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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재명 ‘무죄 취지’ 판결, 유권자 부담 커졌다

중앙일보 2020.07.17 00:02 종합 30면 지면보기
대법원이 어제 이재명 경기지사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 위반 사건 관련 상고심에서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이번 판결은 공직 후보자를 선출하기 위한 선거방송 토론회에 참가한 후보자의 발언에 대해 대법원이 신중한 처벌을 주문함으로써 표현의 자유를 넓게 인정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허위사실 공표 관련, 표현의 자유 폭넓게 인정
선거방송 토론회 악용 후보 견제 장치 있어야

다만 갈수록 미디어 선거가 확대되고 선거방송 토론회가 유권자의 판단에 큰 영향을 주는 흐름에 비춰볼 때 앞으로 일부 무자격 후보자들이 방송 토론을 악용할 우려도 커져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이번 판결의 최대 쟁점은 2018년 6·13 지방선거 당시 경기도지사 후보자들의 TV 방송 토론회에서 이재명 후보의 발언이 허위사실공표죄에 해당하는지였다. 당시 경쟁자인 김영환 후보가 “(이재명 후보는) 형님(이재선)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하셨죠”라고 묻자 이 후보는 “그런 일 없다”고 부인했다.
 
1심 법원은 허위사실공표죄가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고, 2심은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당시 2심 재판부는 “선거인의 공정한 판단을 그르치게 할 정도로 사실을 왜곡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대법관 13명 중 12명이 참여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은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이 7대 5로 상당히 팽팽하게 갈렸다. 다수의견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고 해석했다. 방송 토론은 제한된 시간에 질문과 답변이 즉흥적으로 이뤄져 표현의 명확성에 한계가 있는 만큼 맥락을 보지 않고 엄격한 법적 책임을 부과하면 처벌의 두려움 때문에 활발한 토론을 하기 어렵다고 봤다. 그러면서 이재명 후보의 당시 발언은 일방적으로 허위사실을 드러내 알리려는 의도에서 적극적으로 반대 사실을 공표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풀이했다.
 
반면에 소수의견은 이재명 후보의 당시 발언에 대해 “진실에 반하는 사실을 공표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유죄라고 봤다. 이어 “허위사실 공표의 범위를 제한한 해석(다수의견)은 자칫 선거의 공정과 정치적 표현의 자유 사이의 균형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이 다수의견으로 이재명 지사에게 면죄부를 줬지만 이번 판결은 앞으로 치를 수많은 선거에 상당한 영향을 줄 전망이다. 무엇보다 거짓말을 진실처럼 교묘하게 포장해 유권자를 현혹하는 불량 후보자가 방송 토론을 혼탁하게 하더라도 적극적인 처벌이 어려워질 수 있다.
 
토론 기술만 좋은 ‘나쁜 후보’가 당선되는 역선택의 위험이 커져 그만큼 옥석을 가려내야 하는 유권자들의 부담이 커졌다. 선거방송을 주관하는 선거관리위원회의 책임도 더 무거워졌다. 이번 대법원 판결 취지를 반영하면서 유권자들의 공정한 선택을 보장할 안전장치를 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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