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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 바위가 없다…휴가지 된 유배지, 거문도의 눈물

중앙선데이 2020.07.18 00:21 695호 8면 지면보기
청정지역이자 어종의 보고 거문도. 하지만 그곳 갯바위는 성한 곳이 없다. 사람이 발 디딤 할 수 있거나 앉아 있을 수 있는 곳이라면 구멍이 나 있다. 그곳에 납이 채워져 있다. 볼트가 박혀 있다. 갯바위 밑 바닷물 속은 플라스틱병이 뒹굴고 있다. 낚싯줄은 멸종위기 산호와 해송을 휘감고 있다. 거문도는 임병찬(1851~1916)이 유배 간 곳이다. 휴가지로 뜬 유배지다. 하지만 휴가지는 항상 훼손의 부작용을 안고 있다. 거문도는 그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곳을 지난 9일 찾았다.
전남 여수 거문도의 갯바위는 드릴로 뚫은 구멍들이 숭숭 나 있다. 볼트도 박혀 있고 납도 채워져 있다. 김홍준 기자

전남 여수 거문도의 갯바위는 드릴로 뚫은 구멍들이 숭숭 나 있다. 볼트도 박혀 있고 납도 채워져 있다. 김홍준 기자

거문도 바닷속에서 낚시 쓰레기에 뒤엉킨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이자 천연기념물인 해송. [사진 국시모]

거문도 바닷속에서 낚시 쓰레기에 뒤엉킨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이자 천연기념물인 해송. [사진 국시모]

“지역경제 살리기가 아니라 지역 환경 죽이기죠.”

갯바위 곳곳에 낚시용 구멍 숭숭
바닷속엔 각종 플라스틱병 뒤범벅

코로나로 출입 제한해도 몰려와
주민들 곳곳에 버린 쓰레기 수거
“환경 훼손, 거문도만의 문제 아냐”

 
전남 여수 거문도에서 25년째 고기를 잡으며 낚싯배를 몰고 있는 배재성(57)씨는 낚시꾼들이 늘자 오히려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그는 “갯바위에 내려선 낚시꾼들은 드릴로 구멍부터 뚫는다”며 “자신들이 파도에 휩쓸리는 것을 막기 위한 볼트를 설치하기 위해, 낚싯대를 거치할 곳을 마련하기 위해 그러는 것”이라고 말했다.
 
거문도는 130여 년 전에는 남진하려는 러시아를 막을 영국의 전략적 거점이었다. 영국 엘리자베스 2세가 1999년 방한했을 때 찾으려고 했던 섬이다. 임병찬은 독립의군부를 만들어 독립선언을 꾀했지만, 일제에 체포돼 이곳에 유배됐다. 단식투쟁 끝에 거문도에서 생을 마쳤다. 
지난 7월 9일 거문도 갯바위에서의 낚시꾼들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다. 김홍준 기자

지난 7월 9일 거문도 갯바위에서의 낚시꾼들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다. 김홍준 기자

거문도는 무엇보다 청정지역이다.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의 일부분으로 자연공원법의 보호를 받고 있다. 거문도 어민들은 “붉바리·다금바리·돌돔·홍어·갈치 등 어종의 보고(寶庫)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으로 산다”고 말한다. 거문도의 ‘삼백냥’이란 지역은 하루에 300냥 어치 고기를 잡을 수 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기도 하다. 게다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한 명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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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속살을 들여다본 거문도는 참담했다. 거문도의 눈물이다. 지난 9일, 자리가 빈 갯바위 몇 곳에 올랐다. 자리가 비었다는 것은 인기가 떨어지는 터라는 얘기다. 그런데도 6㎡ 정도 되는 너비의 평평한 갯바위에는 구멍이 20여개 나 있었다. 다른 갯바위들도 마찬가지였다. 구멍은 예리하게 파였다. 납으로 채워진 것도 있었고 공업용 볼트가 박혀 있기도 했다. 녹슨 건전지도, 부러진 낚싯대도 갯바위 틈에 박혀 있었다.
  
# 낚시 예능 무대 된 뒤 낚시꾼 몰려
거문도 갯바위 밑에 쌓인 플라스틱병. [사진 국시모]

거문도 갯바위 밑에 쌓인 플라스틱병. [사진 국시모]

거문도는 지난해 한 낚시 관련 예능프로그램의 무대가 됐다. 이후 낚시꾼들이 급격히 늘어났다고 한다. 올 봄에도 거문도편이 방영됐다. 이 프로그램이 방영을 시작한 2017년부터 낚시 인구가 급증했다. 2018년 낚시 인구는 2010년보다 약 200만 명 늘어난 850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들 중 일부가 거문도를 훼손하고 있다. 바위에 구멍을 내는 것으로 모자라 사용이 제한된 납봉을 박았다. 납은 수산물에 심각한 폐해를 주고 결국 사람이 수산물을 섭취해 신체에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양수민 국립공원공단 과장은 "한려해상국립공원 통영·거제 지구에서만 지난 3년간 이런 납을 3톤이나 수거했다”고 밝혔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자연공원법 27조는 자연공원의 형상을 해치거나 공원시설을 해치는 행위를 금하고 있다. 어기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바닷속은 더 처참하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둔한진총산호는 낚싯줄에 꽁꽁 묶였다. 천연기념물인 해송은 낚시 쓰레기에 버무려져 있었다. 갯바위 바로 밑 수중엔 온갖 플라스틱병이 난무했다.
  
# 국립공원에서 낚시 가능 여부 모호
바닷속에 버려진 플라스틱 인공미끼를 다이버가 수거하고 있다. [사진 국시모]

바닷속에 버려진 플라스틱 인공미끼를 다이버가 수거하고 있다. [사진 국시모]

해상·해안 국립공원에서 낚시가 가능한지도 논란이다. 자연공원법은 국립공원 내 해중동물을 포함한 야생동물을 잡는 행위는 행위 허가대상으로 벌칙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같은 법 단서와 시행령에는 자연환경의 훼손이나 공중의 이용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염려가 없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허가 없이 낚시가 가능하다고 했다. 정인철 사무국장은 “상충하는 법률로 낚시 행위 가능 여부에 대한 자의적, 주관적 판단이 설 수 있다”며 “법을 확실하게 정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쓰레기도 문제다. 거문도의 배민재 어촌계장은 “코로나19 때문에 지난 3월부터 두 달간 낚시 행위를 자제해 달라고 했는데, 여수·고흥·녹동에서 직접 배를 타고 와 고기를 낚아 가더라”며 “우리 섬에 들어오는 돈 한 푼 없이 남는 것은 그들이 버린 쓰레기뿐”이라고 말했다. 
 
해상·해안 국립공원은 다도해를 포함해 태안, 한려해상까지 3곳이다.  22개 국립공원 중 59%인 3972㎢가 육상이고 41%인 2754㎢가 해상공원이다. 육상과 해상을 겸한 변산반도 국립공원까지 포함하면 해상공원은 전체 국립공원의 절반에 육박한다. 이 4곳에서의 지난해 쓰레기 수거량은 전체 국립공원의 28%에 달한다. 배성우 국시모 집행위원은 “그나마 쓰레기 치울 엄두도 못 내는 해안은 그냥 놔두고 있어서 수치가 적게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7월 9일 전남 여수 거문도에서 살펴본 한 갯바위. 드릴로 구멍이 뚫리다가 바위가 아예 갈라졌다. 김홍준 기자

지난 7월 9일 전남 여수 거문도에서 살펴본 한 갯바위. 드릴로 구멍이 뚫리다가 바위가 아예 갈라졌다. 김홍준 기자

국립공원공단 관계자는 “해상·해안 국립공원 내 섬 지역에서의 낚시행위에 대한 상시 단속은 어렵다”며 “계도·홍보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했다.

 
거문도의 눈물은 거문도에 국한된 게 아니다. 거문도를 찾은 지난 9일만의 모습도 아니다. 정인철 사무국장은 “거문도의 실상은 우리나라 모든 섬의 현실”이라며 “더 늦기 전에 특단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홍준 기자 rim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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