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효식의 아하 아메리카] 돈도 사람도 몰리는 바이든…트럼프는 '가을의 실수' 노린다

중앙일보 2020.07.20 00:40 종합 27면 지면보기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가 트레이드 마크가 된 검은색 마스크를 고쳐 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가 트레이드 마크가 된 검은색 마스크를 고쳐 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1월 3일 미국 대선이 7월 26일이면 D-100일이다. 현재로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세계 최고 권력인 현직 미국 대통령임에도 여론 지지는 물론 돈과 사람도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에 밀리는 형국이다.

[정효식의 아하 아메리카]
대기업·억만장자 큰손 기부 줄이어
2분기 2억8210만달러, 트럼프 추월
TV광고 외 두문불출에도 9% 격차
"'졸린 조' 코로나 침착 대응 부각"
"트럼프, 바이든 토론 말실수 노려"

 
TV 광고 외엔 사실상 두문불출하며 '로키' 선거운동을 벌이는 바이든 후보와는 반대로 매일 백악관 회견 유세를 통해 집중포화를 쏟아붓는데도 격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향후 100일 뒤집기는 성공할 수 있을까.
 
18일(현지시간) 미 여론조사분석기관 파이브서티에이트에 따르면 2주간 여론조사 평균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41.6%로, 50.5%인 조 바이든 후보에 8.9%포인트 차이다. 이날 공개된 ABC방송과 워싱턴포스트 합동 여론조사에선 등록 유권자 기준 40% 대 55%로 15%포인트 차이가 났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 19) 감염증 재확산과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M)'는 반인종주의 시위가 확산한 6월 중순부터 이런 추세는 계속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7월 중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상대로 2~3% 차로 좁힌 뒤 7월 말 한때 역전하기도 했던 것과 비교할 때 바이든 후보의 우세가 꾸준하다는 게 큰 차이점이다.
 
당시 트럼프는 전국 득표율에선 2.1%포인트를 뒤지고도 플로리다·미시간·펜실베이니아 등 주요 경합 주(swing states)를 역전해 선거인단 투표(306대 힐러리 232)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지금은 미시간(9.1%), 펜실베이니아(7.7%), 위스콘신(7.6%), 플로리다(6.8%포인트) 등 경합 주에서도 격차가 큰 상태다.
 
'마스크 거부', '남부연합 깃발 옹호' 등 비상식적인 대응에 45세 이하 청·장년층, 공화당이 우세했던 대졸 백인 유권자, 온건 보수 공화당과 무당파가 돌아선 게 원인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폭스뉴스 선데이에 출연해 "바이든이 경찰에게 예산을 주지 않고 폐지하기를 원한다. 버니 샌더스와 공동공약문에 '폐지'라고 적혀 있다"고 주장했다가 "그는 그러지 않았다"는 반박을 받기도 했다. 폭스는 말미에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공약문에서 경찰 지원 중단 및 폐지에 관한 어떤 말도 찾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 방영된 폭스뉴스 선데이에 출연해 "조 바이든은 버니 샌더스와 공동 공약 합의문에서 경찰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하고 경찰을 폐지하자고 했다"고 주장했다가 "그런 적이 없다(Sir, he does not)"이라는 반박을 들었다. 실제 공약집까지 가져왔지만 해당 문구를 찾지 못했다. [유튜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 방영된 폭스뉴스 선데이에 출연해 "조 바이든은 버니 샌더스와 공동 공약 합의문에서 경찰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하고 경찰을 폐지하자고 했다"고 주장했다가 "그런 적이 없다(Sir, he does not)"이라는 반박을 들었다. 실제 공약집까지 가져왔지만 해당 문구를 찾지 못했다. [유튜브]

 
대선 승패의 바로미터 중 하나인 2분기 대선자금 모금에서 현직 대통령임에도 도전자 바이든 후보에 추월당했다. 연방선거위원회(FEC)에 따르면 바이든 후보 선거조직인 '바이든 빅토리','바이든 액션' 펀드와 민주당 전국위(DNC)는 2억8210만 달러(3393억원)를 모금했지만, 트럼프 대통령 선거조직과 공화당 전국위(RNC)는 합계 2억6600만 달러(3201억원)밖에 모금하지 못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대기업과 억만장자 큰손들의 기부도 바이든 후보에 줄을 잇고 있다. CNBC에 따르면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의 아들인 제임스 머독 21세기 폭스 최고경영자는 지난달 말 바이든에 61만5000달러를 기부했다. 제프 로슨(트윌리오) 62만 달러, 멕 휘트먼(퀴비) 50만 달러, 밥 이거(디즈니) 25만 달러, 페이스북 공동창업자인 더스틴 모스코비츠 62만 달러 등 정보통신 및 뉴미디어업계 CEO들이 바이든 후보에 기부했다.
 
또 다국적 제약사 머스크의 켄 프레이저 CEO도 5월에 5만 달러를 기부했다. 무당파 밥 이거와 공화당 지지자 멕 휘트먼까지도 바이든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호언장담했던 미국 경제의 'V자 회복'이 점점 멀어진 게 판세를 뒤집을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6월 실업률은 전달 대비 2.2%포인트 떨어졌지만, 여전히 11.1%로, 지난 2월 일자리가 있었던 1200만명이 실업에서 탈출하지 못한 상태다. 2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이 -35%까지 떨어질 것이란 예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캘리포니아·플로리다·텍사스주 등 대규모 주들이 다시 부분적 재봉쇄에 들어가 대선 코앞인 3분기 극적인 회복 가능성이 작아졌기 때문이다.

 
스테판 슈미트 아이오와주립대 정치학 교수는 중앙일보에 "코로나19의 부수적인 경제 재앙은 경제를 재선의 찬가로 여겨온 트럼프로선 핵폭탄"이라며 "11월까지 경제가 회복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2016년엔 기존 질서의 전복과 분열의 후보로 당선했지만 그건 코로나19와 시위 사태로 미국민이 2020년 가장 원하지 않는 모습이 됐다"라고 지적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대변인이었던 애리 플레이셔는 공영라디오(NPR)에서 "바이든을 '졸린 조'(sleepy Joe)라고 공격하는 것도 완전히 틀렸다"며 "많은 유권자에겐 코로나 사태 속에 바이든이 침착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점을 연상시킨다"고 말했다.
 
실제 ABC방송 여론조사에서 코로나19 대응에 관해 '바이든을 신뢰한다'는 54%로, '트럼프를 신뢰한다'는 유권자(34%)에 비해 20%포인트나 많았다.
 
 
바이든 후보는 새로운 대선 광고에서 "바이러스는 강하지만 우리는 이길 수 있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을 씻고 가능한 집에 머물라"며 "나는 여러분을 버리지 않고 함께 싸울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트럼프'란 이름은 언급하지 않으면서 코로나 사태에 관한 바이든의 리더십만을 집중적으로 부각한 것이다.
 
토머스 슈워츠 밴더빌트대 정치학 교수도 "경제는 바이러스와 인종 차별 등 올해 대선의 3가지 변수 중 하나일 뿐"이라며 "트럼프의 너무나 규율이 없고 무모한 모습을 보면 역전에 성공할지 의심스러운 상황이며 대부분 미국인은 이미 판단을 내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중국 강경책은 양당이 모두 같은 입장이기 때문에 중요한 이슈가 되진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6년 10월 9일 미 대선토론에서 당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서로 마주보며 격론을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2016년 10월 9일 미 대선토론에서 당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서로 마주보며 격론을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하지만 대선 토론위원회가 주최하는 9월 29일 노터데임대 토론을 시작으로 10월 15일, 22일 세 차례의 공식 대선 토론이 마지막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로버트 슈멀 노터데임대 교수는 "바이든이 오는 가을 대선 토론에서 말을 더듬거나 실수를 한다면 트럼프는 이 사고를 선거의 핵심 이슈로 부각할 것"이라며 "현재는 바이든이 우세해 보이지만 100일은 미국 정치에선 아주 긴 시간"이라고 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