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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곤 소설속 C누나의 울분 "출판사, 사생활 무단인용 묵살"

중앙일보 2020.07.20 06:00

“출판업계가 옆에 있었기 때문에 김봉곤씨가 그렇게 나올 수 있었던 거죠.”

 
최근 벌어진 ‘김봉곤 사태’로 피해를 보았다는 A씨가 18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한 얘기다. 퀴어(성 소수자) 서사로 문단의 주목을 받아온 김봉곤 작가는 지난해 문예지 ‘문학과 사회’ 여름호에 발표한 단편소설 ‘그런 생활’에 지인 여성 A씨와 모바일 메신저로 나눈 성적 대화 내용을 동의 없이 그대로 인용해 논란에 휩싸였다. A씨는 해당 소설에 등장한 ‘C누나’다. 김 작가는 이 소설로 올해 1월 출판사 문학동네가 주관하는 ‘제11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지난 5월 서울 마포구 창작과비평사 사옥에서 포즈를 취한 김봉곤 작가. 김성룡 기자

지난 5월 서울 마포구 창작과비평사 사옥에서 포즈를 취한 김봉곤 작가. 김성룡 기자

A씨는 출판업계가 김 작가의 카카오톡 대화 무단도용 논란을 인지하고도 작품 홍보 행위를 이어왔다고 지적했다. A씨는 “올해 5월 변호사를 통해 문학동네ㆍ창작과비평(창비) 등 출판사에 내용 증명서를 발송했고 적절한 조치를 요구했지만 7월까지 두달 간 무시를 당했다”며 “출판업계에서 해당 사실을 알고도 실시간 라이브 등 SNS로 책과 작가를 홍보하는 모습을 보면서 숨이 막혔다”고 토로했다.  
 

A씨 “김봉곤 수정 의지 없었다”

A씨에 따르면 소설을 펴내기 전 원고 전문을 본 A씨가 김 작가에게 수정을 요구했다. 하지만 김 작가는 올해 5월 출간한 책을 포함한 3권 모두 수정사항을 반영하지 않고 책을 냈다. A씨는 “작년에 봉곤씨가 ‘누나의 성생활 부분을 빼겠다. 소설에 필요도 없고 고치겠다’고 말했다”며 “친구이자 열심히 글 쓴 작가에게 다시 쓰라고 재차 말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있어 그 말을 그대로 믿었다”고 밝혔다. 
 
이후 A씨가 “약속을 왜 안 지켰느냐”고 따져 물었지만 김 작가는 그제야 “입이 백개라도 할 말이 없다. 미안하다”며 A씨 이니셜을 딴 ‘C누나’를 ‘Y누나’로 바꿔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어 A씨는 “그게 문제가 아니지 않으냐고 했더니 생색을 내며 '사생활 부분을 빼주겠다'고 했다”며 “그러면서 ‘다시 한번 부탁할게. 우리 대화가 훗날 추억으로 웃게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아. 그냥 쓰면 안 돼?’라고 말하는데 이때 수정 의지가 없다는 사실을 느꼈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김 작가는 지난 11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작품을 싣기 전 사용 동의를 얻었고, 게재 전 원고를 보여줬을 때 (A씨) 반응이 수정 요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직접 수정 요청을 받은 적은 없었다고 기억했지만, 혹여 불쾌했다면 사과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해 즉각 사과하고 수정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이어 "작품 수정 의지가 없었다면 A씨에게 차용 허가를 구하고 원고를 보여주는 일을 거치지 않았을 것”이라며 “문제를 제기했을 때부터 수차례 사과했으며 A씨의 수정 요청을 즉각 이행했다”고 해명했다.
11일 김봉곤 작가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사적대화 무단도용'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트위터 캡쳐]

11일 김봉곤 작가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사적대화 무단도용'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트위터 캡쳐]

출판업계 소극 대응 ‘뭇매’

논란이 확산하자 문학동네는 13일 "문제 제기를 5월 6일 전달받고 전자책은 5월 8일, 종이책은 5월 28일 수정본으로 반영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단편 ‘그런 생활’을 수록한 「젊은작가상수상작품집」의 경우 지난 5월 28일부터 피해자의 요구를 반영한 책(6쇄)을 발행했다고 밝혔다. A씨 요구 중 하나인 ‘젊은작가상 수상 결정 취소’에 대해서는 심사위원들이 해당 부분이 전체 작품을 판단하는데 결정적인 요소가 아니라는 의견을 보냈다고 공지했다.
[문학동네]

[문학동네]

출판사가 진화에 나섰지만, 추가 폭로가 이어졌다. 17일 김 작가의 첫 소설집 표제작 「여름, 스피드」 속 등장인물 ‘영우’가 본인이라고 밝힌 한 남성은 트위터 계정에 자신이 보낸 페이스북 메시지를 동의 없이 쓴 김 작가로 인해 ‘강제 아웃팅’(타인에 의해 성적 지향ㆍ정체성이 공개되는 행위)을 당했다고 밝혔다. 그는 입장문에서 “오토픽션이라는 이름 아래 행하고 있는 지극히 개인적 욕망의 갈취가 여전히 실재하는 인물들에게 가해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공론의 장에서 다시금 알릴 뿐”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문학동네는 같은 날 “작가는 그러한 사실을 인정했다”며 사과와 함께 문제가 제기된「젊은작가상수상작품집」과 「여름, 스피드」판매 중지를 선언했다. 창비 또한 논란이 된 소설을 수록한 소설집 「시절과 기분」의 판매 중단과 함께 사과를 재차 표명했다. 하지만 논란이 꺼지지 않고 있다. 출판사와 작가의 소극적 대응에 항의하던 독자들이 책 환불을 요구하고 나섰다. 동료 작가도 목소리를 냈다. 김 작가와 함께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김초엽 작가는 “소설의 한 가치가 한 사람의 삶보다 우선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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