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필 그날 밥먹은 정경두·김현미…"개발 노리는 군부대 있다"

중앙일보 2020.07.16 17:11
정부와 여당이 부동산 대책의 하나로 주택공급 물량을 확대하려는 가운데 지난 15일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점심 회동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이 자리에서 군부대 땅을 대규모 택지로 개발하는 방안이 논의됐을 가능성 때문이다.
 

서울 군부대 땅에 아파트 짓자는 논리
"군은 반대하지만 결국은 두손 들 것"

특히 김 장관은 당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국토교통위원회 위원들과 부동산 공급 대책 비공개 당·정 협의를 한 뒤 바로 정 장관을 만났다. 이 때문에 두 장관이 군부대 땅에 택지 개발을 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협의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서울 송파구, 경기도 하남ㆍ성남시에 조성된 위례신도시 모습. 이곳은 원래 육군특수전사령부, 육군종합행정학교, 국군체육부대, 육군학생군사학교 등 군부대 터였다. 이들 군부대가 이전한 뒤 택지로 개발됐다. [중앙포토]

서울 송파구, 경기도 하남ㆍ성남시에 조성된 위례신도시 모습. 이곳은 원래 육군특수전사령부, 육군종합행정학교, 국군체육부대, 육군학생군사학교 등 군부대 터였다. 이들 군부대가 이전한 뒤 택지로 개발됐다. [중앙포토]



문홍식 국방부 대변인 대리는 16일 정례 브리핑에서 “국방부 장관과 국토부 장관의 면담은 전체적으로 용산 미군기지 이전이 주된 내용이었다”면서도 “대화 말미에 일부 세부적 내용이라고 할 수 없을 수준으로 원론적 얘기는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군부대 부지 관련 사안이 장관 회동에서 꺼내졌다는 사실을 시인한 셈이다. 하지만 문 대변인 대리는 “특정 지역을 언급하면서 논의한 것은 없었다”고 못을 박았다.
 
관련 사정을 잘 아는 정부 소식통은 “15일 회동은 한 달 전에 일정이 잡혔다”면서 “김 장관이 ‘수도권 군부대 부지에 아파트를 지으면 집 없는 서민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하자, 정 장관은 대구 군 공항 이전 사업과 관련해 김 장관과 국토부의 협조를 요청하는 정도의 얘기가 오갔다”고 전했다.
 
이처럼 국방부는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군부대 개발론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서울에 있는 일부 군부대가 대규모 단지로 개발하기에 좋은 목에 자리 잡아서다.
 
광주 상무지구(상무대)나 서울ㆍ경기도 위례신도시(남성대) 등 군부대 부지를 개발한 전례도 있다. 또 다른 정부 소식통은 “정부와 여당이 내심 노리는 몇 군데 군부대가 있다”고 귀띔했다.


육군사관학교 생도들이 학과출장(수업)에 나서는 모습. 유일하게 서울에 남겨진 사관학교로 이전부터 이전 논의가 계속 나왔다. [중앙포토]

육군사관학교 생도들이 학과출장(수업)에 나서는 모습. 유일하게 서울에 남겨진 사관학교로 이전부터 이전 논의가 계속 나왔다. [중앙포토]

 
가장 유력한 곳은 서울 노원구의 육군사관학교와 태릉골프장 일대다. 면적만 149만 6979㎡(45만평)이다. 인근 태릉선수촌 터까지 합치면 250만㎡에 이른다. 주택 2만채 이상 공급이 가능한 면적이다. 지하철(6호선 화랑대역)도 뚫렸다. 또 경기도 동두천시, 강원도 화천군, 경북 상주시 등 육사를 유치하겠다는 지방자치단체가 제법 있다.
 
다만 군, 특히 육군의 반대가 심한 게 단점이다. 2018년에도 정부 일각에서 육사 이전과 택지 개발을 검토했지만, 육군이 조직적으로 반대 의사를 내면서 무산됐다. 
 
용산 미군기지를 점치는 관측도 있다. 정 장관과 김 장관이 용산 미군기지 이전을 주로 협의했다고 국방부가 밝히면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군기지 이전 사업이 끝나면 부지 사용권은 미군에서 국방부로 넘어온다. 정부는 용산 미군기지 터를 국가공원으로 만들 계획이다. 그런데 캠프킴(한강로)ㆍ수송부(동빙고동) 등 용산 미군기지의 부속 시설은 국방부가 미군기지 이전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LH공사에 양여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 두 곳을 공영개발로 돌려 임대주택을 만드는 방안이 나온다.
 
용산 미군기지 캠프킴은 고층 건물을 지을 수 있지만 기지 반환이후에도 오염토지 정화 등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중앙포토]

용산 미군기지 캠프킴은 고층 건물을 지을 수 있지만 기지 반환이후에도 오염토지 정화 등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중앙포토]

 
그러나 용산 미군기지 이전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게 변수다. 지난해 반환절차가 정식으로 시작했지만, 실제 반환 시기는 한국과 미국이 계속 조율하고 있다. 오염토지 등 환경을 정화하는 시간도 상당히 걸릴 예상이다. 이 때문에 당장 집값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작다.
 
이 밖에도 수도방위사령부 예하 보급품 관리부대(남태령), 군사경찰 분견대(노량진), 예비군 훈련장(구파발) 등이 후보지로 거론된다.
 
군 소식통은 “국방부와 군은 더는 민간에게 내줄 군부대가 없다는 입장”이라면서도 “정부와 여당이 강하게 밀어붙이고, 청와대가 힘을 실어준다면 결국 두손을 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철재ㆍ박용한 기자 seajay@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