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최저임금 1.5% 인상 소식에 암울한 명동·연남동

14일 오후 12시 서울 명동의 해산물 식당은 점심시간에도 불구하고 손님을 찾아 볼 수 없었다. 배정원 기자
A 씨는 지난해 인건비 부담이 커지자 주방에서 일하던 직원 두 명을 내보내 지금은 사장을 포함해 4명이 가게에서 일한다. 기자가 찾은 시각 매장에선 작은 소동이 일었다. “1인 1 메뉴를 주문해달라”는 직원에게 손님이 “언제부터 그랬냐”며 화를 낸 것이다. 한때 유명 맛집으로 방송에도 출연했던 이 가게는 최근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1인 1 메뉴' 정책을 시작했다. A 씨는 “경영 악화로 직원을 더 고용할 여력은 없다”고 했다.
아르바이트를 고용하는 이 가게는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은 가게 문을 닫거나 직원 없이 ‘나 홀로’ 영업으로 버티고 있다. 명동 메인 거리에서 몇 걸음만 옮기면 나오는 골목은 1층 매장 대부분이 폐업 상태였다. 패밀리 레스토랑 프랜차이즈 아웃백이 있었던 자리는 새 주인을 찾지 못해 행인들이 버리고 간 음료수 잔과 담배꽁초로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다.
“가게도 맘대로 못 접는데 알바는 언감생심”

지난해 4월 오픈한 명동의 한 한식 프랜차이즈 가게는 점심 시간에도 테이블의 절반을 채우지 못했다. 1시간 동안 총 4개의 테이블에만 손님을 받았다. 배정원 기자
편의점 업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편의점주협의회(이하 협의회)에 따르면, 이번 최저임금 인상으로 편의점 평균 수익은 한달 98만9600원에서 89만6800원으로 9.38% 감소하게 됐다. 편의점 평균수익은 매출에서 인건비와 임대료 등 점포유지관리비용과 로열티를 뺀 금액이다. 협의회는 당초 최저임금 삭감을 요구해왔다. 협의회 측은 “이미 한계치를 넘어섰다.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은 벼랑 끝에 서 있는 자영업자를 낭떠러지로 떠미는 격”이라고 주장했다.
“주휴수당 포함시 최저임금 1만원 돌파”

각종 세일 행사에도 불구하고 텅빈 명동의 한 화장품 매장. 배정원 기자
협의회는 “주휴수당을 포함할 경우 (1.5% 인상분을 반영하지 않은) 올해 기준만으로도 최저임금은 1만원을 넘어선다”고 주장한다. 올해 최저임금인 8590원을 받고 주 40시간을 근무할 경우 주휴수당 적용으로 8시간 시급을 추가로 받기 때문에 일주일에 41만2320원을 받는데, 이를 실제 근무한 시간으로 따지면 시급 1만308원을 받는 셈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협의회는 ▶5인 미만 영세 사업장의 주휴수당 인정시간 확대 및 장기적으로 주휴수당 폐지 ▶최저임금의 업종별ㆍ규모별 차등화 ▶3개월 미만 초단기 근로자의 4대 보험 가입 유예 또는 정부지원 등을 요구했다. 홍성길 협의회 정책국장은 “최저임금이 아무리 소폭 오르더라도 ‘5인 미만 사업장’에도 똑같은 적용되는 건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주휴수당 역시 ‘주 40시간 이상’에만 적용해도 편의점에선 굳이 ‘쪼개기’ 고용을 하지 않고 일 잘하는 알바생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추인영·배정원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