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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달러 디커플링 대비하라” 미중 결별 암시한 中관리 논문

중앙일보 2020.07.18 05:00
6일 미 해군 니미츠 항모 강습단과 로널드 레이건 항모 강습단 두 척이 남중국해에서 훈련을 펼치고 있다. 항모 레이건함의 함장인 조지 위코프 제독은 ’이번 훈련의 목적은 지역 안보와 안정을 위해 미국의 파트너와 동맹국에게 분명한 신호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미 해군 제공

6일 미 해군 니미츠 항모 강습단과 로널드 레이건 항모 강습단 두 척이 남중국해에서 훈련을 펼치고 있다. 항모 레이건함의 함장인 조지 위코프 제독은 ’이번 훈련의 목적은 지역 안보와 안정을 위해 미국의 파트너와 동맹국에게 분명한 신호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미 해군 제공

 미국 정부가 중국 공산당 당원과 가족 2억7000여만명의 비자 금지를 추진 중이라고 미국 뉴욕타임스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남중국해에서는 미 7함대 소속 항모 레이건함과 니미츠함이 동시에 훈련을 하고, 중국 해군은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서해에서 실전연습에 돌입했다.  
미·중 대치가 일촉즉발인 가운데 전직 중국 고위 외교관이 글로벌 산업 서플라이 체인의 단절, 인민폐와 미 달러화의 디커플링에 따른 블록화 등을 전망한 논문이 관영 매체에 게재됐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에 중국 국민에게 미·중 관계의 완전한 단절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전직 대사 싱크탱크 기관지에
미·중 전면전, 공급체인 단절
코로나, 식량위기, 테러 경고
미·중 수교 이전으로 회귀 우려

저우리(周力·65) 전 중앙 대외연락부 부부장 [인민망 캡처]

저우리(周力·65) 전 중앙 대외연락부 부부장 [인민망 캡처]

정당 외교를 관장하는 중앙 대외연락부의 저우리(周力·65) 전 부부장은 지난달 22일 중국 최고 싱크탱크인 중국사회과학원 기관지 ‘중국사회과학보’에 ‘대외 환경변화에 적극적이고 주동적으로 대비하라’는 논문의 요약본을 게재했다. 이어 국수주의 신문 환구시보가 이달 3일 인터넷판에 전문을 게재했다. 저우리 전 부부장은 카자흐스탄 대사를 역임한 차관급 고위 외교관으로 현재 인민대 중양(重陽)금융연구원의 고급연구원 겸 중러인문교류연구센터 주임을 맡고 있다. 기밀 정보에 가까운 민감한 내용이 공개되면서 중화권 매체와 외신들은 중국 수뇌부가 이미 미·중 관계의 전면적 단절을 이미 상정하고 대비에 들어갔다고 분석했다.
저우리가 상정한 6대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하나, 미국과의 관계 악화가 빨라져 투쟁이 전면전으로 격화할 것을 대비하라.  
둘, 외부 수요 위축과 산업 사슬 및 서플라이체인의 단절을 준비하라.
셋, 코로나19 사태가 일상화되고 바이러스와 인류의 장기 공존을 대비하라.  
넷, 미 달러 패권으로부터 벗어나 위안화와 달러의 ‘디커플링’ 실현을 대비하라.  
다섯, 전 지구적 규모의 식량 위기 폭발에 대비하라.  
여섯, 국제 테러조직의 부활에 대비하라.”
저우 전 부부장은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펼쳐온 세계 무역기구(WTO)내 개발도상국 지위 박탈 요구, 화웨이 제재, 중국 국영 매체에 대한 외국사절단 지정, ‘타이베이 법안’ 발효, 거액의 코로나 배상 요구, 위구르 인권법  등을 열거하며 미·중 간 ‘관계 단절’ 가능성까지 암시했다. 미국의 지속적인 공세의 수위가 더욱 높아질 것을 의식한 대목이다.
저우 부부장은 대외 무역과 관련해 1930년대 ‘대공황’이래 가장 최악의 상황이라고 지적하고, 중국 중심의 역내 산업 체인 구축을 강조했다. 그는 국제적인 생산과 물류의 정체가 중국의 경제 성장 및 고용시장에 미칠 압박을 우려하며, 중국 시장 중심의 역내 산업 사슬을 구축하여 자국 중심의 경제 ‘대순환’ 과 국내외 중심 ‘쌍순환’ 실현을 강조했다. 이는 류허(劉鶴) 부총리가 지난달 18일 12회 루자쭈이(陸家嘴)포럼 개막식 축사에서 “내순환을 위주로 하고 국제·국내 상호촉진하는 쌍순환 발전이라는 새로운 구조가 형성 중”이라는 발언과 일맥상통한다. 최근 몇 년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발언이 잦아지는 마오쩌둥의 “자력갱생(自力更生)”을 떠올리는 용어이기도 하다. 저우리가 묘사한 서플라이체인의 단절, 미·중 화폐의 디커플링, 식량 위기는 시진핑 주석이 지난해 1월 중앙 당교 연설에서 “블랙스완 사건을 경계하고, 회색 코뿔소 사건을 방지해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전략적 주동전을 펼쳐라”는 주문과 같은 맥락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중국 전문 칼럼니스트인 나카자와 가쓰지(中沢克二) 편집위원은 저우리 부부장의 언급에 대해 중국이 만약 자국 중심의 역내 경제를 구축하는데 몰두하여 고립을 선택한다면, 중국 경제가 WTO 가입 이전 시절로 후퇴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상황이 더 심각해질 경우 미·중 관계가 냉전 시대인 1979년 수교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미·중 디커플링 대비를 촉구한 저우리 전 대외연락부 부부장의 ’대외 환경변화에 적극적이고 주동적으로 대비하라’ 글이 게재된 지난 6월 22일자 ‘중국사회과학보’ 지면. [중국사회과학원 홈페이지 캡처]

미·중 디커플링 대비를 촉구한 저우리 전 대외연락부 부부장의 ’대외 환경변화에 적극적이고 주동적으로 대비하라’ 글이 게재된 지난 6월 22일자 ‘중국사회과학보’ 지면. [중국사회과학원 홈페이지 캡처]

저우리 부부장이 이 시점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를 제시한 데 대한 해석은 엇갈린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비한 예방주사 차원이라는 해석과 갑작스러운 미·중 디커플링 사태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하나다. 또 공산당에 충성심을 보여준 충언이라는 해석과 앞으로 다가올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기 위한 애국심 고취용이라는 해석도 있다. 또, 미·중 단절은 허상에 가깝다는 냉소적 반응과 함께 통제 불능 상태인 중국의 리더십에 대한 불만 표시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중은 저우리 부부장의 예언처럼 결별 수순에 들어갈 것인지, 중국은 어떤 대미 정책을 펼칠 것 인지저우리 부부장의 묵시론적 예언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미·중 관계에 해답보다 더 많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사공관숙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연구원=sakong.kwans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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