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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만에 유전자 원리 깨우쳐" 해도해도 너무한 中초등생 논문

중앙일보 2020.07.14 11:05
중국의 한 초등학생이 5일 만에 유전자의 원리를 깨쳤다고 주장하며 전국 과학 경시대회 3등 상을 받은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학생의 부모는 모두 중국과학원의 유전자 연구원이었다.  
 

"부모 모두 유전자 연구원"
"초등생이 했다기엔 너무 완벽"

13일 중국 신경보(新京報)에 따르면 윈난성 쿤밍에 사는 천링스는 초등학교 6학년이던 지난해 'C10orf67 결직장암 세포 연구'로 중국 청소년 과학기술혁신대회에서 3등 상을 받았다. 결직장암은 세계적으로도 암 사망 원인 2위에 오를 만큼 치명률이 높은 질환이다.
  
중국에서 지난해 유전자와 관련한 과제로 전국 경시대회에서 입상한 초등학생의 부모가 해당 과제의 전문가였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천링스 학생(아래 작은 사진)이 자신의 과제와 관련해 온라인 상에 올린 실험기록 내역. [신경보]

중국에서 지난해 유전자와 관련한 과제로 전국 경시대회에서 입상한 초등학생의 부모가 해당 과제의 전문가였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천링스 학생(아래 작은 사진)이 자신의 과제와 관련해 온라인 상에 올린 실험기록 내역. [신경보]

 
대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연구는 지난해 3월 9일 쿤밍시 청소년 과학기술혁신대회에서 1등 상을 받고 같은 해 12월 제34회 전국청소년 과학기술대회에선 3등에 올랐다. 
 
그런데 이 초등학생이 과제를 혼자 했다고는 보기 힘든 정황들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홈페이지의 '온라인 전시실'에 올라와 있는 천의 연구 과정 실험기록본에서도 이런 정황이 포착됐다.
  
천이 제출한 실험 노트. [신경보]

천이 제출한 실험 노트. [신경보]

 
천은 실험 노트에 "2018년 1월 9일 인터넷에 접속해 C10orf67 유전자가 뭔지 알아봤다"며 "2018년 1월 13일 유전자의 개념을 알게 되었다"고 적었다. 신경보는 "인터넷 서핑을 통해 5일 만에 유전자의 개념을 습득한 뒤 어려운 과제를 수행해 전국 경시대회에서 상을 탔다는 점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험도 지나치게 완벽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생의학 연구소인 스크립스 연구소의 신경생물학 전문가는 신경보 기자에게 "천링스가 수행한 분자 실험은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부생들도 반년 넘게 훈련해도 제대로 하기 힘든 것"이라면서 "초등학생이 했다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정확하게 수행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도교사가 전문가인, 예를 들어 대학교수나 연구원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신경보 기자는 복수의 소식통을 통해 천의 아버지 천융빈과 어머니 양추이핑 모두 중국과학원 쿤밍 동물연구소 연구자로 천의 수상과제 분야와 부모의 연구 분야가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쿤밍 동물연구소 홈페이지에 따르면 천융빈은 종양 발생 메커니즘을 연구한 종양 연구팀 책임자다. 그는 종양을 치료하거나 줄기세포의 기능을 향상하는 신약을 선별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어머니인 양추이핑은 'C10orf67의 기능 및 메커니즘 연구'라는 프로젝트를 맡았는데 아들의 결직장암 과제와 매우 유사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온라인상에는 "진학 가산점을 노리고 부모의 연구성과를 활용한 것 아니냐"는 네티즌들의 의문 제기가 잇따랐다. 
 
신경보는 "부모에 여러 차례 연락했으나 답변이 없었다"면서 "현재 중국과학원 쿤밍 동물연구소는 조사팀을 구성해 이 사건을 심층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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