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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정치 스트레스

중앙일보 2020.07.20 00:20 종합 29면 지면보기
강기헌 산업1팀 기자

강기헌 산업1팀 기자

기분이 순식간에 변한다. 잠을 못 이룬다. 평소보다 혈압이 높아졌다. 체중이 늘거나 줄었다. 항상 불안하고 걱정이 많다. 미국 미시건대 의대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정치 스트레스(Politically Induced Stress)의 대표 증상이다. 미쉘 리바 미시건대 교수는 “정치 콘텐트에 과도하게 노출되거나 나라 전체를 흔드는 국가적인 이슈를 경험할 경우 비슷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이런 스트레스가 이어지면 일상생활이 어려울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치 스트레스는 학문적 검증을 통과한 개념은 아니다. 미국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무렵부터 관련 연구가 시작됐다. 비슷한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아지면서 학계가 연구를 시작된 케이스다. 미 심리학회가 올해 6월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83%가 나라의 미래에 대한 걱정이 주요한 스트레스 원인이라고 답했다. 66%를 기록한 지난해 조사 결과와 비교해 1년 사이 17%포인트가 늘었다. 미국 심리학회는 “정치 스트레스로 우울 같은 심리적 증상은 물론이고 두통, 소화불량 등 신체적 증상을 호소하는 미국인이 적지 않다”고 진단했다.
 
한국인의 정치 스트레스는 어떨까. 관련 연구는 없지만 미국과 비교해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것이다. 세계 유일 분단국가란 특수 상황은 정치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대표 상수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는 스트레스를 넘어선 심리적 충격이었다. 여기에 잊을 만하면 유력 정치인이 목숨을 끊는다.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정치 스트레스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소득주도성장부터 부동산까지 경제 정책마저 정치 이슈로 다뤄지면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이들이 최근 부쩍 늘었다.
 
미시건대는 정치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방법 5가지를 제시한다. ①정치 콘텐트 소비량과 시간을 스스로 파악하라. ②정치적 의견을 말할 때 주위 반응도 살펴라. ③다른 의견에도 열려 있어라. ④불편한 정치 이슈가 대화 주제에 오르면 주제를 바꿔라. ⑤왜 정치 콘텐트를 소비하려 하는지 먼저 돌아보라.
 
이런 방법으로도 정치 스트레스가 줄어들지 않는다면 극단적이지만 효과 빠른 특효약도 있다. “또 다른 세상을 만날 땐 (혹은 때까진)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22년 전 광고 문구는 지금도 유효하다.
 
강기헌 산업1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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