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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미투때 "용기"라던 박원순···前비서 "그때도 성추행"

중앙일보 2020.07.13 17:29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 변호사가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텔레그램 비밀대화방 초대화면을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 변호사가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텔레그램 비밀대화방 초대화면을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 측이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박 시장 위력에 의한 성추행이 4년간 지속됐다"며 구체적인 범행 내용도 함께 공개했다. 특히 비서 A씨 측은 “박 시장의 성추행이 안희정 지사와 오거돈 시장의 ‘미투’가 발생한 상황에서도 멈추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재임 동안 미투 운동 지지 발언을 했고 서울시에 젠더 특별보좌관을 신설하는 등 친여성 행보를 보여 파장이 예상된다.  
  

셀카 찍자며 밀착…무릎에 입술 접촉도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이날 회견에서 "박 시장은 비서가 거부나 저항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업무시간을 포함해 퇴근 후에도 사생활을 언급하고 신체를 접촉해, 전형적인 권력과 위력에 의한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또 피해자 측 김재련 변호사는 "박 시장의 그동안 범행은 주로 시장 집무실과 집무실 내 침실에서 벌어졌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박 시장은 피해자에게 '즐겁게 일하기 위해서 둘이 셀카를 찍자'며 신체를 밀착해 추행했다"고 했다. 
 
또 피해자 무릎의 멍을 보고 '호 해주겠다'며 무릎에 직접 입술을 접촉했을 뿐만 아니라 집무실 내 침실로 피해자를 불러 '안아달라'며 신체 접촉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한다. 퇴근 후에는 텔레그램 '비밀대화'로 은밀하게 성추행이 이뤄졌다. 박 시장은 주로 자신의 속옷 차림 사진을 전송하며 성적으로 괴롭혔다는 게 피해자 측의 주장이다. 음란한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고 이는 피해자의 부서 이동 후에도 지속되는 등 가해 수위가 점점 심해졌다고 한다. 실제 피해 여성은 지난 8일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장을 접수하면서 '텔레그램 포렌식 결과물'과 심야 비밀대화 초대 증거를 함께 제출했다.
 

서울시에 수차례 호소해도 개선 안 돼

박 시장의 지속적인 추행에 피해자는 주위에 여러 차례 괴로움을 호소했다고 한다. 변호인 측은 "피해자는 평소 알고 지낸 기자에게 (박 시장이 보낸) 텔레그램 문자를 보여줬다"며 "(피해자가) 친한 친구와 함께 있을 때 왔던 문자를 친구가 아직까지 기억한다. 동료 공무원도 (피해자가 박 시장으로부터) 전송받은 사진을 본 적이 있다"고 했다.
 
또 피해자는 서울시 내부에 도움을 청하거나 부서 변경을 요구했으나 매번 성사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 소장에 따르면 "서울시 직원들은 '(박 시장이) 그럴 사람이 아니다'라며 단순 실수로 치부했다. 또 부서 변경의 경우 박 시장이 직접 승인을 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구조라며 거절당했다"고 했다.  
 

13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관에서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뉴스1

13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관에서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뉴스1

 

박 시장, "미투 운동은 용기 있는 행동" 지지   

하지만 박 시장은 줄곧 ‘미투 운동’을 지지하고 '페미니스트'를 자처했다. 박 지사는 2018년 3월 7일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여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여성의 날 기념 토크쇼 '이제는 끝, 변화를 위한 압력' 행사에 참석했다. 특히 이날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상대로 한 미투 사건이 보도된 지 이틀 후였다. 박 시장은 이 자리에서 “미투는 용기 있는 행동”이라며 “용기 있는 하나의 영웅들의 의지만 있어서는 안 되는 것 아닐까. 사회적 연대도 필요한 것 같다”고 했다. 또 그는 여성들이 성차별·성추행 피해 사실을 털어놓자 “남자로서, 시민으로서 또 무한 책임을 진 시장으로서 굉장히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같은 해 12월 박 시장은 서울 시민청에서 성희롱 없는 안심 일터 만들기 ‘서울 #With U’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 '#With U'는 미투 운동이 불거졌을 당시 성범죄 피해자와의 연대를 뜻하는 용어다. 이 프로젝트는 직장내 성희롱을 방지하기 위해 1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전문강사를 파견하고, 교육을 이수한 사업장에 '안심 일터 인증 스티커'를 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나는 페미니스트 맞다" 

박 시장은 지난해에는 2019 서울 국제돌봄 엑스포에 참여해 100만 부가 팔린 책 『82년생 김지영(작가 조남주)』을 언급했다. 그는 “82년생 김지영을 읽고 눈물을 흘렸고 절망감을 느꼈다”며 “저는 페미니스트가 맞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또 지난해 1월 여성정책을 보좌할 ‘젠더 특별보좌관’를 신설하며 여성정책을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 4월 23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직원을 강제추행했다는 미투 폭로가 나왔을 당시에는 구체적으로 언급한 내용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박 시장은 2014년 9월 서울시에서 성희롱·언어폭력을 저지른 공무원에게는 중징계 이상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당시 직원들에게 직접 관련 서한을 보내 “공무원의 일탈 행위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들의 신뢰와 연결된 문제이자 맡은 바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선량한 대다수 직원의 사기와도 관련된 문제”라고 했다.  
  
또 박 시장은 그해 10월 ‘2014 세계여성경제포럼(WWEF) ’ 기조 발제자로 나서서는 “고백할 게 있는데 사실 저 ‘여자’다”라고 말해 주목받았다. 그는 당시 “나는 누나만 넷, 여동생 하나”라며 “여성들 속에서 살다 보니 성격이 여성적으로 변해 치밀함과 꼼꼼함 갖추게 됐다”며 여성들과의 유대를 강조했다. 이 자리에선 “여성의 장점이 서울을 바꾸는 힘이 되리라 믿는다”고도 했다.
 
2018년 5월 서울 월드컵공원에서 열린 '제18회 여성마라톤대회' 개회식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8년 5월 서울 월드컵공원에서 열린 '제18회 여성마라톤대회' 개회식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소인 측, "서울시도 진상규명 동참해야"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고소인 측의 김재련 변호사와 여성단체 관계자들은 서울시도 진상을 밝히는 데 동참해야 한다고 했다.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피고소인이 부재한다고 사건의 실체가 없어지지 않는다. 경찰에서 조사한 사건의 실체를 토대로 입장을 밝혀달라”며 “서울시는 제대로 된 조사단을 구성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했다.  
 
권혜림·김지아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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