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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덜먹

중앙일보 2020.07.16 00:11 종합 31면 지면보기
서정민 스타일팀장

서정민 스타일팀장

탕수육 소스를 두고 과장과 대리가 설전을 벌인다.  ‘찍먹(찍어 먹기)파’와 ‘부먹(부어 먹기)파’의 대결. 이때 젊은 사원이 조용히 말한다. “덜먹(덜어 먹기)이 좋아요. 여기 앞접시 세 개랑 집게 좀 주세요.”
 
귀여운 레고 인형을 등장시켜 ‘건강한 식문화를 위해 반찬도 찌개도 덜어먹자’ 제안하는 농림축산식품부의 ‘덜먹’ 캠페인 영상(사진)이다.
 
농림축산식품부의 ‘덜먹’ 캠페인 영상. 사진 영상 캡처

농림축산식품부의 ‘덜먹’ 캠페인 영상. 사진 영상 캡처

코로나19로 촉발된 ‘뉴 노멀(시대의 변화에 따라 새롭게 떠오른 기준)’ 시대는 식문화도 바꿔놓았다. ‘덜먹’과 ‘1인용 메뉴’가 보편화되고 있다. 비싼 가격 때문에 ‘2~3인이 먹기에 충분한 양’을 강조했던 특급 호텔들도 올해는 ‘1인1빙(氷)’으로 전략을 바꿨다. ‘독상’을 콘셉트로 한 한식 전문점도 늘고 있다. 일반 식당들도 동참하는 분위기다. “종업원 눈치 안 보고 ‘앞접시 하나 더 달라’ 말할 수 있어서 좋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한동안 찌개 냄비와 반찬 그릇에서 여러 사람의 수저가 맞부딪치는 우리 식습관이 코로나 시대의 ‘적폐’로 지적됐다. 위생상 안 좋은 습관인 건 인정하지만, 한국 전통 식문화 전체가 도마 위에 오를 일은 아니다. 고구려 고분벽화와 조선시대 그림·사진 등에서 확인할 수 있듯 우리의 전통 식문화는 본래 ‘덜먹’보다 고고한 ‘독상’이 기본이었다. 이것이 겸상문화로 바뀐 건 물자가 부족했던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으면서다. 계속되는 수탈에 그릇이라고 남아났을까. 역사의 풍랑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선회했던 식문화가 뉴 노멀 시대를 맞아 제자리를 찾고 있다.
 
서정민 스타일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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