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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화 국제화 다시 시동거는 중국 ···미국 '역린' 건드리나

중앙일보 2020.07.13 17:45
미국 달러화와 중국 위안화 [중앙포토]

미국 달러화와 중국 위안화 [중앙포토]

“중국이 미국의 역린(逆鱗)을 건드릴 가능성이 커졌다.”(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
 
역린은 용의 목에 거꾸로 난 비늘이다. 잘못 건드리면 죽음에 이를 수 있다. 중국이 위험을 무릅쓰고 손을 뻗는 미국의 역린은 달러화 패권이다. 중국이 위안화 국제화에 다시 시동을 걸면서 통화 전쟁의 새로운 막이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중국이 위험한 승부수를 만지작거리는 건 홍콩 국가보안법을 둘러싼 미국과 갈등이 고조되면서다. 미국 정부가 홍콩계 은행에 대한 보유 달러 구매 제한을 통해 홍콩의 달러 페그제를 뒤흔드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이 알려지면서 미국 달러에 대한 파이프라인이 막힐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 속 중국 정부가 모색하는 우회로가 위안화 국제화인 셈이다. 자국 통화인 위안화를 무역 결제와 중앙은행 보유통화로 사용되게 하면 미국 달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딩솽(丁爽) 스탠다드차터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 입장에서 위안화 국제화가 희망사항에서 필요불가결한 것으로 바뀌게 됐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위안화 국제화는 중국 당국이 외부의 금융 압력에 직면했을 때 꺼내 든 카드다. 2007~2009년 세계금융위기 때 중국은 달러화 중심의 국제통화체계에 의문을 제기하며 초주권 화폐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후 중국은 주변국과의 무역결제 통화로 위안화를 활용하는 한편 국제금융허브인 홍콩을 통한 위안화 국제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2015년 11월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에 위안화가 포함되면서 첫 번째 문턱을 무사히 넘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그해 8월 중국 당국이 위안화 강세에 따른 수출의 부담을 줄이려 위안화 가치를 기습 인하하자 충격에 빠진 국제 금융시장은 등을 돌렸다. 신뢰를 잃은 중국에서 2015년 말까지 6개월 동안 1조 달러(약 1202조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다시 불거진 위안화 국제화의 배경에는 '불안'이 있다. 중국 기업과 금융 시장의 목을 조여오는 미국의 속내를 가늠할 수 없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얼마나 강력한 한 방을 준비하고 있는지는 분명치 않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중국의 불안감은 더 커진다. 유용딩(余永定) 전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은 “미국이 어느 날 금융 자산을 동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중국은 잠재적으로 미국의 금융제재라는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달러 빚이 늘어나는 것도 불안 요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금융기관 등이 보유한 달러 표시 채권과 부채는 지난 3일 기준 1조1000억 달러(약 1322조원)에 이른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돈줄을 풀면서 달러 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까지 더해지며 위안화 국제화에는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중국 기업과 금융 기관이 보유한 자산의 가치도 줄어들게 된다. 지난 4월 현재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는 1조718억 달러(약 1288조원)에 이른다.
 
안팎의 정치ㆍ경제적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준비해야 하는 중국 정부가 충격의 완충재로 위안화 국제화를 선택한 것이다. 그렇지만 위안화 국제화 바리케이드를 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2015년 위안화 기습 절하 사태가 보여주듯, 자본시장 통제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통화의 국제화는 요원할 수밖에 없어서다.  
 
홍콩을 중심으로 한 위안화 역외 시장에서 무역 결제와 금융 거래 등이 이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제한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 중국이 국제결제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지만 그 또한 한계는 분명하다. 유융딩 위원은 “위안화 국제화는 위안화의 태환성(다른 나라 통화와 자유롭게 교환할 수 있는 것)에 달려 있지만 중국은 아직 준비가 안 돼 있다”고 지적했다. 조지 매그너스 옥스퍼드대 중국센터 연구원은 “현재 상황에 중국이 국제통화를 갖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국제통화로 자리매김할 때까지의 과정은 아직 멀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각국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에 편입한 통화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아직은 미미하다. IMF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각국 중앙은행의 보유통화에서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2%에 불과하다. 미국 달러(62%)와 유로화(20.1%), 일본 엔화(5.8%), 영국 파운드화(4.4%)와 비교해도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금융 시장에서 위안화를 일본 엔화와 유로화와 동등한 수준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지만 판을 뒤엎기 위해 중국이 위안화 국제화를 위해 강력한 조치를 구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블룸버그는 “위안화 국제화를 위한 더 강력한 단계는 중국이 수입 대금을 위안화로 지급하거나 해외직접투자(FDI)를 위안화로 하고, 해외 차관도 위안화로 제공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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