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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생 "성폭행 당했다" 유서에…식당업주 실형받고 법정구속

중앙일보 2020.07.16 15:32
“성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여고생이 가해자로 지목한 식당 업주에게 법원이 중형을 선고했다.
대전지법 형사11부는 16일 아르바이트 여고생을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식당 업주에게 징역 3년 6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사진은 대전지법 전경. [중앙포토]

대전지법 형사11부는 16일 아르바이트 여고생을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식당 업주에게 징역 3년 6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사진은 대전지법 전경. [중앙포토]

 

대전지법, 40대 업주 징역 3년 6개월 선고
여고생, 2018년 말 메모 남기고 목숨 끊어
재판부 "피해자가 무고할 이유 없다" 판시

 대전지법 형사11부(부장 김용찬)는 16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40)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A씨에게 성범죄 예방프로그램 40시간 수강과 아동·청소년·장애인복지시설 등에 5년간 취업 제한도 명령했다. 다만 피고인에 대한 신상정보는 공개하지 않도록 결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합의로 성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하지만, 피해자가 목숨을 끊으면서까지 피고인을 무고할 뚜렷한 이유가 없다고 판단된다”며 “피해자의 친구가 (피해 내용을) 상세하게 들었다고 진술한 점 등을 고려할 때 (공소사실이) 모두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에 성폭력이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볼 수 없지만, 정신적 고통이 있었을 것”이라며 “(피고인이)피해자 가족에게서 용서를 받지 못한 것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아르바이트 첫날 피고인과의 신체적 접촉을 동의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선뜻 수용하기 어렵다”며 “피고인은 유사한 전력으로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했는데 다만 이 사건 이후로 추가 범행이 없던 점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성범죄근절대책단장인 백혜련 의원(오른쪽)이 지난달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을 방문해 김영란 양형위원장과 면담을 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성범죄근절대책단장인 백혜련 의원(오른쪽)이 지난달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을 방문해 김영란 양형위원장과 면담을 하고 있다. [뉴스1]

 
 선고 직후 A씨는 “정말 강제로 (범행을)한 게 아니다. 진작 알았다면 피해자와 합의를 보고 했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며 “피해자에게 미안하고 위력이나 강제로 하지 않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고 호소했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12월 B양(당시 17세)은 ‘성폭력 피해를 봤다’는 취지의 유서를 남기고 숨졌다. B양은 ‘2년 전(2016년) 식당에서 아르바이트한 적이 있는데 당시 원하지 않는 성관계를 가졌다’며 가해자로 식당 업주였던 A씨를 지목했다.
 
 B양이 남긴 유서를 토대로 수사에 나선 검찰은 지난해 10월 B양이 아르바이트했던 대전의 한 식당 주인 A씨를 기소했다. 유서가 A씨를 재판에 넘기는 데 결정적인 증거로 작용했다.
 
 검찰은 “업주라는 지위를 이용해 미성년자를 상대로 범행한 만큼 죄를 물어야 한다”며 지난달 22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A씨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5월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인터넷 사업자에 디지털 성범죄물을 삭제할 의무 등을 부과하는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5월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인터넷 사업자에 디지털 성범죄물을 삭제할 의무 등을 부과하는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A씨 변호인은 “유서에 (내용이) 기재돼 있다는 것만으로 (성폭력을) 사실로 전제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며 “실제 위력이 행사됐는지 정확하게 입증된 게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피고인은 스스로 불리할 수 있는데도 성적 접촉 사실을 (재판과정에서) 시인했다”며 “검찰이 주장하는 강제성 등 기소내용은 사실과 다른 만큼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대전=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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