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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로소득 인정, 이익은 환수" 족쇄 풀린 이재명 정부와 대립각

중앙일보 2020.07.19 19:06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7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7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정책에 맞서 이기는 시장도 없지만, 시장을 이기는 정부도 없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9일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정부는 합리적 범위 내에서 시장을 통제해야 하고, 합리적 범위를 벗어나면 통제가 불가능하다”며 한 말이다. 지난 16일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로 기사회생한 이 지사는 이튿날(17일)부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립각을 세웠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비싼 집에 사는 게 죄를 지은 건 아니지 않냐. 평생 한 채 가지고 잘살아 보겠다는데 집값 올랐다고 마구 때리면 안 된다”고 말하면서다. 정부의 1주택자 종합부동산세 인상 방침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섣부른 대선 행보"(민주당의 재선 의원)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드러내는 여권 인사도 적지 않지만, 이 지사는 이날도 “실거주 1주택에 대해서는 오히려 필수재라는 걸 인정하고 세율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 지사는 여권에서 만지작거리고 있는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 주장에도 일침을 가했다. 그는 “서울 강남 일대의 그린벨트를 풀어 아파트를 신축하자는 것은 역대 최대 ‘로또 아파트’로 투기 광풍을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대안으로 “도심 재개발, 도심의 용적률 상향 등으로 푸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다만 개발이익이 너무 많이 나오는 부분에 대해서는 장기임대 공공주택이나 기반시설 부담금을 통해 공공환수하면 될 문제”라고 부연했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사망 전에 내세웠던 도심지 고밀도 개발, 개발이익 공유 광역화 등의 주장과 유사한 맥락이다.
 
다음은 이 지사와의 일문일답.
 
대통령 정책에 반기 든 거 아닌가
아니다. 다만 정책을 섬세하고 면밀하게 만들자는 것이다.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의지는 명확하니깐, 그 의지에 부합하는 합리적이고, 필요하고, 대중들이 수용할 수 있는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실거주 1주택에 대한 세율 완화를 주장했다. 정부 입장과 다른데?
내 생각은 실거주 부동산과 투기·투자용 부동산을 분리해서 보자는 것이다. 무조건 1주택으로 한정하면, 강남 집만 남기고 지방 집을 팔게 된다. 부동산 양극화가 더 심해진다. 단순히 가격(집값), 숫자(다주택)만 따지지 말고 실거주 여부를 따져서, 투기 목적 부동산에만 중과세하자는 얘기다.
 
정부 정책엔 강남 똘똘한 한 채도 그냥 둬선 안 된다는 시각이 깔려 있다. 
토지가 한정돼 있기 때문에 불로소득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실거주용 1주택은 통상적 수준의 부동산세 부과로 일부 불로소득을 허용하고, 대신 비주거용 주택이나 법인의 비업무용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은 대부분 회수하여 전 국민에게 나누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투자나 투기로 돈을 벌 수 없게 하자는 것이다.
 
불로소득을 왜 기본소득으로 뿌려야 하나?
기본소득만큼 경제 성장 효과가 눈에 띈 정책이 있나? 조세 저항이 강한 정책일수록 설득을 시켜야 한다. 결국 (기본소득으로) 경제가 성장하면 그 이득은 돈 있는 사람들과 기업이 챙기게 된다. 세금 낸 만큼 혜택을 보게 된다.
 
이 지사는 인터뷰 중간중간 “나는 좌파가 아니다”라고 수차례 말했다. 그는 “좌우를 떠나 부동산 정책이 세밀하게 잘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저의 생각”이라며 “내 집을 장만하고 싶은 평범한 사람들의 욕망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법원 판결이 임박한 시기에 그는 이미 ‘고위 공직자 부동산 백지 신탁제’(지난 5일), ‘장기공공임대주택 확대’(지난 6일), '기본소득토지세 도입'(지난 9일) 등 부동산 정책 3종 세트를 내놨다. 이중 백지신탁제도는 지난 17일 문재인 정부 청와대 비서관 출신인 신정훈 의원 대표 발의로 국회에 제출됐다. 광역단체장이 외곽에서 던진 정책 어젠다가 보름도 안 돼 법안으로 나오는 일은 흔치 않은 경우다. 
 
그의 보폭이 부동산에만 묶여 있는 것도 아니다. 이 지사는 지난 17일 국회의원 300명 전원에게 편지를 보내 ‘병원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입법해달라고 호소했다. 지난해 5월부터 경기의료원 산하 6개 병원 모든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한 상황에서 ‘이재명표 정책’의 확대를 요청한 셈이다. 18일엔 문재인 대통령이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 확대’에 대한 재검토를 지시한 것에 대해선 환영 입장도 내놨다. 
 
이 지사의 보폭이 커질수록 당내의 견제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수도권 의원의 한 보좌진은 “문재인 정부 국무총리 출신으로 신중할 수밖에 없는 이낙연 총리와 달리, 이 지사는 마구 비판할 수 있으니 속 편하게 ‘대안’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 아니냐”며 “곱지 않은 시선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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