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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낡은 책 정리하고 나니 손 안에 들어온 책장

중앙일보 2020.07.18 11:00

[더,오래] 강명주의 비긴어게인(29) 

“아니 이게 다 뭐야?“ 몇 해 전부터 거실 바닥에 보일러 누수 현상이 생겼다. 누수된 곳을 발견하여 부분 부분 땜질 공사로 지내오다 이번에 드디어 집안 바닥 전체 보일러 공사를 하게 되었다. 바닥공사를 위해 집안의 모든 가재도구와 짐을 옮겨야 한다. 퇴근 후 집에 온 딸이 집안 가득 쌓인 책들과 짐들을 보면서 입이 쩍 벌리며 하는 말이다.
 
딸은 책 속에 파묻혀 힘들어하는 나를 도와주기위해 퇴근후 피곤할 텐데도 팔 걷어 붙이고 함께 정리해준다. 벽면 하나 가득 메운 책장에는 지난 반세기 동안 모아둔(?) 책들로 가득하다. 학창시절부터 은행, 보험, 증권, 저축은행을 거치면서 하나둘 모은 전문 서적뿐만 아니라 인문 서적들로 넘쳐나고 있다.
 
벽면을 가득 채운 과거의 서재. 얼마전 만난 옛 동료들은 책장 속 책이 먼지 속에 박혀있는 모습이 꼭 과거에 파묻혀있는 자신의 모습같아서 옛날 서적들을 다 정리했다고 한다. [일러스트 강경남]

벽면을 가득 채운 과거의 서재. 얼마전 만난 옛 동료들은 책장 속 책이 먼지 속에 박혀있는 모습이 꼭 과거에 파묻혀있는 자신의 모습같아서 옛날 서적들을 다 정리했다고 한다. [일러스트 강경남]

 
심지어 대입준비를 위한 성문종합영어책은 물론 책장 서랍속에는 초창기 노트북부터 시작해서 90년대를 풍미했던 초대형(?) 휴대폰을 포함해 시대를 대표하는 노트북과 노트패드들이 계속 나온다. 보다 못한 딸이 탄식한다. “엄마, 도대체 이 물건들은 왜 가지고 있는 거야? 그리고 이 많은 책들, 다 옛날 책들이네. 이거 두번 다시 보기라도 해?”
 
맞는 말이다. 책장에 꽂아 두고 두 번 다시 본 책이 거의 없다. 아, 도대체 나는 왜 버리지 못하는 것인가….
 
얼마 전 코로나 사태로 차일피일 미루다 만나지 못했던 옛 동료들을 차례로 만났다. 무척 반가운 얼굴들이다. 모두들 코로나사태로 걱정들을 많이 하고 있었다. 그래도 우리들은 만나면 늘 그 옛날 함께 했던 일들을 떠올린다.
 
이들은 프라이빗 뱅킹(PB), 자산관리(WM)사업, 또는 기업금융(IB) 분야에서 전문가로서 그 면모를 날렸던 동료들이다. PB로서 최고의 영업실적을 자랑했던 동료가 최근에 책장 정리를 했다고 한다. 고객자산관리를 위한 전문적인 지식을 쌓기 위해, 최고의 자산관리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자격증 따려고 열공했던 많은 관련 서적들이 여기저기 먼지에 쌓여 박혀있는 모습이 꼭 과거에 파묻혀있는 자신의 모습같아 옛날 서적들을 다 정리했다고 한다.
 
새로운 변신을 꿈꾸고 있다면 과거를 버려야 한다. 나 자신을 둘러보자. 책장부터 살펴보자. 과거의 책들로 넘쳐나고 있다면 새로운 변신을 위한 새로운 자료, 새로운 책들이 들어갈 공간이 없다. [일러스트 강경남]

새로운 변신을 꿈꾸고 있다면 과거를 버려야 한다. 나 자신을 둘러보자. 책장부터 살펴보자. 과거의 책들로 넘쳐나고 있다면 새로운 변신을 위한 새로운 자료, 새로운 책들이 들어갈 공간이 없다. [일러스트 강경남]

 
자산관리(WM)분야에 취업을 원할 경우 공인자산관리사(FP), 은퇴설계전문가, 투자자산운용사, AFPK, CFP 등 이러한 자격증이 우대를 받는다. 기업금융/투자금융(IB) 분야에 취업을 원한다면 여신심사역, 신용분석사, 신용위험분석사(CRA), CDCS, FRM(GARP) 국제신용장전문가, 국제금융역, CFA Level 1, CFA Level 2 자격증이 우대 가산점을 받는다.
 
만약에 리스크나 자금 관련 업무에 취업을 원한다면 신용분석사, 자금운용역, 증권분석사(CIA or K-CIIA), 투자자산운용사, CFA Level 1, CFA Level 2, FRM(GARP) 자격증이 도움된다.
 
지난 세월 금융권에서 잘 나가던 많은 동료들은 이러한 자격증 한두 개 정도는 가지고 있다. 최근에 만난 동료가 떠오른다. 첫 직장에서 만나 중간에 서로 다른 금융기관에서 일하다 우연히 다시 같은 금융기관에서 만나 함께 일하다 퇴직했다. 기업금융, 특히 자금시장(Financial Market)에서 30년 넘는 경력과 실력을 갖춘 전형적인 기업금융 전문가다. 퇴직 후 3년 만이다. 반가움도 잠시, 예전의 전형적인 뱅커의 세련된 모습에서 자유스럽고 예술가다운 면모로 변한 모습에 그만 깜짝 놀랐다.
 
퇴임 전까지 차와 기사가 주어지고 모든 일정은 비서를 통해 관리했었는데 지금은 누구 도움없이 본인 스스로 다 해내고 있다. 게다가 금융과는 전혀 다른 분야에서 새롭게 창업해 교육사업을 펼치고 있다. 조그만 소극장을 만들어 기업과 학생들에게 롤 플레이를 통한 새로운 교육·코칭 기법을 시도하고 있었다. 연극과 접목한 즉흥연기를 통한 체험 교육프로그램은 인상적이었다.
 
뜻하지 않는 코로나 사태로 올해 힘든 한 해를 보내고 있지만 그래도 표정은 밝았다. 지금 하는 교육사업에 자부심과 긍지도 대단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대기업에서 교육요청을 받을만큼 인기도 끌었다고 한다. 교육전과 교육 후 달라진 수강생들을 보면서 더욱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또한 언택트시대에 맞는 새로운 교육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간다. “과거 은행에서 내가 무슨 일을 했는지 전혀 기억이 안 나요. 하하”.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이다. 누가 먼저 발 빠르게 선점하느냐에 따라 금융의 지형도 바뀔 것이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금융이 새 시대를 이끌어 갈 것이다. [사진 pixabay]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이다. 누가 먼저 발 빠르게 선점하느냐에 따라 금융의 지형도 바뀔 것이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금융이 새 시대를 이끌어 갈 것이다. [사진 pixabay]

 
과거 그 잘나갔던 뱅커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지금 내 눈 앞에 펼쳐진 무대 위에서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 무대 조명 아래 더욱 빛나고 있다. 그는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새롭게 거듭나고 있다.
 
주위에는 아직도 과거 경력, 과거 영광에서 벗어나지 못한 동료들을 본다. 새로운 도전에 늘 과거와 비교하다 보니 새롭게 거듭나지를 못한다. 하지만 이렇게 과거를 과감히 던진 사람들이 새롭게 다시 꽃을 피우고 있다.
 
신종 코로나 사태로 언택트 시대가 도래했다. 이제는 AC(After Corona) 원년이라고 불리는 초유의 새로운 시대가 왔다. 모든 업계가 그러하듯이 당연히 금융권에도 언택트 시대에 맞는 비대면 거래는 수직으로 상승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올해 비대면 거래는 전년대비 50% 이상 뛸 것으로 금융권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예전과 완전히 다른 금융환경으로 변하고 있다.
 
이제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이다. 누가 먼저 발 빠르게 선점하느냐에 따라 금융의 지형도 바뀔 것이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금융이 새 시대를 이끌어 갈 것이다. 과거의 패러다임에서 빨리 벗어날수록 새로운 시대에 살아남을 것이다. 
 
과거의 영광을 벗어나 과감하게 새로운 도전을 한 사람들은 다시 꽃을 피우고 있다. 지금 눈 앞에 펼쳐진 무대 위에서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일러스트 강경남]

과거의 영광을 벗어나 과감하게 새로운 도전을 한 사람들은 다시 꽃을 피우고 있다. 지금 눈 앞에 펼쳐진 무대 위에서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일러스트 강경남]

 
새로운 변신을 꿈꾸고 있다면 과거를 버려야 한다. 나 자신을 둘러보자. 책장부터 살펴보자. 지금 나의 책장에 과거의 책만 있다면 나는 과거에 살고 있는 것이다. 과거의 책들로 넘쳐나고 있다면 새로운 변신을 위한 새로운 자료, 새로운 책들이 들어갈 공간이 없다. 바로 미래가 없는 것이다.
 
딸에게 미안해서 딸 짐이라도 챙기라고 이야기했더니, 딸은 웃으면서 대답한다. “난 다 했어!” 그러면서 본인 휴대폰을 내민다. “이것이 나의 서재야! 난 짐 안 싸도 돼!”
 
이번에 과감히 정리된 책장에는 앞으로 다가오는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책들이 채워질 것이다. 어쩌면 그 책장은 손안에 있을 것이다. 거기에는 더 이상 과거는 없다. 다가올 미래만 있을 뿐이다. 4차산업시대, 언택트시대에 새로운 역사를 새롭게 쓰기 위해 다시 거듭나 보자.
 
WAA인재개발원 대표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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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주 강명주 WAA인재개발원대표원장 필진

[강명주의 비긴 어게인] 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 금융업계 특성에 맞는 취업과 퇴직 준비, 그리고 퇴직 후 내 일을 찾기 위한 방법을 실례를 들어 코치해준다. 금융기관에 취업하는 법, 금융기관을 나와 재취업하는 비법을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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