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박원순도 이용했다”…성범죄 '단골방' 된 텔레그램

중앙일보 2020.07.14 17:17
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 등으로 고소한 피해여성을 대리하는 김재련 변호사가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녹번동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피해여성을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에 초대한 스마트폰 화면 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 등으로 고소한 피해여성을 대리하는 김재련 변호사가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녹번동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피해여성을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에 초대한 스마트폰 화면 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계기로 14일 ‘텔레그램 비밀대화방’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n번방 사건을 비롯해 이번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에서도 텔레그램의 비밀대화 기능이 사용된 것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박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측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박 시장이 늦은 밤 비서 A씨를 텔레그램 비밀대화방으로 초대했다는 증거 사진을 공개했다. 고소인 측은 "박 시장이 비밀대화방에서 지속적으로 음란한 문자와 사진을 보내는 등 성적으로 괴롭혔다"고 밝혔다. 
 

사생활 보호할 수 있는 보안성 유명  

박 시장이 사용한 텔레그램은 메신저 프로그램 중에서 보안성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유명하다. 러시아 개발자가 당국의 검열에 반발해 2013년 독일에서 만든 이후 아직까지 해킹된 적이 한 번도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텔레그램에는 일반 대화와 비밀 대화 기능이 있다. 비밀 대화는 모든 대화 내용이 서버에 저장되지 않는 특징이 있으며 화면 캡처도 제한된다. 
 
또 일정 시간이 지나면 대화 내용이 자동으로 삭제되게 설정할 수도 있다. 박 시장은 이러한 비밀 대화를 통해 비서와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고소인 측이 13일 공개한 비밀대화방 사진에도 '서버에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습니다' '자동 삭제 타이머가 있습니다'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비밀 대화’ 성범죄 때마다 이용돼

[연합뉴스, 중앙포토]

[연합뉴스, 중앙포토]

 
텔레그램은 2018년 안 전 지사의 성폭력 사건 때도 등장했다. 당시 성폭력 피해를 폭로한 김지은씨는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을 통해 안 전 지사와 대화를 주고받았다"고 밝혔다. 안 전 지사는 김씨를 성폭행 후 텔레그램으로 ‘미안하다’, ‘괘념치 마라’, ‘다 잊어라’, ‘아름다운 스위스와 러시아 풍경만 기억해라’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

 
아동 성 착취물을 제작 및 유포한 n번방 사건의 주범 조주빈도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을 이용했다. 당시 조주빈은 고액 유료회원들을 대상으로 일대일 비밀 대화방을 열어 피해 여성들을 대상으로 성폭행을 모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를 성폭행한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도 심 선수와 텔레그램으로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비밀 대화 화면 조작 가능해” 주장도

한편 일부 박 시장의 지지자들은 기자회견에서 공개된 비밀대화방 초대문자가 박 시장의 성추행 혐의에 대한 증거물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고소인 측이 공개한 것과 똑같은 화면을 만드는 방법을 설명한 ‘텔레그램으로 시장님 되기’ 등의 글이 올라와 있다. 이 글에서는 ‘①초대받는 사람이 닉네임을 ‘시장님’으로 바꾼다 ②프로필 사진을 박원순 서울시장으로 바꾼다 ③비밀대화 하기를 누른다’의 3단계를 거치면 누구나 기자회견에 공개된 사진 같은 화면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