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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2030 겨눈 마트 6080이 신문지 깔았다…신촌서 생긴일

중앙일보 2020.07.18 10:00

[르포]포스트코로나 후 첫 오프라인 마트 오픈 

17일 오전 10시 이마트 신촌점 개장과 동시에 몰려드는 고객들. 배정원 기자

17일 오전 10시 이마트 신촌점 개장과 동시에 몰려드는 고객들. 배정원 기자

“일단 삼겹살부터 확보한 다음, 체리 코너 찍고, 참기름을 챙기자”
 

1년6개월만 첫 오픈 대형마트

17일 오전 마포구 이마트 신촌점 개장을 기다리던 60대 주부 4명은 할인 상품이 적힌 전단지를 들고 신속한 쇼핑 전략을 짜느라 여념이 없었다. 한 주부는 “어물쩍거리다간 어제처럼 계산대에서 1시간 기다려야 한다”며 효율적인 동선을 지시했다. 이들은 이미 전날 사은품으로 받은 이마트 쇼핑카트를 끌고 이틀 연속 쇼핑에 나섰다.
 
16일 개점한 이마트 신촌점은 대학생과 젊은 직장인, 즉 2030을 잡겠다는 당초 의도와 달리 인근 6080이 대거 몰리며 ‘뜻밖의 성황’을 이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언택드(비대면) 소비가 대세일 것이라는 전망이 무색할 정도로 이틀 연속 북새통이었다. 첫날에만 당초 예상치의 두 배가 넘는 4000여명이 방문했고, 17일도 개장 20분 전부터 30여명이 줄을 서 장사진을 이뤘다. 입구 바로 앞에 신문지를 깔고 자리를 지키던 70대 주부는 한 시간이나 기다렸다고 했다. 한쪽에서는 “이마트 밖에서 줄 서 보긴 처음이네. 그냥 차 타고 공덕점이나 가자”며 아내 손에 끌려온 남성의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회는 나중에, 고기부터 챙겨라”  

 17일 이마트 신촌점 오픈 행사 이틀날 삼겹살을 사기 위해 고객들이 몰렸다. 배정원 기자

17일 이마트 신촌점 오픈 행사 이틀날 삼겹살을 사기 위해 고객들이 몰렸다. 배정원 기자

쇼핑객의 첫 번째 목표는 할인 상품의 확보였다. 100g당 1380원짜리 삼겹살을 득템하기 위해 개장과 동시에 신선식품 판매대로 달려갔다. 이를 예상한 이마트 측에서도 삼겹살을 사려는 고객은 따로 줄을 세우고, 한명씩 나눠 담게 했다. 1.2~1.5kg 삼겹살 팩을 평균 서너개씩 챙겨갔다. 닭고기는 전날 할인가보다 비싸졌다며 직원과 실랑이를 벌이는 고객도 있었다. 서로에게 “회 같은 건 저녁까지 남아있으니, 고기부터 챙겨야 한다”고 조언하며 재빠르게 육류 매장을 섭렵했다.  
 
반면 신촌 상권을 고려해 젊은 층을 겨냥해 마련한 소포장 그로서리 매장은 상대적으로 한산했다. ‘하루과일’ 사과·바나나·토마토가 진열된 매장에는 젊은 고객들이 한두 명 보일 정도였다. 지하 2층 노브랜드 매장과 전자제품 코너도 비교적 조용했다.  
 

쇼핑카트·상품권 사은품에 흐뭇한 쇼핑 마무리   

17일 이마트를 방문한 주부들은 일단 고기부터 장바구니에 담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배정원 기자

17일 이마트를 방문한 주부들은 일단 고기부터 장바구니에 담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배정원 기자

쇼핑을 마친 고객들은 일제히 사은품 쇼핑카트(6만원 이상 구매 시 증정)를 받기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이미 이마트 쇼핑카트를 사용 중인 한 주부에게 어떠냐고 물으니 “아유, 아주 후져. 바퀴가 헐겁다”고 불평하면서도 카트를 하나 더 챙기고 흐뭇한 표정으로 귀가했다. 주부들은 “23일부터는 신세계 상품권(5000원)을 준다”며 다음 주 재방문을 기약했다.  
 
다만, 이들이 이마트 신촌점의 단골이 될지는 미지수다. “이마트라고 다 싼 거 아냐. 잘 골라야 해”라며 할인 상품만 주워 담던 주부들은 인근 상권의 할인 경쟁을 내심 기대하는 눈치였다. “벌써 농협에서 생수 페트병 6개에 1800원 전단이 붙었다”며 다음번 쇼핑 장소를 논의하기에 바빴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오프라인 매장 왜?  

 2030을 잡기 위해 행사중인 '견과류 특화매장'도 생각보다 한산했다. 배정원 기자

2030을 잡기 위해 행사중인 '견과류 특화매장'도 생각보다 한산했다. 배정원 기자

이마트의 신규 매장 오픈은 2018년 12월 경기 의왕점 이후로 1년 7개월 만이다. 대형마트 업종 전체로 봐도 지난해 1월 개점한 롯데마트 이천점 이후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모두 신규 출점이 전무했으니 1년 6개월만이다.
 
신촌점은 그랜드백화점 지하의 그랜드마트가 영업하던 자리다. 연면적 1884㎡(570평) 규모로, 일반 대형마트 (3000㎡ 이상)의 절반 수준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일부 안되는 매장은 없애더라도, 앞으로도 잘 될만한 곳에는 신규 매장을 내겠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유통업계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로 대형마트 기업들이 경영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 이마트가 신규 매장 출점에 나선 것을 주목하고 있다. 경쟁사인 롯데마트는 이달 중으로 신영통점, 천안점, 의정부점, VIC 킨텍스점을 폐점하는데 이어, 하반기에 13개 점을 추가로 없애는 등 몸집을 줄이고 있다. 홈플러스 역시 경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매장 정리에 나서는 등 자산 유동화를 진행 중이다.  
 

최초 대형마트에 들뜬 주민들  

이마트 신촌점 지하2층의 노브랜드 매장은 상대적으로 한산했다. 배정원 기자

이마트 신촌점 지하2층의 노브랜드 매장은 상대적으로 한산했다. 배정원 기자

부동산·유통 전문가들도 이마트 신촌점에 몰린 시니어 고객에 의외라는 반응이다. 양해근 삼성증권 부동산팀장은 “원래 신촌역 인근은 20대 초반 젊은 상권으로 알려졌지만, 생각보다 동교동·서교동 등에 토박이로 살던 고령층 주민도 많다”며 “이들의 수요를 그동안 현대백화점이 독점해왔기 때문에 새로운 장보기 공간 등장에 좋은 반응을 보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인근에 마땅한 대형마트가 없다는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이마트 신촌점에서 인접한 대형마트로는 합정동 메세나폴리스에 위치한 홈플러스와 공덕역 인근의 이마트 공덕점이 있다. 이마트 신촌점에서 두 매장 간 거리는 2㎞가량이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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