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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다 일어나도 퍼펙트 커브…류현진, 미니 시즌이 반갑다

중앙선데이 2020.07.18 00:20 695호 25면 지면보기

24일 MLB 개막, 팀당 60경기

게임이 다시 시작된다. 2020시즌 메이저리그(MLB)가 24일(한국시각) 막을 올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여파로 개막이 늦어졌다. MLB 사무국은 올 시즌 팀당 60경기만 하기로 결정했다. ‘미니 시즌’이라 할 만하다. 류현진(33)·추신수(38) 등 한국인 메이저리거들도 ‘여름잠’에서 깨어나 새 시즌을 맞이한다.

류현진
단기간에는 압도적 능력 발휘
25일 탬파베이와 개막전 선발

추신수
20번째 시즌, 재계약 열쇠는 성적
기간 짧아 체력적으로 부담 적어

김광현
마무리 힉스, 코로나 이유로 불참
세인트루이스 선발 진입 기회

최지만
탬파베이 1루수·지명타자 출격
류현진과 첫 투타 대결 기대감

  
코로나19로 연기된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가 다음 주 개막한다. 안전을 걱정해 불참하는 선수도 있지만,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은 정상적으로 시즌에 참여하기로 했다. 류현진, 추신수, 김광현, 최지만(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연합뉴스, AP=연합뉴스]

코로나19로 연기된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가 다음 주 개막한다. 안전을 걱정해 불참하는 선수도 있지만,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은 정상적으로 시즌에 참여하기로 했다. 류현진, 추신수, 김광현, 최지만(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연합뉴스, AP=연합뉴스]

#지난해까지 LA다저스 유니폼을 입었던 류현진은 올 시즌 토론토 블루제이스 유니폼을 입고 뛴다. 4년간 8000만 달러(약 960억원)를 받는 조건으로 팀을 옮겼다. 30대 중반의 류현진에게는 큰 도전이다. 이른바 ‘지옥의 알동’이라 불리는 아메리칸리그(AL) 동부지구에서 기라성 같은 강타자들과 정면 승부를 펼쳐야 하기 때문이다.

 
토론토가 소속된 AL 동부지구엔 최다 우승(27회)을 자랑하는 명문 구단 뉴욕 양키스가 버티고 있다. 양키스의 오랜 라이벌이자 21세기 최다 우승팀(4회)인 보스턴 레드삭스도 만만찮다. 최지만(29)이 뛰고 있는 탬파베이 레이스도 만만찮다. 류현진은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 J.D 마르티네스(보스턴), 오스틴 메도우(탬파베이) 등 강타자와의 대결에서 승리해야 한다.

 
주변 환경도 녹록지 않다. 류현진은 지난해까지는 구장이 크고, 파울 지역이 넓어 투수에게 유리했던 다저스타디움을 홈구장으로 썼다. 이젠 로저스센터, 펜웨이파크, 오리올 파크 등 타자 친화적인 구장에서 경기를 해야 한다. 더구나 내셔널리그와 달리 아메리칸리그엔 지명타자 제도가 있다.

 
시즌 준비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토론토는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전지훈련을 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훈련을 중단했다. 그러는 사이 미국과 캐나다 사이의 국경이 막혔고, 류현진은 어쩔 수 없이 가족과 함께 미국에 머물며 혼자 훈련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캐나다로 넘어갔지만, 아내와 태어난 지 2개월 된 딸과는 떨어져 지내야 한다.

 
그런데도 류현진의 표정은 밝다. 지난 14일 팀 청백전에 첫선을 보인 류현진은 5이닝 4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삼진 4개를 빼앗았고, 볼넷은 하나도 없었다. 토론토 주전 포수 대니 잰슨은 “류현진은 자다 일어나서 던져도 체인지업과 커브를 정확하게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MLB닷컴은 “토론토가 장기 레이스에선 약해질 때도 있지만, 단기간엔 압도적인 투수 류현진과 계약했다. 류현진은 팀당 60경기를 치르는 단축 시즌에 걸맞은 최적의 투수”라고 평가했다.

 
토론토는 25일 오전 7시 40분 탬파베이 레이스와 개막전을 치른다. 개막전 선발은 당연히 에이스인 류현진이 맡는다. 다저스에서 뛰었던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개막전 선발 등판이다. 류현진은 “개막전 등판 준비에 집중하고 있다. 올 시즌엔 경험해보지 못한 생소한 상황이 많지만, 잘 적응하는 게 우선”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류현진이 홈구장 로저스센터에서 데뷔전을 치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캐나다 정부가 메이저리그 원정팀 선수들의 입국을 허가할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텍사스 레인저스의 베테랑 추신수는 미국에서 20번째 시즌을 맞는다. 2000년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했던 그는 어느덧 팀 내 최고참 선수가 됐다. 2014년 텍사스와 7년 계약(1억3000만 달러, 약 1570억원)을 맺었기에 올 시즌이 텍사스 유니폼을 입고 뛰는 마지막 해가 될 수도 있다. 지난 13일 만 38세가 된 추신수는 현역 연장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현지 언론과 화상 인터뷰를 통해 “시즌마다 생각하지만, 항상 나 자신을 믿는다. 앞으로 몇 년은 더 뛸 수 있다”며 “아직 거취를 정하지 못했지만, 텍사스가 아니라면 뛰고 싶지 않다”고 했다.

 
추신수는 최근 3시즌 연속 20홈런 이상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엔 데뷔 후 최다인 24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MLB닷컴은 추신수가 올 시즌에도 1번 타자를 맡을 것으로 예상했다. 텍사스 구단 역시 추신수에게 호의적이다. 추신수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마이너리그 선수들에게 사재를 털어 경제적 지원을 하는 등 팀 내 리더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텍사스 구단도 추신수와의 재계약에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건은 역시 올해 성적이다. 신시내티 레즈 시절인 2013년을 정점으로 추신수의 경기력이 떨어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래도 그는 타격 폼을 꾸준히 고치면서 장타력을 길렀다. 출루율도 3할7푼대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매년 삼진이 늘어나는 건 좋지 못한 신호다. 수비와 주루 역시 전성기에 못 미친다. 그런 점에서 체력적으로 큰 부담이 없는 단축 시즌은 추신수에게 좋은 기회다.

  
#김광현(32)은 설레는 마음으로 메이저리그 데뷔를 준비 중이다. 특히 그는 2월 스프링캠프에서 4경기에 나와 무실점(8이닝 5피안타 11탈삼진)의 좋은 성적을 거뒀다. 현지 언론도 김광현을 선발 후보로 꼽았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모든 상황을 바꿔놓았다. 부상 탓에 시즌 초 합류가 어려웠던 마일스 마이콜라스가 돌아오면서 선발 자리가 사라졌다.

 
김광현은 가족을 한국에 두고 통역과 둘이서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가 운동하지 않을 때 가장 많이 했던 일은 ‘잠자기’였다. 한국으로 돌아와 개인훈련을 하는 것도 고려했지만, 포기했다. 미국 진출 첫해인 데다 언제 국경이 다시 막힐지 몰랐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 프로야구에선 쿠바 출신 선수들이 시즌 개막에 맞춰 돌아오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김광현은 미국에 남아 피칭을 가다듬었다. 구단의 배려로 팀 동료 애덤 웨인라이트와 함께 연고지 세인트루이스에서 훈련을 이어갔다. 웨인라이트는 베테랑이자 주축 투수다. 김광현은 “웨인라이트는 메이저리그 30개 구장에서 모두 던져본 노련한 투수다. 많은 조언을 해줬다”고 했다.

 
김광현의 선발 진입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 하지만 기회는 있다. 세인트루이스 마무리 조던 힉스가 코로나19를 이유로 시즌 불참을 선언했다. 지난 시즌 마무리를 맡았고, 올 시즌 선발로 복귀하려 했던 카를로스 마르티네스가 다시 마무리를 맡는다면 김광현에게 선발 기회가 온다. 나머지 네 명의 투수가 오른손 투수라는 부분도 김광현에겐 이점이다. 김광현은 17일 자체 청백전에서 5이닝 1피안타 1볼넷 5탈삼진 호투를 펼쳐 코칭스태프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구원투수로 시즌을 시작해도 ‘예비 선발 1순위’는 김광현의 차지다.

  
#빅리그 5년 차 최지만은 탬파베이에서 세 번째 시즌을 맞는다. 최지만은 마이너리그 시절 시애틀 매리너스를 시작으로 여러 팀을 옮겨 다녔다. 하지만 2018년 탬파베이 이적 후 입지가 탄탄해졌다. 특히 지난해엔 주전 1루수로 도약했다. 127경기에서 타율 0.261 19홈런 63타점을 올렸다. 올 시즌에도 그는 1루수 및 지명타자로 나선다. 최지만은 개막전에서 동산고 4년 선배인 류현진과 투타 대결을 펼칠 수도 있다. 두 선수는 아직 공식 경기에서 만난 적이 없다.

 
코로나19 여파로 MLB 개막이 늦어지면서 아예 시즌을 포기한 선수도 있다. MLB는 한시적으로 몇 가지 제도를 도입했다. 대표적인 게 대진 방식이다. 선수들의 이동을 최소화하기 위해 같은 지구의 팀하고만 대결한다. 예를 들어 토론토는 같은 AL 동부지구의 양키스, 보스턴, 탬파베이,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각각 10차례씩 싸운다. 그리고 NL 동부지구 5팀과 총 20번의 인터리그 경기를 한다. 같은 리그지만 지구가 다른 추신수의 텍사스(AL 서부지구)와는 만나지 않는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올스타전은 2차 세계대전으로 취소됐던 1945년 이후 75년 만에 열리지 않는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은 종전과 같은 방식으로 치러진다.

 
코로나19의 여파로 NL도 올 시즌에 한해 지명타자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투수들이 타격하는 모습은 보기 힘들어졌다. 무제한 연장전 대신 승부치기 제도를 도입했다. 10회부터는 무사 2루로 시작한다. KBO리그와 마찬가지로 5회 이전에 우천 중단될 경우 서스펜디드 게임이 된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침 뱉기, 하이파이브, 포옹, 벤치 클리어링 등은 금지된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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