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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 “빅리그서 긴 머리 휘날리며 뛰고 싶다”

중앙일보 2020.07.17 00:03 경제 6면 지면보기
독일에서 돌아온 뒤 고향 울산에서 2주 자가격리를 마치고 서울 미용실을 다녀온 이재성. 단발머리 미드필더 루카 모드리치(레알 마드리드)를 닮았다. 장진영 기자

독일에서 돌아온 뒤 고향 울산에서 2주 자가격리를 마치고 서울 미용실을 다녀온 이재성. 단발머리 미드필더 루카 모드리치(레알 마드리드)를 닮았다. 장진영 기자

 
“오랜만에 햇볕을 쬐니 행복하네요.”

골잡이 변신한 축구대표팀 미드필더
독일 홀슈타인 킬서 10골 8도움
크리스탈 팰리스 등 여러 팀 관심
“뛸 수 있고 나를 원하는 팀 1순위”

 
15일 서울 합정동에서 만난 이재성(28·홀슈타인 킬)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2(2부리그) 2019-20시즌을 마친 이재성은 지난달 30일 귀국했다. 곧장 고향 울산에 있는 보건소를 방문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음성. 2주간의 자가격리를 14일에 마쳤다.
 
이재성은 “독일에서 시즌 중에 코로나 검사를 매주 2~3번씩, 총 10번 받았다. 긴 면봉을 입과 코 안쪽에 넣어 검체를 채취한다. 한국은 좀 더 깊숙히 넣더라. (검사받을 때) 눈물이 조금 났다”며 웃었다. 3월 독일에서도 자가격리를 경험한 이재성은 “두 번째라 익숙했다. 울산집 옥탑방에서 홀로 지냈다. 어머니가 음식을 방 앞에 놓아주셨다. 독일에서 먹고 싶던 치킨과 치즈볼도 먹었다. 실내자전거로 운동하고, TV로 축구 중계를 봤다. 지난 주말 친형(강원 이재권)이 골 넣는 장면도 라이브로 봤다”고 했다.
독일에서 돌아온 뒤 고향 울산에서 2주 자가격리를 마치고 서울 미용실을 다녀온 이재성. 단발머리 미드필더 루카 모드리치(레알 마드리드)를 닮았다. 장진영 기자

독일에서 돌아온 뒤 고향 울산에서 2주 자가격리를 마치고 서울 미용실을 다녀온 이재성. 단발머리 미드필더 루카 모드리치(레알 마드리드)를 닮았다. 장진영 기자

 
올시즌 이재성은 긴 머리를 휘날리며 뛰었다. 코로나19 여파로 독일 미용실이 문을 닫아 머리를 자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부터 7개월간 길렀더니, 머리카락이 목을 덮었다. “인터뷰를 앞두고 서울 단골 미용실에 다녀왔다”는 그는 긴 머리에 웨이브를 넣어 한결 깔끔해진 모습이었다. 이재성은 “가족과 지인들은 (불편하다며) 만류하지만, 적어도 1년 정도는 헤어스타일을 유지할 생각이다. (나 자신을 관리하며) 절제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어서다. 안정환 선배처럼 묶어보고도 싶다”고 했다.
 
이재성은 올 시즌 소속팀의 에이스였다. 정규리그와 컵대회를 통틀어 10골·8도움(33경기)을 올렸다. 홈 팬들은 “리(LEE)”를 외치며 열광했다. K리그 전북 현대에서 미드필더로 MVP를 받았지만, 독일에선 주로 최전방 공격수로 나섰다.
 
이재성은 “고3 때 왕중왕전 득점왕에 오른 이후로 스트라이커는 처음이다. ‘골을 넣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컸다. (23년째 공격수로 뛰는) 전북 (이)동국이 형이 대단하다고 다시금 느꼈다”고 했다. 이어 “패스워크를 앞세운 팀 전술이 나와 잘 맞았다. K리그에선 드리블을 많이 했는데, 독일에선 자제했다. 패스 위주로 영리하게 간결하게, 힘을 빼고 뛰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분데스리가 재개 첫 경기에서 골을 터트린 이재성이 덕분에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5월 분데스리가 재개 첫 경기에서 골을 터트린 이재성이 덕분에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EPA=연합뉴스]

 
홀슈타인 킬과 이재성의 계약은 내년 6월에 끝난다. 새 도전을 원하는 선수에게도, 이적료 수입이 필요한 팀에게도 올여름이 결별의 적기다. 이재성은 영국 에이전시 USM(유니크 스포츠 매니지먼트)과 계약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크리스탈 팰리스와 중위권 팀, 독일 분데스리가 1부 팀 등과 협상 중이다. 1부리그 승격이 좌절된 독일 함부르크도 관심을 보였지만, 이재성측에서 고사했다. 벨기에 안더레흐트는 리그 8위에 그치며 유럽클럽대항전 출전권을 놓쳐 고려대상에서 제외했다.
 
이재성은 “뛸 수 있는 팀, 감독이 나를 원하는 팀 위주로 찾고 있다. 가급적 1부리그 클럽에 가고 싶다. 유럽클럽대항전에 나갈 수 있다면 더 좋다”고 했다. 빅리그 진출 가능성에 대해 묻자 그는 “분데스리가와 프리미어리그, 프리메라리가(스페인) 정도를 염두에 두고 있다. 더 높고 큰 무대에서 내 기량을 펼쳐보이며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다. (에이전트인) 큰 형이 영국 파트너와 소통하며 잘 진행하고 있어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공부한 큰형 이재혁 SJ스포츠 CEO는 “재성이의 도전 목표 1순위는 프리미어리그지만, 선수가 행복하게 뛸 수 있는 팀을 찾기 위해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프리미어리그 구단 크리스탈 팰리스의 경우, 사령탑 로이 호지슨 감독이 과거 한국인 설기현과 이청용에게 충분한 기회를 주지 않은 점까지 고려해 협상 중이다.
 
이재성은 당분간 국내에 머물며 휴식을 취할 계획이다. 그는 “친구와 제주도에 가서 한라산을 오를 예정이다. 친정팀 전북을 방문해 옛 동료들, 직원들, 클럽하우스 이모님들께 인사드릴 계획도 있다. 전북이 울산 현대와 우승 경쟁 중인데, 고향은 울산이지만 응원하는 팀은 당연히 프로 진출 길을 열어준 전북이다. 갈수록 점점 더 강해지는 전북이 대기록(K리그 4연패)를 세울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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