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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피해자 다시 때리는 '피해 호소인'이란 말

중앙일보 2020.07.16 00:02 종합 1면 지면보기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15일 “당 대표로서 너무 참담하고 국민께 뭐라 드릴 말씀이 없다.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단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께 큰 실망을 드리고 행정 공백이 발생한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다. 박 전 시장을 고소한 피해자를 향해선 “피해 호소인이 겪는 고통에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런 상황에 대해 민주당 대표로서 통절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어 “당으로서는 아시다시피 고인의 부재로 인해 현실적으로 진상 조사가 어렵다는 점을 이해해 주길 바란다”며 “피해 호소인의 뜻에 따라 서울시가 사건 경위를 철저히 밝혀 주길 바란다”고 했다.
 

박원순에 고소장 낸 전 비서 향해
이해찬 “피해 호소인 고통에 위로”
“당은 조사 어렵다” 서울시로 넘겨
야당 “의혹 인정 않겠다는 2차가해”

이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송구’ ‘통절한 사과’ ‘깊은 사과’ 등의 표현을 동원해 세 차례 사과했다. 박 전 시장이 피소된 지 7일 만에, 이 대표가 박 전 시장의 빈소에서 당의 대응 계획을 묻는 기자에게 “XX 자식”이라고 한 지 5일 만의 직접 사과다. 지난 13일에도 25초간 사과했는데 대변인을 통해서였다.
 
이날 사과가 사과로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문맥상 사과의 대상이 ‘국민’ ‘이런 상황’이어서다. 피해자에 대해선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고인 사망을 이유로 당 차원의 진상규명을 거부했다고 여겨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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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피해자를 이례적으로 ‘피해 호소인’이라고 불렀다. 당 젠더폭력대책TF위원장인 남인순 최고위원도 “피해 호소인께 진심으로 송구하다”고 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 여성의원 일동도 마찬가지다. 허윤정 당 대변인은 “수사가 종결됐기 때문에 고소인이라고 쓸 수 없으며, 법적 자기방어를 할 가해자가 없기 때문에 피해 호소인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으로부터 공을 넘겨받은 서울시도 ‘피해를 호소한 직원’이라고 했다. 여성·인권·법률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민관 합동조사단을 꾸리겠다고 발표하는 자리에서다.
 
이에 대해 김은혜 통합당 대변인은 오거돈·안희정 사건과 비교하며 “의혹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민주당의 우아한 2차 가해 돌림”이라고 꼬집었다.
 
중앙일보는 ‘피해자’로 표기합니다
중앙일보는 16일부터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A씨를 ‘피해자’로 표기합니다. 호칭은 곧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을 반영합니다. A씨는 13일 법률 대리인을 통해 텔레그램 대화창 등 증거를 제시했습니다. 이후 2차 가해를 막자는 사회적 공감대도 형성됐습니다. 이에 중앙일보는 A씨의 피해 사실이 ‘일방의 주장’으로 여겨져 진실을 규명하려는 노력이 훼손돼선 안 된다고 보고 이같이 정했습니다.

  
박해리·하준호·허정원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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