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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원들은 왜 들고 일어났나…"배에서 내리면 코로나 격리하라"에 반발

중앙일보 2020.07.15 17:57
지난달 23일 부산 감천항에 정박 중인 러시아 국적 냉동 화물선인 A호(3401t)에서 선장 등 21명 중 17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연합뉴스

지난달 23일 부산 감천항에 정박 중인 러시아 국적 냉동 화물선인 A호(3401t)에서 선장 등 21명 중 17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연합뉴스

정부의 국내 입항 선원 14일간 자가격리 조치에 선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2일 부산 감천항에 입항한 러시아 국적 선박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진자 17명이 발생하자 이 같은 방역 지침을 내렸다.   
 

“승선이 곧 격리인데 14일 의무 격리 가혹”

15일 국내 선원들은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기는 것처럼 엉뚱한 곳에 화풀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선원노련은 최근 낸 '승선이 격리다'라는 성명서에서 "코로나 19 사태 장기화로 예정된 승무 기간을 넘어, 해사 노동협약이 정한 12개월을 초과해 근무하는 선원들이 거친 파도와 싸우며, 가족과 사회와 떨어져야 하는 승선이 곧 격리인데, 여기에 추가로 격리한다는 것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선원노련은 또 "선원들의 일터이자 숙소인 선박은 그 자체가 격리공간"이라며 "세세한 항만방역관리대책을 마련하지 못할망정, 하선하는 전 선원을 상대로 14일간의 격리 의무화는 너무도 가혹하다"고 했다. 이어 "러시아 선박 선원은 감염된 채 부산항에 들어왔고 마스크조차 사용하지 않았으며, 비대면 전자검역으로 선원 전원이 건강상 특이사항 없다고 거짓 신고했다"며 "검역 당국의 방역망이 뚫린 것인데 애꿎은 국내 선원에게 엄격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격리 기간을 휴가 처리하라는 건 억울"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온 '선원들은 바이러스가 아니다. 무조건 14일 자가격리가 아닌 합리적인 조치를 바란다'는 청원에도 15일 오후 2시 기준 1만795명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우리 선원들은 전 세계가 코로나 19 감염을 두려워할 때, 손 소독제의 원료와 마스크의 원자재를 수입해왔다"며 "원유, LNG, 식품, 방역 및 생필품에 대한 원자재는 빨리 받고 싶고 그 물자를 운송해 온 책임은 선원이 지라고 하는 것이 과연 맞냐"고 적었다.  
 
이어 "감염 고위험군에서 근무한다는 이유로 상륙 제한, 교대 제한, 방선 제한 등으로 모든 것을 막았고 선원들은 철저히 고립됐다"면서 "우리 선원들은 떠다니는 감옥에 수감된 것처럼 외부와 단절됐지만 우리가 뚫리면 대한민국이 뚫린다는 생각으로 감내해왔다"고 했다.
 
선원들 사이에서는 특히 자가격리 기간을 유급휴가에서 소진해야 한다는 점이 논란을 빚고 있다. 청원인은 "코로나 대응 지침상 연차 휴가 강제 소진이 불가하다고 나와 있지만 선원은 해당 사항 없다"며 "선상에서 휴일 없이 일하고 그에 따른 보상으로 받는 휴가를 자가격리로 보내야 한다면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선박 내 감염의 지역 확산 우려도 

하지만 선박 내 감염이 지역사회로의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14일에도 감천항으로 입항한 투발루 국적 원양어선 K호(499톤)에 탑승했던 러시아 선원 44명 중 1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부산에서는 외국에서 입국하는 선원, 승무원 등 특별입국 대상자가 매주 1000명으로 타 도시에 비해 많아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다. 그동안 국내 입항 선박 선원은 ▶건강 상태 신고서 제출 ▶발열 검사 ▶'자가진단 앱'으로 2주간 건강 상태를 지자체에 보고만 하면 활동에 제약이 없었다.
 
한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선원 하선에 따른 감염병 유입 방지 방안으로 코로나 19 진단검사, 자가격리 실시 외에 항만검역소를 기존 3개소(부산항‧여수항‧제주항)에서 11개소(부산항‧인천항‧군산항‧목포항‧마산항‧김해항‧통영항‧울산항‧포항항‧동해항‧제주항)로 늘려 검사 기능을 확대했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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