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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실세도 거론됐다, 역대급 사기극 옵티머스 전말 대해부

중앙일보 2020.07.19 16:58
옵티머스자산운용이 판매사에 자사 펀드의 환매 연기를 요청한 지 약 한 달이 지났다. 옵티머스는 공공기관 매출채권 등 안전한 자산에 투자한다며 1조5000억원이 넘는 돈을 모았다. 하지만 이 돈은 대부업체, 부동산 개발업체로 흘러 들어갔다. 사기 운용 의혹이 불거지자 금융감독원과 검찰이 수사에 나섰고, 핵심 관계자 3명이 구속됐다. 하지만 어떻게 이렇게 대범한 사기극이 가능했는지, 초호화 자문단은 어떤 역할을 했는지, 곳곳에 등장하는 한양대 인맥의 활동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의혹은 여전하다. 옵티머스 사태의 핵심 쟁점을 다섯 가지 키워드로 정리해봤다.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무실 앞에서 취재진이 사무실 입구를 촬영하고 있다. 정용환 기자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무실 앞에서 취재진이 사무실 입구를 촬영하고 있다. 정용환 기자

①위조·사기의 결정판  

이번 사태의 출발점은 옵티머스자산운용이 판매한 공공기관 매출채권 펀드다. 매출채권은 물건이나 용역의 대가를 나중에 지급하기로 하고 발행하는 일종의 어음이다. 옵티머스는 이런 매출채권을 보유한 건설사 등에 해당 매출채권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고 이익을 얻겠다고 홍보했다. 공공기관 채권이니 안전하다는 걸 강조했고, 연 3% 내외의 안정적인 수익을 약속했다. 그러면서 약 1조5000억원 정도를 모았다. 이 중 5000억원 이상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옵티머스는 애초에 공공기관 매출채권과 무관하게 돈을 굴렸다. 펀드 투자금의 대부분은 대부디케이에이엠씨·씨피엔에스·아트리파라다이스·라피크 등의 회사를 거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나 코스닥 상장사 인수합병(M&A) 등에 쓰였다. 이들 회사는 모두 김재현 대표와 함께 구속된 이동열 씨가 대표, 윤석호 변호사가 감사로 등재된 곳이다. 경영진이 펀드 투자 목적과 맞지 않게 제멋대로 운용한 것이다. 그러면서 소위 돌려막기를 하다 결국 환매 중단을 초래했다.
 
공공기관 매출채권은 애초에 거의 발행되지 않는다. 사실상 투자할 수 없는 상품이란 의미다. 그런데도 옵티머스는 문서를 위조해 투자자와 판매사를 속였다. 가짜 매출채권 양수도 계약서까지 만들었는데 이 안에 담긴 수탁회사(실제 펀드 재산을 보관, 관리하는 역할)의 인감조차 가짜인 것으로 확인됐다. 펀드 기준가·수익률 산정 업무 등을 하는 사무관리회사(한국예탁결제원) 역시 함께 속았다. 처음부터 판매사-운용사-수탁회사-사무관리회사 간 빈틈을 노린 것이다. 사실상 유례를 찾기 힘든 사기극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옵티머스사태 관계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옵티머스사태 관계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②초호화 자문단과 한양대 인맥

옵티머스는 대범한 사기행각을 펴면서 정·재계 고위급 인사로 구성된 초호화 자문단을 들먹였다. 김재현 대표가 지난해 6월 18일 ‘옵티머스 크리에이터 상품승인소위원회’에서 NH투자증권과 나눈 대화에 따르면 김 대표는 “자문단이 영업을 많이 도와주고 있다”며 “본인은 (펀드 투자처에) 가서 프레젠테이션만 하고 실질적으로 영업은 고문단(자문단)이 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 설명에 등장하는 자문단은 실제로 과거 옵티머스의 홈페이지에 등장하기도 했다. 당시 홈페이지에 소개된 자문단 구성원은 양호 전 나라은행장, 이헌재 전 부총리, 채동욱 전 검찰총장, 김진훈 전 군인공제회 이사장 등 정·재계 고위급 인사다. 특히 양 전 행장은 김 대표가 옵티머스에 합류한 직후인 2017년 9월 6일 사내이사로 등기되기도 했다.
 
옵티머스 사태의 큰 줄기 곳곳에서는 한양대학교 인맥이 발견된다. 이혁진 전 대표와 김 대표는 모두 한양대를 졸업했다. 이 전 대표는 경제학과 86학번, 김 대표는 법학과 89학번이다. 옵티머스에 사내이사로 합류해 각종 문서 위조 작업을 도맡은 혐의로 구속된 윤석호 변호사 역시 한양대 법대 98학번이다. 2017년 6월부터 2018년 3월까지 방송통신발전기금·정보통신진흥기금 748억원을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했다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감사까지 받은 전파진흥원의 당시 원장 역시 한양대 전자공학과 출신이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펀드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한 펀드사기 의혹을 받는 윤모 변호사와 송모 운용이사가 지난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펀드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한 펀드사기 의혹을 받는 윤모 변호사와 송모 운용이사가 지난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③해소되지 않은 정권연루설  

옵티머스의 한양대 인맥은 정치권으로도 뻗친다. 이 전 대표와 김 대표 모두 임종석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당시 대통령비서실장)과의 친분을 과시하고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는 2017년 5월쯤 정모 전 동부증권 부사장을 옵티머스에 영입하려고 시도하면서 “임종석과 아주 친하다”는 얘길 했다고 한다. 옵티머스에 근무했던 한 전직자에 따르면 김 대표 역시 평소 임 특보와의 두터운 친분을 드러냈으며 임 특보를 지칭할 때 “종석이형”이라는 말을 사용했다고 한다.
 
이 전 대표는 2012년 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의 전략공천을 받아 서울 서초갑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이력이 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 여권 유력 인사들과 찍은 사진이 최근 공개되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또 2018년 3월 문재인 대통령의 베트남 순방 동포간담회장에 나타나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과 사진을 찍기도 했다. 당시는 이 전 대표가 횡령 등에 연루된 혐의로 수사받던 중이었다. 해외 출국 특혜 의혹이 불거진 이유다.
 
정치권 연루 의혹은 이뿐 아니다. 구속된 윤 변호사의 아내 이모 변호사는 지난해 10월부터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근무하다가 옵티머스 사태가 불거진 지난달 사임했다. 이 변호사는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하기 직전인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해덕파워웨이라는 회사의 사외이사로 근무하기도 했다. 이 회사는 무자본 M&A 세력이 옵티머스 펀드 자금을 활용해 경영권을 탈취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옵티머스 사태 일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옵티머스 사태 일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④흔들리는 사모펀드

지난해 라임 펀드에 이어 올해 옵티머스 사태까지, 대한민국을 들썩인 사기 사건의 무대가 된 건 모두 사모펀드다. 라임 사태는 국내 1위 헤지펀드 운용사(라임자산운용)가 신한금융투자 등 대형 증권사와 결탁해 총수익스와프(TRS)를 활용한 펀드를 만든 뒤 부실 투자처에 투자했다가 일이 터졌다. 옵티머스 사태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소규모 운용사가 작정하고 서류를 위조해 처음부터 판매사를 속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런가 하면 한국계 신기영 대표가 운영하는 홍콩계 자산운용사 젠투파트너스에서도 1조3000억원 규모의 환매 연기 사태가 발생했다. 국내 금융투자업계의 또 다른 뇌관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재 환매 연기 민원이 접수된 사모펀드는 모두 22개로, 그 규모는 5조6000억원에 달한다.
 
금융위원회는 이달부터 오는 9월까지 전체 사모펀드 1만304개를 전수조사하기로 했다. 또한 금감원과 예금보험공사·한국예탁결제원 등 유관기관 직원 30여명으로 구성된 별도의 사모펀드 전담 검사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233곳을 모두 점검하기로 했다. 앞으로 문제 있는 사모펀드가 더 튀어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사모펀드에 대한 신뢰가 추락해 전수조사를 받아야 할 처지가 된 배경으로는 2015년 10월 금융위의 사모펀드 규제 완화 정책이 꼽힌다. 당시 기존 5억원이었던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헤지펀드) 개인투자자 최소 투자금액을 1억원으로 낮춘 게 결정적이었다. 헤지펀드 운용사의 설립 기준을 기존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꿔 누구나 요건만 갖추면 회사를 설립할 수 있게 하고, 투자자 보호 및 내부 통제의무 사항 등을 명시한 ‘헤지펀드 모범규준’을 없앤 것도 이때다. 금감원 노조는 “사모펀드 사태의 근본 원인은 금융위의 무분별한 규제 완화”라고 지적했다.
미래통합당 '사모펀드비리 방지 및 피해구제 특별위원회' 유의동 위원장 등이 15일 강남구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무실을 현장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 '사모펀드비리 방지 및 피해구제 특별위원회' 유의동 위원장 등이 15일 강남구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무실을 현장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⑤피해 보상 가능할까

윤창현 미래통합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 6월 19일 기준으로 옵티머스에 설정된 펀드는 46개, 투자원금은 5151억원이다. 개인투자자는 979명, 법인투자자는 184명이 당장 피해를 볼 처지다. 판매사별로는 NH투자증권이 4327억원으로 규모가 가장 크다. 옵티머스 펀드 투자자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환급을 요구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달 분쟁조정위원회를 열어 라임자산운용의 무역금융펀드 판매사가 투자자에게 투자원금 100%를 반환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옵티머스 펀드 투자자도 기대를 거는 배경이다. 분조위가 이같이 판단한 건 판매사가 투자자에게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하지 않아 투자자의 착오를 유발했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판매사까지 속인 옵티머스 사태는 착오보단 사기에 가깝다는 게 법조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판매사보다는 옵티머스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옵티머스에 남은 미집행 투자금은 400억원도 안 된다. 이미 나간 투자금 회수 역시 쉽지 않을 거로 보인다.
 
판매사가 자율적으로 피해자 구제에 나서는 게 현실적인 방법이다. 앞서 투자자 94명에게 287억원어치를 판매한 한국투자증권은 원금의 70%를 조건 없이 선지급하기로 결정했다. 4000억원 넘게 판매한 NH투자증권은 고민이 깊다. 일단 정영채 사장이 “판매사가 겪어야 할 고통을 피할 생각은 없다”고 밝힌 상태다. 그러나 50%만 선지급해도 2000억원이 넘는다. 올해 예상 당기순이익(약 4000억원)의 절반 이상이다. NH투자증권은 오는 23일 정기 이사회를 연다. 보상 비율 등에 관한 논의가 있을 거로 보인다.
 
장원석·정용환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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