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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채널A 기자, 5번 협박" 檢 주장, 영장판사들은 갸우뚱

중앙일보 2020.07.16 19:09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진웅)가 15일 '채널A 강요미수 의혹 사건' 이모 전 채널A 기자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에서 이 전 기자가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에게 편지를 보내고, 이 전 대표의 대리인 행세를 한 지모 씨를 만난 일련의 행위를 '협박'으로 판단해 구속 필요성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직 영장전담 판사들은 범죄 혐의 소명에 다툼이 여지가 있고 강요미수가 실형을 선고할만한 중대한 범죄가 아니라는 의견을 냈다. 영장실질심사는 17일 오전 10시 김동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의 심리로 진행된다. 영장 발부 여부는 이르면 이날 중 결정된다.
 
6월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입구에서 열린 채널A 강요미수 의혹 사건 추가고발 기자회견에서 김서중 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공동대표(왼쪽 두 번째)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6월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입구에서 열린 채널A 강요미수 의혹 사건 추가고발 기자회견에서 김서중 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공동대표(왼쪽 두 번째)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본지 취재에 따르면 검찰은 이 전 기자가 지난 2월 14일부터 3월 10일까지 이 전 대표에게 다섯 차례 편지를 보낸 것을 협박으로 봤다. 이 전 대표의 대리인 행세를 한 지씨를 2월 25일과 3월 13일, 3월 22일 세 차례 만난 것도 협박으로 판단하고 있다. 강요미수 혐의가 성립하고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볼 때 구속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직 영장전담 판사들은 현재까지의 검찰 수사로는 이 전 기자의 범죄 혐의 소명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재경지법 영장전담 판사를 지낸 변호사는 "범죄 사건의 소명에 다툼의 소지가 있다"며 "이 전 기자의 강요미수 혐의를 직접 입증할 물증이 필요한데 현재까지 언론에 공개된 이 전 기자가 이 전 대표에게 보낸 서신과 녹취록만으로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봤다.
 
이들은 이 전 기자가 지씨와 만난 3월 13일과 3월 22일에는 지씨가 이 전 기자를 취재하기 위한 언론사 카메라를 대동한 정황이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전 기자의 발언이 이 전 대표 측을 협박하는 성격이 강한지, 지씨가 이 전 기자에게 협박성 발언을 끌어내고 '채증'하는 과정인지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형사소송법은 범죄 혐의가 소명되는 피의자가 일정한 주거가 없거나, 증거인멸 또는 도주의 우려가 있는 경우를 구속사유로 정하고 있다. 여기에 범죄의 중대성을 고려해야 한다. 판사들은 범죄 혐의 소명이 현재까지 수사로는 부족하다고 보는 것이다. 
 
다만 수사팀을 이끄는 정진웅 부장검사가 지난 7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채널A-MBC 보도 관련 사건 수사에 대해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수사 과정에서 다수의 중요 증거를 확보해 실체적 진실에 상당 부분 접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힌 만큼 영장실질심사에서 강요미수 혐의를 직접 입증할 만한 증거가 제시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MBC 본사 전경. 오른쪽은 서울 종로구 서린동에 위치한 채널A 본사 전경. [중앙포토]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MBC 본사 전경. 오른쪽은 서울 종로구 서린동에 위치한 채널A 본사 전경. [중앙포토]

 
전직 판사들은 범죄 사실이 중대하다는 검찰의 판단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의 변호사는 "법원의 실무는 범죄 사실이 향후 재판에서 실형 사안 정도가 돼야 구속한다. 기수도 아닌 강요미수에 그친 범죄로 구속된 사례를 찾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검찰이 이 전 기자가 노트북과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것을 놓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다른 판단을 내놨다. 영장전담 경험이 있는 한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기자'라는 직업의 특수성과 헌법 가치인 언론의 자유도 고려해야 한다. 언론의 자유는 취재원 보호를 전제로 하므로 이 전 기자가 노트북과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것을 증거를 인멸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수사팀은 이 전 기자가 이 전 대표를 상대로 강압적인 취재를 한 배후에 한동훈 검사장과의 공모 또는 교감이 있었던 것으로 의심하고 있지만 아직 공범 관계를 밝히지 못했다. 한 검사장에 대한 소환 조사도 아직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전 기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을 두고 "무리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사팀이 이 전 기자의 범죄 혐의 소명이 목적이라면 한 검사장의 소환 조사를 통해 이 전 기자의 혐의를 입증할 수 가능성이 충분히 열려있는데도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무리수를 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유진 기자 jung.yoojin@joo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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