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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운하도 가세한 검경 '고래싸움' 3년만에 흐지부지 끝났다

중앙일보 2020.07.15 05:00
2016년 4월 울산 중부경찰서가 밍크고래를 불법 포획하고 시중에 유통한 일당을 체포할 당시 압수한 고래고기. 당시 이들은 북구 호계동 한 가정집 냉동창고에 27t 분량의 고래고기 상자를 보관하고 있었다. [사진 울산경찰청]

2016년 4월 울산 중부경찰서가 밍크고래를 불법 포획하고 시중에 유통한 일당을 체포할 당시 압수한 고래고기. 당시 이들은 북구 호계동 한 가정집 냉동창고에 27t 분량의 고래고기 상자를 보관하고 있었다. [사진 울산경찰청]

울산 지역에서 진행된 검찰 대 경찰의 이른바 ‘고래 싸움’이 3년 만에 일단락됐다. 경찰이 고래보호단체가 고발한 A검사에 대해 무혐의로 최종 결론을 내려서다. 
 

[이슈추적]
2016년 4월 시작된 '고래고기 환부사건'
울산 경찰, A검사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
고래보호단체, A검사 고발사건 '일단락'

 울산지방경찰청은 “지난 10일 ‘고래고기 환부사건’과 관련해 직무유기,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된 A검사를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14일 밝혔다. 경찰은 고래 불법 유통업자를 변호했던 변호사 B씨도 무혐의로 수사를 종결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에 최선을 다했으나 범죄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2018년 1월 울산지검 앞에서 지역 시민단체가 고래고기 환부 사건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울산 고래고기 환부 사건은 지역 검찰과 경찰의 갈등의 대표적인 사례다. [연합뉴스]

2018년 1월 울산지검 앞에서 지역 시민단체가 고래고기 환부 사건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울산 고래고기 환부 사건은 지역 검찰과 경찰의 갈등의 대표적인 사례다. [연합뉴스]

 

2016년 4월 ‘고래고기 환부사건’ 

 
 2016년 4월 울산 중부경찰서는 북구의 한 냉동창고를 덮쳤다. 당시 창고에서는 불법 포획한 밍크고래를 해체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경찰은 유통업자 등 6명을 검거하고, 냉동창고에 보관 중이던 밍크고래 27t(시가 40억원 상당)을 압수했다.
 
 하지만 한 달 뒤인 같은 해 5월 울산지검은 압수한 밍크고래 27t 중 21t을 업자에게 돌려주는 환부 조치를 내렸다. 당시 유통업자들을 변호한 B변호사가 합법적인 유통이 가능한 고래라는 고래유통증명서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밍크고래에 작살을 꽂아 잡는 건 불법이지만, 그물에 걸린 혼획이나 죽어서 해상에 떠다니는 표류 등의 경우 잡아서 해경에 신고한 뒤 고래유통증명서를 발급받으면 판매할 수 있다.
 
 하지만 그해 12월 고래연구소가 “(검찰이 돌려준 고래가) 불법 유통된 밍크고래로 추정된다”는 결과를 발표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경찰은 B변호사가 제출한 증명서가 가짜인 사실이 드러나자 검찰의 위법성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이후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주장해온 황운하 울산지방경찰청장이 2017년 8월 취임하자 세간의 이목이 울산으로 쏠렸다. 여기에 한 달 뒤 고래보호단체가 고래고기 환부 결정을 내린 담당 A검사를 울산경찰청에 고발하면서 경찰 수사가 본격화됐다. 
 
 경찰은 A검사를 직무유기·직권남용 등 혐의로, 유통증명서를 낸 B변호사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수사했다. 당시 B변호사는 검사 출신으로 검사 시절 환경·해양 사건을 담당한 경험이 있었고, A검사의 직계 선배였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전관예우 문제도 불거졌다. 
 
 하지만 경찰 수사는 난항의 연속이었다. 경찰이 B변호사의 사무실·통신·금융계좌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은 이 중 일부만 청구했다. 여기에 A검사는 그해 12월 캐나다로 국외연수를 떠나 버렸다. 
 

2019년 1월, 검찰의 반격?

 
 경찰 수사가 지지부진하던 중 지난해 1월 울산지검은 울산경찰청 광역수사대 소속 경찰관 2명을 피의사실 공표 혐의로 입건했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고래고기 사건을 수사한 담당 경찰관들이었다.
 
 울산지검은 이들이 지난해 1월 면허증을 위조해 약사 행세를 한 30대 여성을 구속해 수사했다는 언론 보도자료를 냈는데, 수사기관이 수사과정에서 알게 된 피의사실을 재판 전에 함부로 공표했다고 보고 입건했다.  
 
 당시 ‘피의사실 공표 사건’은 또 다른 검경 갈등 사례로 떠올랐다. 해당 경찰관 2명은 최근까지 울산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고래고기 환부사건’이 종결되면서 ‘피의사실 공표 사건’도 조만간 마무리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울산지검 관계자는 “(피의사실 공표 건은) 현재 수사 중으로 진행 상황을 밝히긴 어렵다”고 했다. 
 
울산=백경서 기자 baek.kyunh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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