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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다음주 현대차 남양연구소 답방…삼성-현대 협력 본격화?

중앙일보 2020.07.15 19:14
이재용(왼쪽) 삼성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다음주 경기 화성시 현대차그룹 남양기술연구소에서 다시 만난다. 지난 5월 정 수석부회장이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방문한데 따른 답방 혇식이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두 기업이 본격적인 협력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재용(왼쪽) 삼성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다음주 경기 화성시 현대차그룹 남양기술연구소에서 다시 만난다. 지난 5월 정 수석부회장이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방문한데 따른 답방 혇식이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두 기업이 본격적인 협력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다음 주 현대자동차 남양기술연구소를 방문한다. 표면적으론 지난 5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방문한 것에 대한 답방 형식이다. 미래 차 분야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두 대기업이 손을 잡을 수밖에 없다는데 두 총수가 의견을 같이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다음 주 초 경기 화성시 현대자동차 남양기술연구소를 방문해 미래 차 개발 현황에 대해 정 수석부회장과 환담할 예정이다. 남양기술연구소는 현대자동차그룹 연구·개발(R&D)의 심장이다.  
현대자동차 남양기술연구소 전경.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 남양기술연구소 전경.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1만여명의 연구원과 기술자가 근무하고 있으며 2018년 말 첫 외국인 연구개발본부장인 알버트 비어만 사장 취임 이후 전기차·자율주행차 관련 인력이 꾸준히 늘고 있다. 이 부회장으로선 현대차그룹이 야심 차게 추진 중인 미래 차 연구의 '본진(本陣)'을 방문하는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정 수석부회장이 삼성SDI 사업장을 찾은 것에 대한 ‘격식 없는’ 답방 형식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미래 차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두 회사의 협력이 공식화하는 것으로 보는 게 맞다”고 분석했다.  
 

배터리 경쟁력 없인 생존 불가

우선 두 총수의 관심사는 배터리다. 삼성전자와 삼성SDI가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All Solid State)’ 배터리의 기술적 난제를 깼다고 하지만 상용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최소한 2030년은 돼야 실제 양산품이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
 
전기차 분야에서 독주하고 있는 미국 테슬라는 오는 9월 ‘배터리 데이’에서 획기적인 배터리 기술 발표를 예고하고 있다. 기존 배터리의 5배에 달하는 100만 마일(160만㎞) 수명에 제조 단가도 ㎾h당 100달러 이하로 낮출 가능성이 크다.   
삼성종합기술원이 개발한 전고체 배터리 구조(가운데). 음극에 리튬금속을 적용한 기존 전고체 배터리(왼쪽)보다 작게 만들 수 있고 리튬 결정이 생성돼 수명과 안정성을 해치는 문제를 해결했다. 은과 탄소 복합층을 음극에 적용(오른쪽)해 가능한 성과다. 사진 삼성종합기술원

삼성종합기술원이 개발한 전고체 배터리 구조(가운데). 음극에 리튬금속을 적용한 기존 전고체 배터리(왼쪽)보다 작게 만들 수 있고 리튬 결정이 생성돼 수명과 안정성을 해치는 문제를 해결했다. 은과 탄소 복합층을 음극에 적용(오른쪽)해 가능한 성과다. 사진 삼성종합기술원

현재 전기차의 가장 큰 단점은 제조원가다. 각국의 보조금 정책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기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테슬라의 공언대로 배터리 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하면 다른 전기차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을 잃을 수도 있다.
 
지금까지 현대차는 삼성의 배터리를 사용한 적이 없다. 기존 하이브리드차·수소전기차·순수전기차에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를 사용했다. 내년 출시하는 첫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기반 전기차도 1·2차 물량을 두 회사가 나눠 가졌다.
 
하지만 정 수석부회장과 이 부회장의 잇따른 회동으로 삼성SDI 배터리를 현대차에 채용할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두 회사 모두 공식적으론 부인하지만, 삼성과 현대는 선대(先代)부터의 라이벌 관계 때문에 본격적인 사업 협력을 한 적이 없다. 현대차 오디오와 전장(전자장치) 일부에 삼성전자가 인수한 하만 제품이 들어가는 정도다.
 

전장 분야 파트너 필요한 삼성

텔레매틱스 콘트롤 유닛(TCU) 세계 시장 점유율.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텔레매틱스 콘트롤 유닛(TCU) 세계 시장 점유율.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삼성 입장에선 미래 먹거리인 자동차용 전장의 안정적인 파트너가 필요하다. 2017년 삼성전자가 인수한 세계 최대 전장업체 하만은 미래 차 핵심 분야인 텔레매틱스 컨트롤 유닛(TCU·Telematics Control Unit) 분야에선 퀄컴에, 자동차 통합 컨트롤 유닛인 신경망 칩(뉴럴넷) 분야에선 테슬라에 뒤처져 있다.
 
하만 인수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비(非)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성장하기 위해선 한국에서 절대적인 시장점유율을 가진 현대차그룹을 통해 테스트베드를 구축할 필요성이 있는 셈이다. 테슬라는 영상처리기술을 지원받던 모빌아이(현재 인텔이 인수)나, 영상분석기술을 의존하던 엔비디아와 결별하고 독자 설계한 신경망 칩을 생산하고 있다.
 
현대차 입장에서도 비싼 로열티를 주고 해외 업체의 전장 시스템을 쓰는 것보단 반도체·통신 기술에서 세계 최고인 삼성전자와 손잡고 차세대 시스템을 만드는 게 유리하다. 현재 완성차 업체들은 주요 기능별 처리장치인 컨트롤유닛(CU) 여러 개를 자동차에 달지만, 테슬라는 모든 기능을 통합한 시스템온칩(SoC)을 이미 구현하고 있다.
테슬라가 독자 설계한 자율주행 신경망 반도체 FSD칩셋. 현재 상용화된 자율주행 통합 SoC 가운데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다. 사진 테슬라

테슬라가 독자 설계한 자율주행 신경망 반도체 FSD칩셋. 현재 상용화된 자율주행 통합 SoC 가운데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다. 사진 테슬라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차세대 배터리 기술은 전기차뿐 아니라 도심항공모빌리티(UAM), 개인용 비행체(PAV) 등 현대차그룹의 미래 전략에서 핵심적인 부분”이라며 “자칫 해외 경쟁자들에게 밀리면 다시는 따라잡을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 역시 비메모리 반도체, 자동차용 전장에서 경쟁자들을 따돌리기 위해선 글로벌 완성차 회사인 현대차그룹과의 파트너십이 절실하다”며 “두 총수가 미래 생존에 대한 필요성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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