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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보호 중이라던 여가부, 지원기관과 논의도 안 했다

중앙일보 2020.07.16 00:02 종합 4면 지면보기
지난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한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오른쪽). [연합뉴스]

지난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한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오른쪽). [연합뉴스]

여성가족부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건 관련 입장’을 내고 피해자 보호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뒤늦게 밝혔지만 여전히 실질적 대책은 내놓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성폭력 피해자 보호 주무부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여가부 “피해자 지원기관과 연락”
여성단체선 “역할해 달라” 호소
안희정 사건 때 적극 보호와 대조
일부선 “청와대·여당 눈치보나”

여가부는 지난 14일 낸 입장문에서 “여성가족부는 성폭력피해자보호법에 따라 피해자 회복과 보호에 필요한 지원과 조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가부 관계자는 15일에는 “피해자 보호 지원기관에 연락을 취하고 있다”며 “다만 지원기관이 피해자 관련 언급을 하기 꺼려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사건 발생 직후 침묵으로 일관하던 여가부가 뒤늦게 생색만 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가부의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성폭력피해자보호법)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가 발생하면 지원기관이 피해자 보호에 나서게 된다. 성폭력 관련 보호·지원 기관은 1366(여성긴급전화), 해바라기센터, 한국성폭력상담소, 쉼터, 한국여성의전화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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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 피해자인 박 전 시장의 전직 비서 A씨에 대해선 성폭력상담소와 여성의전화 등이 나서 보호 중이다. 하지만 이들 지원기관에 따르면 여가부는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후 피해자 보호 등과 관련해 지원기관과 제대로 논의한 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여성계에서는 여가부의 뒷북 행정 성토와 함께 실효성 있는 대책을 신속하게 마련하라는 촉구가 이어지고 있다.
 
한 여성계 인사는 “다른 지자체도 아니고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서 발생한 성추행 사건이고, 상대가 막강한 권한을 가진 서울시장이었다”며 “서울시의 피해자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처분을 기대할 수 없는 만큼 여가부가 서둘러 개입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통상 공공기관이 연루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사건의 경우 여가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나서 2차 피해를 예방하고 해당 기관을 감사해 왔다.
 
실제 여가부는 2018년 3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폭행 의혹이 불거졌을 땐 다음 날 충남도에 대해 특별점검에 나섰다. 그해 3월 5일 정무비서 김지은씨가 미투 폭로를 했고, 여가부는 6일 “용기 내 폭로한 피해자가 2차 피해에 노출되지 않도록 철저히 보호하고 상담과 무료 법률 지원, 의료비와 심리치료 등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사건 수사 등이 피해자의 관점에서 공정히 이뤄질 수 있도록 모니터링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그때와는 달리 박 전 시장 성추행 사건에서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지난 9일 박 전 시장의 극단적 선택을 전후해 성추행 사건이 알려지고 닷새 만인 14일 관련 입장을 냈지만, 실질적인 피해자 보호 대책은 지원기관과 경찰 등에서 이뤄지는 형국이다.
 
여가부가 이처럼 불과 2년 사이에 상반된 태도를 보이는 것을 두고 정부 안팎에선 지난해 9월 취임한 이정옥 장관이 청와대와 여당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2018년에는 여당이 안 전 지사 사건에 빨리 나섰고, 여가부도 큰 부담은 없었을 것”이라며 “이번에는 청와대와 여당에서 뒤늦게 입장을 낸 게 영향을 주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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