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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유발 라돈 침대 파동’…경기도, 실태 조사해 방지 대책 찾는다

중앙일보 2020.07.16 13:53
지난 2018년 ‘라돈 매트리스’ 논란이 일자 충남의 한 침대 회사에 수거된 매트리스가 쌓여있는 모습. 신진호 기자

지난 2018년 ‘라돈 매트리스’ 논란이 일자 충남의 한 침대 회사에 수거된 매트리스가 쌓여있는 모습. 신진호 기자

 
경기도가 ‘라돈 침대’ 사용 피해자들의 정확한 피해 상황 파악과 재발 방치 대책 마련에 나섰다. 경기도는 이를 위해 ‘라돈 발생 침대 사용자 건강 실태조사’를 실시한다고 16일 밝혔다. 실태 조사는 이날부터 12월까지 6개월간 진행된다. 1차로 10월까지 라돈 침대 사용 경험이 있는 전국 소비자 5000명을 대상으로 피해 실태에 대한 기본 조사를 한다. 경기도청 홈페이지에서 ‘라돈 설문조사’를 검색하면 참여할 수 있다.
 
기본 조사 결과를 토대로 11월부터 12월까지 2차 심층 조사를 한다. 연구기관에 의뢰해 ▶질환 발생자의 평소 생활습관 ▶유전 질환의 존재 여부 등에 대한 세부 설문조사를 한다. 이어 라돈 침대에 장기간 노출된 소비자들과 일반인 사이의 질병 발병률, 발병 차이 여부 등을 분석한다. 도는 라돈 침대 사용과 질병 발병자들의 관련성이 확인될 경우 추가 역학 조사도 해 인과 관계를 명확히 밝혀낼 방침이다.
 

개인 차원에서 라돈 피해 입증 어려워  

도는 실태 조사 배경에 대해 “2018년 경기도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관련 피해 상담 건수만 6000여 건에 이를 정도로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했지만, 이들에 대한 아무런 조치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개인 차원에서 라돈으로 입은 피해를 입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인데도 정부나 해당 기업 등에서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게 도의 입장이다.
 
지난 15일 광화문 원안위 사무실 앞에서 라돈침대 방사능 노출에 따른 건강피해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환경보건시민센터 관계자들과 라돈침대 피해자들, 백도명 교수 연구팀. 김정연 기자

지난 15일 광화문 원안위 사무실 앞에서 라돈침대 방사능 노출에 따른 건강피해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환경보건시민센터 관계자들과 라돈침대 피해자들, 백도명 교수 연구팀. 김정연 기자

 
도는 이에 따라 도는 공적 차원에서 정확한 실태조사를 하고, 필요할 경우 라돈 관리 개선 대책을 수립할 예정이다. 국회와 중앙 정부에도 제도 개선과 피해 구제대책 방안 마련을 건의할 예정이다. 김지예 경기도 공정경제과장은 “라돈 침대 사건 발생 2년이 넘었는데도 피해조사와 보상 절차가 답보 상태에 있다”며 “가습기 살균제 참사나 라돈 침대 사태처럼 일상생활 제품 사용이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라돈 침대’ 쓴 사람 중 암 환자, 평균의 2배 이상”

한편 2년 전 ‘라돈 침대’ 사태를 일으킨 매트리스 사용자들의 암 발생률이 일반인보다 최소 2배 높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1군 발암물질인 라돈의 건강피해로 180명이 암 진단을 받았다”며 “원자력안전위·환경부·검찰이 제대로 해결하지 않은 문제를 정부가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송 진행 중인 라돈 침대 피해자 5000명 중 180명이 암 환자, 암 유병률(병을 가진 사람의 비율)은 3.6%로 나타났다. 일반 인구집단(1.6%)의 두 배가 넘는다. 환자들의 평균 연령은 47~48세로, 암 환자 평균 연령 65세(남), 59세(여)에 비해 훨씬 젊었다. 
 
경기도청 청사. [경기도]

경기도청 청사. [경기도]

 
라돈 침대 사건은 지난 2018년 5월 시중에 판매되는 한 침대브랜드 매트리스에서 1급 발암물질로 알려진 라돈이 검출됐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두 차례에 걸친 조사 끝에 해당 매트리스가 안전기준에 부적합하다며 수거 명령 등의 행정 조처를 했다. 2018년 10월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피해자들이 제기한 집단분쟁조정에 대해 ‘소비자에게 매트리스 교환과 위자료 30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으나 제조사가 이를 수용하지 않아 조정이 성립되지 않았다.  
 
이에 피해자들은 해당 브랜드를 고발했으나 검찰은 2020년 1월 라돈 침대를 사용했다고 직접적인 건강상 문제를 일으켰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당시 소비자 단체와 환경 단체는 “제대로 된 피해조사도 하지 않은 채 무혐의 처분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현재 라돈 침대 피해자 5000명이 해당 브랜드와 정부, 보험사 등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진행 중이다.
 
전익진·최모란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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