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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 의혹’ 수사 전권 엿새 만에 구속영장…“균형 맞춰야”

중앙일보 2020.07.16 11:51
지난 9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설치된 채널A 현장 중계석 좌우로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건물이 보인다.   [연합뉴스]

지난 9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설치된 채널A 현장 중계석 좌우로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건물이 보인다. [연합뉴스]

채널A 강요미수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전직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면서 법조계에서는 “균형 있는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가”라는 의문이 제기된다.

 
수사팀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지휘로 독자적인 수사가 가능해지자 이모 전 채널A 기자에 대한 구속을 시도하고 나섰다. 그러나 의혹의 핵심 인물인 ‘제보자 X’나 피해를 주장하는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 등에 대한 수사는 여전히 미진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채널A 기자에 구속영장…17일 구속심사

 
16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진웅)는 전날 오후 이 전 기자에 대해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는 오는 17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김동현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다.

 
이번 결정은 수사팀이 추 장관의 지휘로 수사 전권을 갖게 된 지 엿새 만에 이뤄졌다. 이 전 대표의 신청에 따라 열리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열리기 9일 전이기도 하다. 검찰 관계자는 “최종 처분 내용을 심의하고, 결정하기 전까지 수사를 정상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이 전 기자는 변호인을 통해서 “(강요)미수에 그쳐 피해 발생이 없는데도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형사소송법의 기본 원리조차 도외시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강요죄로 구속된 피고인은 성범죄 관련 1명으로 알려졌다. 강요미수죄 관련 통계가 따로 집계되지는 않지만, 강요죄 통계에 비춰보면 그보다 더 드물 것이라는 게 법조계 분석이다.

 
MBC가 채널A 관련 보도를 하기 하루 전 지모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 [인터넷 캡처]

MBC가 채널A 관련 보도를 하기 하루 전 지모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 [인터넷 캡처]

제보자 X·‘메신저’ 등에 대한 수사는 미진

 
검찰 안팎에서는 수사팀의 전격적인 구속 수사 의지를 두고 의심 섞인 눈길을 보내고 있다. 이 전 기자가 검찰 고위 간부와의 친분을 내세워 이 전 대표를 ‘협박’ 취재했다고 언론에 제보한 인물인 제보자 X 지모씨 등 강요미수 피해를 주장하는 당사자에 대한 조사는 미진하다는 이유에서다.

 
수사팀은 지씨를 지난 5월 한 차례 조사했다. 이후 지씨는 검찰 소환을 거부했고, 추가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 전 대표 및 그와 지씨 사이 ‘메신저’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변호사 A씨에 대한 조사도 비슷한 수준이다. 반면 채널A 측과 한동훈 검사장의 경우 휴대전화 등이 압수됐다.

 
수사 초기 과정에서 의혹을 보도한 MBC와 채널A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결정이 엇갈린 점도 거론된다. 수사팀은 채널A 본사와 이 전 기자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지만, MBC에 대한 영장은 법원으로부터 기각됐다. 이와 관련해 윤석열 검찰총장은 당시 “비례 원칙과 형평을 잃었다는 비판을 받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하기 바란다”며 질책성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서울고등법원 청사 전경. [사진 서울고법 홈페이지]

서울고등법원 청사 전경. [사진 서울고법 홈페이지]

법조계 “모두 집중 조사해야 진실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강요미수 혐의 관련 고발사건에 대해서는 사건관계인 모두에 대한 집중 조사를 통해서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균형 잡힌 수사만이 이면에 감춰진 ‘진실’을 찾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진실은 사건관계인 모두를 집중적으로 조사해야 겨우 드러나는 것”이라며 “수사의 균형이 맞춰지지 않으면 이면을 확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피의자·피해자 등 양측에 대한 조사가 균등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다.

 
헌법상 보장된 언론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는 만큼 신중한 결정을 촉구하는 의견도 있다. 또 다른 검찰 출신 변호사는 “이 전 기자의 취재 행태가 부적절하지만, 과연 형법으로 구속수사 대상이 돼야 한다는 점에서는 의문”이라며 “법원은 이같은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사에서는 이 전 기자의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 등 구속 사유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수사팀은 이 전 기자가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초기화한 점 등에 비춰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다. 반면 이 전 기자 측은 “취재원 보호를 위한 것”이라며 “수사를 앞두고 사생활 보호 등 사유로 휴대전화를 교체했더라도, 곧바로 구속 사유가 될 수는 없다”고 반박한다. 법관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결국 쟁점은 구속 사유 해당 여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운채 기자 na.un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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