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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을 ‘대통령’ 아닌 ‘박사’로 7차례 부른 보훈처장

중앙일보 2020.07.20 00:02 종합 12면 지면보기
19일 서울 종로구 이화장에서 열린 이승만 초대 대통령 서거 55주기 추모식에서 배재 아펜젤러 중창단이 찬송가를 부르고 있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은 12년간 재임하고 4·19혁명이 일어나자 하야했다. 추모식에는 박삼득 국가보훈처장, 주호영 미래통합당 대표 등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19일 서울 종로구 이화장에서 열린 이승만 초대 대통령 서거 55주기 추모식에서 배재 아펜젤러 중창단이 찬송가를 부르고 있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은 12년간 재임하고 4·19혁명이 일어나자 하야했다. 추모식에는 박삼득 국가보훈처장, 주호영 미래통합당 대표 등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정권마다 달라지는 국가보훈처장의 이승만 전 대통령 호칭이 도마 위에 올랐다. 박삼득 보훈처장이 19일 이승만 전 대통령 서거 55주기 행사에서 이 전 대통령을 ‘대통령’이 아닌 ‘박사’로 부르면서다. 보훈처는 “특별한 의도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보수 진영에선 “이승만 정부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현 집권 세력의 정치적 편향성 때문에 대통령이라는 호칭에 인색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어제 서거55주기 행사서 추모사
경력 언급할 때만 대통령 호칭
노무현 정부서도 “박사님” 지칭

보수진영 “집권세력 정치적 편향”
보훈처 “호칭에 특별한 의도 없다”

박 처장은 이날 낭독한 추모사에서 이 전 대통령 직책을 7차례 언급하면서 모두 박사님으로 표현했다. “오늘 우리는 엄숙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우남 이승만 박사님의 서거 55주기를 맞는다”는 서두로 시작해 “다시 한번 박사님의 서거 55주기를 맞아 깊은 추모의 마음을 바친다”는 애도로 끝을 맺을 때까지다. 추모사 중 대통령이라는 단어는 “대한민국 임시 대통령, 초대 대통령이자 독립운동가로서 중추적 역할을 하셨다” “대통령 중심제를 확립했다” 등의 대목에서만 언급됐다.
 
박 처장은 추모사에 이 전 대통령의 정신과 공을 기리는 내용을 주로 담아 이를 담담히 읽어 내려갔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이 줄곧 ‘박사님’으로만 지칭되자 참석자들 사이에서 술렁거리는 기류가 포착됐다. 일부 참석자들은 “박사가 뭐냐”고 외치기도 했다.
 
박삼득

박삼득

보수 야당에선 보훈처장의 ‘박사’ 호칭이 이 전 대통령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현 정부와 진보 진영의 역사관을 반영하고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 전 대통령의 독재 전력 등에 초점을 맞춰 건국 대통령으로서의 업적을 무시한 채 의도적으로 박사로 호칭한다는 의구심이다. 보수 진영에선 이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 수립에 기여했다는 공을 강조하며 이승만 국부론까지 내놓고 있다.
 
보수와 진보 간에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이처럼 대립하기 때문에 정권에 따라 이 전 대통령 호칭이 달라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간 이 전 대통령 서거 추모식에 참석한 보훈처장 추모사를 보면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9·2000년 최규학, 2001년 이재달 당시 보훈처장은 이 전 대통령을 박사님으로 지칭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2006년 박유철, 2007년 김정복 당시 보훈처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반면 이명박 정부 시절 취임했던 박승춘 전 보훈처장은 2011년, 2012년 계속해서 이 전 대통령 서거 추모식 때 이 전 대통령을 ‘대통령님’으로 불렀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초대 보훈처장을 지낸 피우진 전 처장은 이 전 대통령 추모식에 불참했고, 이후 취임한 박삼득 처장은 올해가 첫 참석이었다. 이날 호칭 논란에 대해 보훈처 관계자는 “박사와 대통령 모두 이 전 대통령을 지칭한다고 보고 호칭에 특별한 의도는 담지 않았다”며 “이 전 대통령의 약력을 소개하면서 초대 대통령이라는 내용을 넣었다”고 해명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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