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최저임금으로 서울 집 사는데 맞벌이면 21년…평균보단 낫다?

중앙일보 2020.07.16 06:00
14일 새벽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제9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 결과 찬성 9표, 반대 7표로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급 기준 8720원으로 최종 의결됐다. 연합뉴스.

14일 새벽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제9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 결과 찬성 9표, 반대 7표로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급 기준 8720원으로 최종 의결됐다. 연합뉴스.

[그래픽텔링]최저임금 8720원 시대 

최저임금 제도는 인간다운 생활을 하기 위한 최소한의 임금 수준을 정하는 가격 통제(가격 하한제) 정책이다. 시장 균형 임금보다 높게 하한을 정하다 보니 필연적으로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를 못 구하는 비자발적 실업이 생긴다. 이를 감수하고 정책을 펴는 이유는 사람 '몸값'이 일정 수준은 돼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에 더 큰 가치를 두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높은 최저임금은 실업난을 키워 저소득층의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정책 의도와 다른 결과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내년도 최저임금(8720원)은 적정 수준일까. 그래픽텔링으로 비교했다.
 

내년 최저임금 얼마나 올랐나 

최저임금 8720원 시대, 얼마나 올랐나. 그래픽=신재민 기자

최저임금 8720원 시대, 얼마나 올랐나. 그래픽=신재민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1.5% 올랐다.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매주 40시간 일한다면, 주휴수당(유급 휴일수당) 포함, 총 182만2480원의 월급을 받는다. 연봉으로 환산하면 2186만9760원이다. 올해에는 이 액수가 월급 179만5310원, 연봉 2154만3720원이었다.
 

가계 소득 수준은 어디쯤? 

최저임금 받는 가구 소득 수준은?. 그래픽=신재민 기자

최저임금 받는 가구 소득 수준은?. 그래픽=신재민 기자

가계 소득 수준(2019년 기준)을 5개 구간(소득 1~5분위)으로 나눴을 때, 최저임금 월급생활자 가구는 어디쯤 속할까. 1인 가구 기준으로 보면, 소득 2분위(하위 20~40%)로 '중하층'에 속한다. 빈곤층인 소득 1분위(하위 20%) 가구 연 평균소득 1104만원보다는 높지만, 2분위 가구 평균(2725만원)에 비하면 낮다. 하지만 부부가 맞벌이하면, 최저임금 수준에서 월급으로 받더라도 소득 3분위(상위 40~60%)로 올라선다.
 

공무원·비정규직 월급에 비하면? 

공무원 월급과 비교하면. 그래픽=신재민 기자

공무원 월급과 비교하면. 그래픽=신재민 기자

최저임금 월급생활자 한 명이 받는 급여는 올해 갓 들어온 9급 공무원 1호봉 기본급(월 164만2800원)보다 10.8% 많다. 다만 공무원 월급은 직급보조비·복리후생비 등 각종 수당을 고려하면 이보다는 많을 수 있다. 최저임금 월급은 종사자 1인 이상 사업체에서 일하는 임시·일용직 등 비정규직의 올해 월평균 임금(4월 기준 168만1000원)보다는 많다. 그러나 계약 기간 1년이 넘는 상용직 평균 월급(351만7000원)보다는 크게 낮다. 9급 공무원이나 직종별 임금은 내년에 이보다 더 오를 순 있다. 그러나 코로나 확산에 따른 경기 침체로 내년도 대다수 직종 임금이 크게 오를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저임금으로 서울 집 구매, 몇 년? 

서울 아파트, 최저임금 몽땅 모아 사면 몇년?. 그래픽=신재민 기자

서울 아파트, 최저임금 몽땅 모아 사면 몇년?. 그래픽=신재민 기자

최저임금으로 서울 아파트를 산다면 얼마나 오래 걸릴까. 맞벌이 부부가 월급을 한 푼도 안 쓰고 중간 가격 수준 아파트(1월 중위가격 9억1216만원)를 산다면, 20.8년이 걸린다는 계산이다. 이는 글로벌 통계 비교업체 넘베오가 분석한 서울 지역 소득 대비 주택가격지수(PIR) 24.5년보다는 짧다. 최저임금을 받는 홑벌이 가구는 41.7년이 걸린다. 앞으로 임금도 오르겠지만, 주택 가격과 생활 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대출 없이는 생전에 집을 사기 어렵다는 계산이다.
 

"朴 정부 수준 인상률, 재정만 8조 낭비"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 전략을 표방하면서 2018년(16.4%)과 2019년(10.9%) 연속으로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렸다. 그러나 자영업 침체와 실업 증가 등 부작용이 생겨 올해(2.9%)에 이어 내년(1.5%)에도 역대 최저 수준의 인상률을 결정하게 됐다. 이 때문에 2018년부터 2021년까지 4년 평균 상승률(7.7%)은 박근혜 정부 당시(2014~2017년) 4년 평균(7.4%)과 비슷한 수준이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 완화를 위해 3년간 8조원 규모로 편성한 일자리안정자금은 대표적인 재정 낭비 사례로 꼽힌다.
 
옥동석 인천대 무역학과 교수는 "단기적 시야에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추진하다 보니 쓰지 않아도 될 재정을 써야 하는 상황이 생기게 됐다"며 "노동시장 불확실성을 줄이려면 경제성장률·물가상승률 등에 연동해 자동으로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자동안정화 장치'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관련기사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