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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진상규명의 시간" 박원순 장례 끝나자 칼 빼든 통합당

중앙일보 2020.07.14 17:42
고 박원순 서울시장. 신인섭 기자

고 박원순 서울시장. 신인섭 기자

“이제 추모의 시간이 가고, 진상규명의 시간이 왔다.” (미래통합당 관계자)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장례 절차가 마무리되자, 통합당은 14일 특검 등 진상규명 카드를 빼 들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검찰은 특임검사를 임명하거나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해 진상을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했다. 통합당은 행정안전위원회, 여성가족위원회 등 관련 상임위를 통해 관련자 청문회를 요구하고, 진상이 충분히 밝혀지지 않을 경우 국정조사나 특검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통합당이 적극 공세에 나서는 건 박 시장 사건이 정치적 파급력이 큰 데다 2차 가해 등 여진이 지속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당 관계자는 “크게 네 가지 사안에 집중해 진상 규명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①무슨 일 있었나

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 등으로 고소한 피해여성을 대리하는 김재련 변호사(앞줄 오른쪽 두 번째)가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녹번동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 등으로 고소한 피해여성을 대리하는 김재련 변호사(앞줄 오른쪽 두 번째)가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녹번동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13일 기자회견을 연 박 시장 고소인 측은 성추행이 이뤄진 기간, 방식 등에 대해 대략적인 피해 사실을 밝혔다. 비서였던 고소인의 무릎에 입술을 접촉하거나 ‘안아달라’며 신체를 접촉하고 텔레그램으로 음란한 문자와 사진을 전송했다는 내용이다. 고소인의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는 “범행 내용에 대해선 ‘개괄적’으로만 말하겠다”고 했다.
 
당에서는 성추행 의혹이 장기간 지속된 것으로 볼 때 차마 공개하지 못한 사실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여성의원은 통화에서 “피해 여성의 의사를 존중한다는 전제하에 어떤 범죄가 이뤄졌는지 정확하게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은 박 시장에게 피해를 본 다른 여성들이 있는지도 살피기로 했다. 민주당 성범죄 진상조사단장인 곽상도 의원은 이날 “지난 4월 비서실 내에서 성폭행 사건이 발생하는 등 비서실 내 여성들이 성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된 정황이 있다”며 “당 차원에서 추가 피해 사실을 살피겠다”고 말했다.
 

②누가 묵살했나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왼쪽 셋째)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왼쪽 셋째)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다른 의혹은 서울시가 피해자의 피해사실을 알면서도 묵살했느냐는 점이다. 야당은 성추행이 4년간 이어졌는데도 피해자 구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한다. 13일 회견에서 이미경 한국성폭력연구소 소장은 “피해자는 서울시 내부에 도움을 요청했다”며 “하지만 ‘시장은 그럴 사람이 아니다’라며 시장의 단순한 실수로 받아들이라고 하거나, 이를 비서의 업무로 보는 등 피해를 사소화하는 반응이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러다보니 피해자는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또 피해자가 부서 변경을 요청했으나 시장이 이를 승인하지 않는 한 불가능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전 비서 측과 여성계는 이런 주장을 하며 진상규명을 위한 서울시 차원의 조사관 구성도 요청했다. 서울시는 이런 의혹에 대해 공식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통합당 관계자는 “박 시장의 측근이나 시 관계자들이 피해 호소를 외면하는 수준을 넘어 ‘받아들이라’고 강요한 셈”이라며 “피해 여성이 어떤 동료에게 사실을 알렸는지, 이 사실이 서울시의 어느 선까지 보고가 됐는지 확실히 밝히겠다”고 밝혔다. 
 

③누가 알렸나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정과 유골함이 운구차에 놓여 있다. 연합뉴스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정과 유골함이 운구차에 놓여 있다. 연합뉴스

 
박 시장이 유서를 써두고 서울 종로구 가회동 공관을 나선 것은 9일 오전 10시 40분이다. 피해자가 경찰에서 진술 조사를 마친 시간과 박 시장이 공관을 나선 시간에는 7시간여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이를 두고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박 시장 전 비서 측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이 사건은 고소와 동시에 피고소인(박 시장)에게 수사 상황이 전달됐다”며 “서울시장의 지위에 있는 사람에겐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증거인멸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을 목도했다”고 주장했다. 
 
통합당은 경찰과 청와대에도 조준점을 맞추고 있다. 담당 경찰→서울청→경찰청→청와대를 거치며 고소 사실을 누군가 박 시장 측에 알렸다는 의혹에 대해서다. 현재 청와대와 경찰 모두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당은 통상 성범죄 초기 수사는 피해자 보호 차원에서 보안이 중시되는 만큼, 고소 사실이 유출됐다면 수사기밀 누설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특검 수사를 강조하며 “서울청은 수사기밀 누설 부분에 있어선 이미 수사 대상으로 전락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통합당 소속 법사위원들도 성명을 내고 “경찰이 청와대 등 상부 기관에 직보하고 보고받은 이들이 박 시장에게 연락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에 청와대 관계자는 고소 사건 접수 보고를 9일 저녁에 받았다고 설명했는데, 그날 저녁은 박 시장이 실종된 시간이다. 피소 사실 인지는 이미 실종 뒤였다는 설명이다.
 

④2차 가해 방지

통합당은 고소인에 대한 일부 여권 지지자들의 2차 가해 방지에도 나설 방침이다. 검사 출신 김웅, 판사 출신 전주혜, 전직 변호사인 김미애 의원 등에게 역할을 맡기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날 양금희 의원은 성범죄 피고소인이 숨져도 수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박원순 피해자보호법’을 발의했다. 전주혜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2차 가해 대응은 물론 피해자 보호를 위해 당이 도울 수 있는 일은 모두 돕겠다”고 전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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