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재명 형 강제입원 지시 맞지만, 처벌은 불가능하다는 대법

중앙일보 2020.07.16 17:29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한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다가 대법원의 원심 파기환송으로 지사직을 유지하게 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입장을 밝힌 후 지지자들을 향해 엄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한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다가 대법원의 원심 파기환송으로 지사직을 유지하게 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입장을 밝힌 후 지지자들을 향해 엄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김영환(당시 바른미래당 후보)=“형님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하셨죠?”

이재명(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저는 그런 일 없습니다.”
 
문제가 된 이재명(56) 경기도지사의 토론회 발언 일부다. 똑같은 말을 두고 16일 7명의 대법관은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고, 5명의 대법관은 죄를 물어야 한다고 봤다. 여기에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어느 선까지 인정할 것인가’에 관한 쟁점이 숨어 있다.  
 

이재명 강제입원 시도는 인정…처벌에는 갈라진 의견

먼저 이 지사의 발언이 허위사실이라고 말하려면 그가 형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 시도한 사실이 있어야 한다. 1심부터 대법원에 이르기까지 재판부는 이 부분은 모두 인정했다.  
 
이 지사가 유죄라고 보는 측에서는 “이 지사가 정신병원 강제입원을 지시‧독촉했음에도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은 숨기고, 자신에게 유리한 사실만을 덧붙여 전체적으로는 ‘정신병원 입원 절차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한 것이니 진실에 반하는 사실을 공표한 것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반대편에서는 “이 지사가 정신병원 강제입원 절차 진행에 관여한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더라도 적극적으로 허위의 반대 사실을 공표했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즉흥적인 토론회의 특성상 일부의 부정확한 표현을 두고 전체 발언을 허위로 평가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적 표현의 자유 허용 범위 두고 양측 “토론회 우려”

이 지사 처벌 여부를 두고 양측은 가장 영향력 있는 선거운동인 토론회에 미치게 될 영향을 고려했다.
 
이 지사의 무죄를 주장한 대법관들은 “국가기관이 토론 과정의 모든 정치적 표현에 대해 일률적으로 엄격한 법적 책임을 부과한다면 후보자 등은 두려움 때문에 활발한 토론을 하기 어렵게 된다”고 우려했다.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넓게 보장해 후보자 토론회를 더욱 활성화하는 것이 유권자가 후보자 자질을 검증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반면 반대 의견의 대법관들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나 선거제도의 본질적 역할과 기능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인정되어야 한다”고 했다. 특히 박상옥 대법관은 “토론회 발언에 일률적으로 면죄부를 준다면 구체적으로 발언한 사람만 법적 책임을 지게 돼 토론회가 형식적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토론회 활성화를 두고 한쪽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넓게 허용해야 토론회가 활성화된다’는 의견을, 다른 쪽에서는 ‘선거의 공정성과 균형을 유지하면서 자유를 허용해야 한다’는 정반대의 의견을 내놓은 셈이다.
 

대법, 정치적 표현의 자유 이유로 이재명 패소 취지 파기환송  

공교롭게도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넓히는 추세의 대법원 판결 경향은 이 지사가 제기한 다른 소송에선 이 지사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지난해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이 지사가 변희재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400만원을 배상하라고 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지사는 변씨가 자신을 향해 ‘종북세력’ ‘종북성향’이라고 비난해 명예가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정치적 논쟁이나 의견 표명에는 표현의 자유를 넓게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지사의 변호인은 선고 후 “대법원 판단에 경의를 표한다”며 “이는 대법원 판례와도 일맥상통한 해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