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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코로나보다 겁난다" 병원 퇴짜맞은 자가격리 투석환자

중앙일보 2020.07.16 14:40
인공신장투석실 자료사진.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습니다. 사진 (사)한국신장장애인협회

인공신장투석실 자료사진.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습니다. 사진 (사)한국신장장애인협회

지난 11일 해외에서 입국한 A씨(40대)는 신장장애인(2급)이다. 신장이 망가져 일주에 세 번 반드시 혈액 투석치료를 받아야 한다. 제때 받지 못하면 몸 안에 요독(尿毒)이 쌓여 호흡곤란, 장기손상 등 심각한 상황이 발생한다.  
 

입국 전 투석치료 예약 '퇴짜' 

한국신장장애인협회 등에 따르면 A씨는 검역과정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방역지침에 따라 2주 자가격리 대상이 됐다. A씨는 입국 전에 미리 서울의 한 의료기관 인공신장실에 연락해 자가격리 기간에 투석을 받기로 예약했다. 
 
하지만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A씨는 13일 입원해 14일 투석 치료를 받으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병원 내 감염 위험을 이유로 어렵다”고 거부했다. 인공신장실이 병원 당국과 협의하지 않고 예약을 받았던 것이다.
 
급한 마음에 보건소에 문의했다.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했다. A씨는 전화를 수차례 돌린 뒤에야 겨우 서울시내 다른 의료기관으로 예약할 수 있었다. 
혈액투석 치료기 자료사진. 중앙포토

혈액투석 치료기 자료사진. 중앙포토

 

다른 병원선 일반환자와 함께 잡혀 

신장장애인은 코로나19 고위험군에 속한다. 면역력이 약해 바이러스에 취약하다. 그래서 대개 자가격리 신장장애인은 다른 환자 치료가 모두 끝난 뒤 오후 늦게 투석 치료를 받는다. 혹시 모를 코로나19 감염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A씨 예약이 14일 이른 시간대에 잡혔다. 다른 환자와 섞이는 시간대였다. 병원 직원의 실수였다. 급기야 그 병원에서 투석치료를 거부했다. 
 
그는 “다른 인공신장센터를 찾아보겠다”는 병원 측 말을 듣고 5시간을 기다렸다. 하지만 A씨는 결국 이날 투석을 받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갔다. 
신장장애인협회 김세룡 회장이 신장투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중앙포토

신장장애인협회 김세룡 회장이 신장투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중앙포토

 

하루 지나 이뤄진 투석치료 

이후 A씨 사연을 알게 된 신장장애인협회가 서울시·지역 보건소 등에 강하게 항의했다. 그랬더니 15일 당초 입국 전 예약했던 의료기관에서 투석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신장장애인협회 이영정 사무총장은 “A씨 경우 (병원 측 실수로) 예약이 연달아 취소되면서 붕 뜬 상황이 됐다”며 “하루만 투석을 받지 못해도 체내에 소변 수천cc가 쌓인다. 자가격리 중인 신장장애인이 안심하고 투석을 받을 수 있는 지정병원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코로나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구급차를 소독하고 있다. 뉴스1

코로나19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코로나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구급차를 소독하고 있다. 뉴스1

 

제때 투석 못해 사망하기도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만성신부전 환자 등 신장장애인이 제때 투석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국내 신장장애인은 지난해 말 기준 9만2400여명이다. 이 중 75%가 투석환자고, 나머지는 이식환자다.
 
지난 3월 경기도 성남에서는 60대 만성신부전 환자의 투석이 이틀 늦어지면서 심정지로 숨졌다. 2월 경북 경산에서 자가격리 기간 중 투석 병원을 찾지 못한 60대가 체내 요독(尿毒) 등이 쌓여 결국 사망했다.
 

"코로나 감염보다 무섭다" 

신장장애인협회가 자가격리(의심환자 포함) 신장장애인이 투석 치료를 받을 수 있는지 전국 공공의료기관 11곳에 확인했다. 공공기관인데도 가능한 데를 찾을 수 없었다. 
 
최근 경기도 광명의 한 내과의원 인공신장실에서 투석 치료를 받던 만성신부전증 환자 3명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다행히 해당 병원이 당분간 다른 질병을 앓는 외래환자를 받지 않고 50여명 자가격리자를 위한 인공신장실을 운영하기로 해 고비를 넘겼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관계자는 “‘코로나19 감염보다 투석 제때 못 받아 죽을까 봐 더 겁난다’고 하소연한 사례가 전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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