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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2000명 먹을 무농약 채소, 12층 아파트형 농장서 자란다

중앙일보 2020.07.16 06:00

[르포] 공장서 채소 재배 스마트팜 현장 

평택 스마트팜을 방문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사진 중기부

평택 스마트팜을 방문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사진 중기부

15일 오후 경기 평택시에 있는 한 유리 건물. 연보라색 LED 조명이 감싼 실내에선 머리를 덮은 무균복 차림의 직원들이 상추 모종을 옮기고 있었다. 이곳의 모든 채소는 땅이 아닌 12층짜리 아파트형 수직 농장에서 자란다.
 
과실ㆍ채소 재배 기업인 ‘팜에이트’는 지난해 하반기 증축을 마무리하고 2000㎡ 넓이의 실내 농장을 꾸렸다. 항상 23도의 실내온도가 유지되고, 벌레를 외부에서부터 차단하기 때문에 농약이 따로 필요 없다는 게 팜에이트의 설명이다. 업계에선 '스마트팜(Smart Farm)'이라고 불린다.
 
수직형 농장이어서 같은 넓이의 땅을 그만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게 이곳의 특징이다. 이밖에 조명ㆍ온도ㆍ습도ㆍCO2(이산화탄소) 농도 등을 채소가 자라는 데 적합한 수준으로 자동 조절해 생산 효율이 그만큼 높아진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재배되는 채소는 매일 1.2t이다. 일반 비닐하우스 10만㎡ 넓이에서 생산할 수 있는 양이라고 팜에이트는 설명했다. 샐러드 1인분 채소를 100g으로 계산했을 때 1만2000명이 하루에 먹을 수 있는 양이다.
15일 대구 엑스포에서 소개된 스마트팜 시설. 연합뉴스

15일 대구 엑스포에서 소개된 스마트팜 시설. 연합뉴스

조명·온도·습도 원하는 대로 조절 

최근 농촌진흥청과 함께 한 검사에서 일반 재배 채소와 영양 성분이 동일하다는 평가도 받았다. 팜에이트는 앞으로 빛ㆍ바람의 양을 조절해 특정 영양소가 강화된 채소 개발에도 나설 예정이다.
 
정부도 팜에이트와 같은 스마트팜 업체들을 ‘디지털 경제 전환’사례로 보고 관심을 두고 있다. 2017년 4조4000억원이던 스마트팜 시장은 2022년엔 6조원으로 성장할 거란 게 정부의 예측이다.
 
팜에이트의 매출액도 2017년 283억→지난해 473억원으로 올랐다. 직원 수도 같은 기간 192→270명으로 늘었다.
 
이날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팜에이트를 찾아 스마트팜 업체들에 대한 투자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박 장관은 “스마트팜의 고도화를 위해선 투자 확대, 자동화 설비 구축, 비대면 판로개척 등이 필요하다”며“스마트팜의 투자 유치를 위한 ‘스마트 대한민국 펀드 조성’ 등 중기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경기도 평택 스마트팜을 방문한 박영선 중기부 장관. 사진 중기부

경기도 평택 스마트팜을 방문한 박영선 중기부 장관. 사진 중기부

중기부는 농식품 분야 펀드 중 130%의 수익을 낸 곳이 있다는 점을 들어 스마트팜에 대한 투자 가치를 알리고 있다. 이날 벤처캐피탈(VC) 업계 대표로 함께 현장을 찾은 지성배 IMM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좋은 사업 기회가 있는 스마트팜 업체들의 설명을 적극적으로 듣겠다”고 말했다.
 
스마트팜은 세계적으로도 성장 전망 의견이 나온다. 미국ㆍ인도 등에 거점을 둔 시장 조사기관 마켓츠앤마켓츠는 글로벌 스마트팜 시장이 올해 125억 달러(약 15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봤다. 2018년(75억3000만 달러)과 비교해 연평균 12.4% 성장하는 셈이다.  
 
정부도 스마트팜의 해외 진출에 관심을 보인다. 이날 박 장관은 “얼마 전 스웨덴 출장을 갔을 때 그곳에서 우리의 스마트팜 기술에 대한 문의를 많이 했었다”며 “햇볕이 부족한 나라에선 이런 기술이 필요하고 우리가 그런 곳을 공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함께 있던 김순철 대ㆍ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사무총장도 “쿠웨이트 과학발전재단이 코트라를 통해 우리 측에 한국형 스마트팜 도입 제안을 해와 관련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시범 사업을 통해 중동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삼을 기회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평택=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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