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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어지는 안경테 만드는 사빅 리 레이 부회장 “코로나 확산 막은 건 플라스틱"

중앙일보 2020.07.16 08:00

[인터뷰]리 레이 사우디 사빅 북아시아 부회장 

리 레이 사빅 북아시아지역 부회장 겸 중국 사빅홀딩스 회장. 사빅

리 레이 사빅 북아시아지역 부회장 겸 중국 사빅홀딩스 회장. 사빅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한국 공장을 100% 가동해서 코로나 진단 키트 17만개를 만들 수 있는 소재를 공급했습니다. 물류 공급이 어려웠지만, 제품 생산에서 완성까지 걸리는 시간도 절반으로 줄여 한국 코로나19 확산 방지에도 기여했다고 생각합니다.”
 
리 레이(Li Lei) 사빅(SABIC) 북아시아 부회장 겸 지역총괄은 중앙일보 서면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중국 사빅홀딩스 회장을 겸직하며 한·중·일을 총괄하고 있다. 2019년 매출 44조원을 올린 사빅은 세계에서 4번째로 큰 화학 기업이다. 구부려도 부러지지 않는 플라스틱 소재의 안경테가 주변에 있다면 테 안쪽엔 어김없이 울템(ULTEM)이란 단어가 새겨져 있을 것이다. 특허가 걸려있는 울템 소재는 세계적으로 사빅만 독점 생산하고 있다.
 

아람코, 82조원에 사빅 지분 인수  

세계 정유・화학 업계는 사빅의 최근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앞서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정유사 아람코는 지난달 17일 사우디 국부펀드로부터 사빅 지분 70%를 691억 달러(82조원)에 사들였다. 이는 2018년 바이엘의 몬산토 합병(67조원) 이후 화학 업계 최대 빅딜로 꼽힌다. 사우디발 합병을 놓고 석유 중심이었던 아람코의 화학 전환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코로나19로 에너지 소비가 줄면서 국내·외 정유사는 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에쓰오일 최대주주(63.4%)인 아람코는 한국과도 긴밀히 연결돼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사빅코리아가 국내에 공급하는 엘리베이터 버튼 용 항균 필름. 사빅

사빅코리아가 국내에 공급하는 엘리베이터 버튼 용 항균 필름. 사빅

“코로나에도 포장, 의료용 플라스틱 수요 늘어”

 
코로나19 이후 세계 화학 시장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나.
“코로나19는 미증유의 사태다. 불확실한 시장 상황에도 보건과 식품 안전은 국경과 관계없이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가장 중요한 관심사로 급부상했다. 구체적인 제품으로 보자면 인공호흡기와 호흡기 마스크 생산에 필수적인 엔지니어링 열가소성 플라스틱, 일회용 가운, 마스크를 만드는 데 필요한 폴리프로필렌(PP) 수요가폭증했다.”
  
그런 수요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급증한 수요에 대응해 생산 우선 순위를 바꾸고 글로벌 차원의 원자재 공급과 인력 재배치도 병행하고 있다.”
  
한국 기업을 포함해 세계 화학 산업도 코로나19로 위기를 맞고 있다. 사빅의 대응 전략은 뭔가.
“코로나19로 생필품의 안전성과 위생 등을 오랫동안 유지하기 위해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는 새로운 포장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이러한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플라스틱 산업은 포스트 코로나에도 계속해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사빅에게 아시아 시장은 어떤 의미인가.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은 사빅에게 성장 거점이 되는 지역이다. 포장, 전기 및 전자, 운송, 의료기기, 농업용 비료 등이 주요 품목이다.”
 
충북 충주의 사빅코리아 한국 공장에서 만드는 코로나 19 대응 제품은.
“고객사와 협력해 엘리베이터 버튼 및 터치패드용 항바이러스 필름, 상점과 버스 등에서 쓰이는 이동형 파티션, 의료기관 종사자를 위한 안면 보호 투명 마스크 등에 필요한 소재를 공급하고 있다.”
유니레버의 매그넘 아이스크림통은 100% 재활용이 가능한 플라스틱 소재로 만든다. 사빅

유니레버의 매그넘 아이스크림통은 100% 재활용이 가능한 플라스틱 소재로 만든다. 사빅

최근 화학업계에도 친환경 바람이 불고 있다.
“친환경 플라스틱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지속가능성은 사빅의 비즈니스에 있어 핵심적인 요소다. 사빅이 개발한 100% 재활용 가능한 플라스틱으로 유니레버사는 아이스크림통을 만든다. 미국 플라스틱 주방용품 브랜드인 타파웨어가 만드는 재사용 가능한 빨대에는 사빅의 폴리프로필렌 폴리머가 들어간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격화하고 있다. 대비책이 있나.
“핵심 사업을 지역별로 분산해 위기에 대비하고 있다. 화학을 기반으로 전기·전자, 농업기술, 의료기기 등으로 사업을 분산하고 이를 확장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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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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