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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주택보급률 100%의 함정

중앙일보 2020.07.16 00:17 종합 29면 지면보기
한애란 금융기획팀장

한애란 금융기획팀장

“부동산, 죄송합니다. 너무 미안합니다. 올라서 미안하고,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한 번에 잡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2007년 1월 신년 연설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사과했다. 한 달 전 “부동산 말고는 꿀릴 게 없다”고 한 데 이어 두 번째로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인정했다. 얼마 뒤 정부 위원회가 낸 자료집은 실패 이유를 이렇게 분석했다. ‘공급 확대 대책 추진의 미흡’.
 
참여정부는 ‘2005년 8·31 부동산대책’을 시작으로 공급은 틀어막고 수요를 억누르는 대책으로 일관했다. 왜 그랬을까. 당시 정부는 함정에 빠져있었다. 주택보급률 100%라는 함정.
 
한국은 2002년 말 공식적으로 주택보급률 100%를 달성했다. 주택수를 가구수로 나눈 주택보급률이 2005년 105.9%였다. 주택수가 가구수를 추월했다는 뜻이다. 정책당국 안에서 ‘주택 공급은 더 이상 급하지 않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통계엔 허점이 있었다. 주택보급률을 계산할 때 1인 가구는 가구수에서 제외했다. 1인 가구가 빠르게 늘었지만 통계엔 반영되지 않았다.
 
그때도 반대 의견은 나왔다.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쪽은 1000명당 주택수를 지표로 내밀었다. 2005년 한국의 1000명당 주택수는 279.9호였다. 일본(423호)이나 영국(417호)에 한참 못 미쳤다.  
 
참여정부는 2006년 말이 돼서야 공급 확대 대책을 내놓기 시작했지만 이미 늦었다. 택지 확보에서 주택 분양까지 걸리는 공급 시차 때문에 임기 내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 뒤 2008년 정부는 새로운 주택보급률 통계를 내놨다. 1인 가구를 가구수에 포함하는 등 현실을 반영했다. 그 결과 2018년 현재 주택보급률은 104.2%이다. 새 기준에 따라 보정한 2005년 주택보급률은 98.3%로 내려갔다.
 
그럼 이제 주택은 충분한가. 단정하긴 이르다. 신주택보급률은 가구수에서 165만명(2018년 기준)에 달하는 국내 거주 외국인을 제외했다. 보급률이 실제보다 높게 계산됐을 가능성이 있다. 1000명당 주택수로 봐도 한국은 403.2호로 여전히 일본(494호)이나 영국(411호)보다 적다. 이는 “현재 주택공급이 부족하지 않다”고 이야기한 국토부 장관도 알고 있는 사실일 것이다.
 
한애란 금융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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