국립중앙박물관 공동 주최로 20일 언론에 공개한 특별전 ‘새 보물 납시었네, 신국보보물전 2017-2019’에서 참석자들이 '삼공불환도'를 바라보고 있다. 지난 3년 간 새로 지정된 국보?보물 83건 196점이 한자리에 모인 전시회로 국보?보물 규모로 사상 최대다. [사진 문화재청]

문화재청?국립중앙박물관 공동 주최로 20일 언론에 공개한 특별전 ‘새 보물 납시었네, 신국보보물전 2017-2019’에서 참석자들이 '삼공불환도'를 바라보고 있다. 지난 3년 간 새로 지정된 국보?보물 83건 196점이 한자리에 모인 전시회로 국보?보물 규모로 사상 최대다. [사진 문화재청]

20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새 보물 납시었네, 신국보보물전 2017-2019’ 개막식에서 참석자들이 '김정희 필 대팽고회'(보물 1978호)를 관람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새로 지정된 국보와 보물 157건 중 건축 문화재와 중량이 무거운 문화재 등을 제외한 83건 196점(국보 12건 27점, 보물 71건 169점)을 공개하는 자리로, 국보와 보물 공개 전시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오는 21일부터 9월 27일까지 열린다. [뉴스1]

20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새 보물 납시었네, 신국보보물전 2017-2019’ 개막식에서 참석자들이 '김정희 필 대팽고회'(보물 1978호)를 관람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새로 지정된 국보와 보물 157건 중 건축 문화재와 중량이 무거운 문화재 등을 제외한 83건 196점(국보 12건 27점, 보물 71건 169점)을 공개하는 자리로, 국보와 보물 공개 전시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오는 21일부터 9월 27일까지 열린다. [뉴스1]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두 번 연기됐다가 개막을 맞은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은 “2017년 새 보물 전시회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인데, 규모로는 역대급”이라고 강조했다. 정재숙 문화재청장도 “일부 유물이 교체되므로 두 번은 봐야할 정도로 귀한 기회”라고 말했다. 강경남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사는 “2018년 ‘대고려전’의 경우 300여건의 유물이 공개됐지만 그 중 국보·보물은 10여건에 불과했다. 이처럼 개인·사찰 소장의 국보·보물까지 한데 모으는 일은 흔치 않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역사를 지키다 ^예술을 펼치다 ^염원을 담다 등 총 3부로 구성됐다. 새 국보로 승격된 『삼국사기』(국보 322-1호) 『삼국유사』권 1~2(국보 306-3호)를 시작으로 가장 오래된 사리장엄구인 ‘부여 왕흥사지 출토 사리기’(국보 제327호,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소장), 고려 초기의 청자 제작을 보여주는 ‘청자‘순화4년’명 항아리‘(국보 제326호, 이화여대 소장) 등 다채로운 유물을 만날 수 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 예약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휴관일 없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2시간 단위로 200명 제한한다. 오는 22일부터 9월27일까지.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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