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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미국이 때려도 상반기는 버텼다…유럽의 선택에 하반기 운명 달려

중앙일보 2020.07.14 11:55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 [중앙포토]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 [중앙포토]

 
"미국 제재에도 우리는 최소한 10% 성장한다."
 
지난해 말 런정페이(任正非) 화웨이 회장이 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의기양양하게 내놓은 2020년 목표다. 일단 상반기 성적은 런 회장의 호언장담에 부합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미국의 제재에도 두 자릿수 성장을 달성했다. 그러나 영국과 프랑스 등 믿었던 유럽이 화웨이 배제로 돌아서고 있는 점은 하반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상반기 매출 77조원, 전년 대비 13% 증가 

화웨이는 2020년 상반기 매출이 4540억 위안(77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1% 증가했다고 14일 발표했다. 성장률이 둔화하긴 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화웨이는 4013억 위안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당시 성장률은 23.2%였다. 10%포인트 정도 성장률이 감소한 셈이다. 부문별로는 스마트폰 판매를 중심으로 한 컨슈머 비즈니스 사업부의 매출이 2558억 위안으로 가장 높은 성장률(15.9%)을 기록했다. 이어 통신사 대상의 장비 판매 등 캐리어 비즈니스 사업부의 매출이 1596억 위안으로 8.9% 증가했다. 엔터프라이즈 비즈니스 사업부는 363억 위안을 기록했다.  
 
화웨이

화웨이

 
상반기 실적은 미국의 제재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세계 1위 통신장비업체이자 2위 스마트폰 판매업체인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로 손발이 묶인 상태다. 미국이 안보 우려를 이유로 자국 기업의 부품과 소프트웨어를 화웨이에 수출하는 것을 금지했다. 유럽과 일본 등 우방에는 화웨이 통신장비를 도입하지 말 것을 지속해서 요청하고 있기도 하다. 최종배 한국화웨이 대외협력 이사는 “코로나19로 화웨이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이 성장이 둔화한 상황에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둔 것은 의미가 있다”면서 “미국 제재의 영향으로 타격이 클 것이라는 예상은 결과적으로 맞지 않았다"고 말했다. 
 

5G 장비 시장, 하반기 유럽 이탈이 변수  

상반기는 잘 버텼지만 문제는 하반기다. 올해 세계 각국은 5G 이동통신 네트워크 구축에 나서고 있다. 화웨이는 1위 자리를 굳히기 위한 영토확장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시장조사기관 델오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5G통신장비 시장에서 화웨이는 35.7%로 1위를 지키고 있다. 에릭슨(24.8%), 노키아(15.8%)가 뒤를 이었다. 삼성전자는 13.2%의 점유율로 4위를 차지했다.  
 
화웨이가 지난해 말 개소한 영국 런던의 ‘5G 이노베이션 & 익스피리언스 센터'. 연합뉴스

화웨이가 지난해 말 개소한 영국 런던의 ‘5G 이노베이션 & 익스피리언스 센터'. 연합뉴스

 
화웨이가 믿는 구석은 유럽이었다. 미국의 지속적인 압박에도 유럽연합(EU) 사무국은 ‘회원국이 알아서 판단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최근 영국과 프랑스가 화웨이 장비를 배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13일(현지시간) ”미국의 로버트 오브라이언 국가안보보좌관이 이번 주 파리를 방문해 유럽 각국 정상들에게 화웨이 배제를 촉구할 것”이라면서 “유럽이 화웨이를 두고 분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스웨덴 등 일부 국가는 화웨이 장비를 이미 도입했으며, 독일에서는 도입 여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화웨이, 정부 직접 상대 대신 통신사 파고들듯  

이런 상황에서 화웨이가 현실적으로 쓸 수 있는 카드는 유럽 통신사의 고충을 각국 정부에 상기시키는 것이다. 일종의 여론전이다. 이미 구축된 4G 이동통신 시장에서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고 있는 통신사들은 5G 도입을 위해 4G까지 함께 비용을 들여 통신장비를 교체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국 최대 이동통신사 BT의 필립 얀센 최고경영자(CEO)는 13일 B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영국 전역의 통신망에서 화웨이 장비를 제거하는 건 10년 안에는 불가능하다”면서 “2600만 사용자를 위한 서비스를 장담할 수 없으며 서비스 중단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BT의 전체 네트워크 장비 중 화웨이가 차지하는 비중을 3분의 2에 달한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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