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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라드 칼럼] 북한에는 정말 별일이 없는 걸까

중앙일보 2020.07.17 00:39 종합 29면 지면보기
존 에버라드 전 평양 주재 영국대사

존 에버라드 전 평양 주재 영국대사

최근의 북한 행보에 대한 두 가지 해석이 있다. 북한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상태라는 것과 북한 내에 모종의 정치적 변화가 있다는 것이다. 전자는 북한이 대남 군사 위협,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을 동원해 한국과 미국에 대한 적대감을 표시하고 나서 결국은 미국과의 대화를 재개할 뜻을 보였다는 해석이다. 이것이 맞는다면 북한은 김여정 제1부부장의 담화 발표를 통해 긴장감을 끌어올린 뒤 6월 24일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군사행동 보류 명령으로 다시 분위기를 완화하는 전형적인 치고 빠지기 수법을 사용했거나, 북한 정권이 그들의 위태로운 입지를 깨닫고 갑작스레 방향 전환을 시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행보, 협상 전략일 수 있지만
내부 권력 투쟁 가능성 배제 못해

이 해석의 근거로는 북한 정권이 직면한 두 가지 난제, 코로나19와 경제 문제를 들 수 있다. 최근 개최된 북한 정치국 확대회의에서는 코로나19 국가 비상방역 문제를 주로 다뤘고, 김 위원장은 방역 관리 소홀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섣부른 방역 조치 완화는 상상할 수도, 만회할 수도 없는 치명적인 위기를 초래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북한에 코로나19 확진자가 한 사람도 없었다는 주장은 거짓이겠지만, 국경 폐쇄가 실제로 바이러스 확산을 중단시킨 듯하다.
 
이 해석이 사실에 부합한다면 북한은 한국과 신경전을 벌일 때가 아니라고 결정한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2018년 판문점 선언에서 언급한 남북협력 프로젝트를 앞장서서 추진할 수 없고, 지금 북한 경제에 도움을 주기도 어렵다. 북한은 중국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지원은 모두 받았을 것이고, 러시아는 다른 나라를 지원할 형편이 아니다. 그래서 북한은 그들을 도울 수 있는 유일한 나라인 미국으로 시선을 돌렸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반면 후자의 관점을 택하면 최근의 북한 상황은 완전히 다르게 보인다. 6월 내내 김여정 제1부부장은 새로운 주도 세력으로서 한국 정부를 향해 강경한 발언을 쏟아냈고, 스스로 북한군에 명령을 내려 국방위원장인 오빠의 권위를 훼손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나선 뒤에야 김 부부장의 행보가 멈췄다. 김 위원장은 여동생의 발언을 공개적으로 철회했다. 그리고 7월 8일 김일성 주석 사망 26주기를 맞아 금수산 궁전에 갔다. 이는 김 위원장의 4월 태양절 참배 불참 이후 그의 지위를 다시금 확고히 드러내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김 위원장과 동행한 참배자 명단의 첫 번째 이름은 최용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다. 그는 김 위원장의 오랜 우군으로서, 김 위원장의 공식 일정에 자주 동행했으나 4월부터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여정 부부장도 금수산 궁전 참배에 참석했으나 사진을 보면 멀찍이 뒤편에 자리해 얼굴이 반쯤 가려져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그 자신이 다시 실권을 잡았고 자기편인 최용해도 원래 자리로 복귀했다는 사실을 북한 주민들에게 보여주려 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이틀 뒤 김여정 부부장은 담화를 발표했다. 김 부부장이 외관상으로는 김 위원장에게 존경을 표하고 있지만, ‘앞으로의 정상회담은 무익하고, 미국은 신뢰할 수 없는 적이며, 북한은 미국의 위협에 대비해 스스로 군사력을 갖춰야 한다’며 은연중에 김 위원장의 대미 외교정책을 공격하고 있다. 김 부부장은 김 위원장이 하노이 정상회담 실패의 원인을 부분적으로 자신에게 돌리며 모욕한 일을 기억하고 슬그머니 미소를 지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김 부부장은 대미 협상에서 취해야 할 입장을 상술함으로써 자신이 북미 관계의 새로운 주도 세력인 것처럼 행동했다.
 
북한이 단순히 협상용 전략을 택한 것일까, 아니면 백두혈통 출신인 두 사람이 싸우고 있는 것일까? 대부분의 전문가는 전자의 관점을 따르지만, 후자 역시 간과할 수는 없다. 만일 후자가 옳다면 북한은 지금 격변과 혼돈의 시대에 놓여있다.
 
존 에버라드 전 평양 주재 영국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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