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동훈 검사장도 했다···'채널A 의혹' 수사심의위 신청만 5건

중앙일보 2020.07.13 16:32
한동훈 검사장이 1월10일 오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건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검사장이 1월10일 오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건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채널A 강요미수 의혹 사건의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를 두고 난전이 벌어지고 있다. 전직 기자의 신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현직 검사장이 “나는 공작의 피해자”라며 수사심의위를 열어 달라고 요청했다.
 
채널A 의혹 관련 신청된 수사심의위 소집 요청만도 5건에 달한다. 법조계에서는 이 사건 수사심의위가 사실상 재판의 ‘전초전’이자 ‘여론전’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직 기자 신청 부결되자…검사장이 즉각 요청

 
13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오전 10시 이모 전 채널A 기자가 요청한 수사심의위 소집 여부를 판단할 부의(附議)심의위원회를 열었다. 부의심의위는 이 전 기자와 수사를 맡은 형사1부(부장 정진웅) 양측의 의견을 검토한 뒤, 수사심의위에 부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부의심의위는 앞서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가 신청한 수사심의위가 소집되기로 결정된 점, 해당 절차에서 이 전 기자가 의견진술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는 점 등을 이유로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부의심의위가 이 전 기자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의혹에 연루된 현직 검사장이 수사심의위를 신청했다. 한동훈 검사장은 이날 변호인을 통해 입장문을 내고 “공작의 피해자인 저에 국한해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며 수사심의위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한 검사장은 이 전 기자 관련 부의심의위 결정이 나기 전에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 검사장은 “취재나 수사에 관여한 사실이 없고, 어떠한 형태로든 기자나 제보자와 검찰 관계자를 연결해 준 사실도 없다”며 “수사 상황이 실시간 유출되고, 수사의 결론을 미리 제시하는 수사팀 관계자와 법무부 관계자의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공정한 수사를 기대하기 어려운 현재 상황에 대해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가 2016년 9월12일 서울남부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가 2016년 9월12일 서울남부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채널A 의혹 수사심의위 신청만 5건

 
한 검사장 측은 이 전 대표의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만이 받아들여지고, 이 전 기자의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을 문제 삼은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열릴 수사심의위에서 이 전 대표의 신청이 ‘기준’이 되고, 이 전 기자 측 주장은 의견진술 기회만 갖게 되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날 열린 부의심의위 과정의 공정성 문제도 의심 섞인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 전 기자 측 변호인은 “기소 여부 이외에도 수사의 적정성 여부에 대한 판단을 구하고자 수사심의위를 신청한 것이고, 이 전 대표 측과는 범위가 다르다”며 “실질적인 피해가 전혀 발생하지 않은 이 전 대표의 권리만 중요하고, 공공연히 구속수사가 운운되고 있는 이 전 기자 인권의 무게가 서로 다른 것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미 채널A 의혹 관련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은 총 5건에 달하는 상황이다. 이 전 대표와 이 전 기자, 한 검사장 외에도 이 사건 고발인인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법치주의 바로세우기 행동연대(법세련)’도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했다. 다만 관련 규정에 따르면 사건관계인 중 직무상 고발 권한이 있는 공정거래위원회 등 ‘기관고발인’만이 소집 신청 자격을 가질 수 있다. 그 때문에 민언련·법세련 측 신청은 그 자체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6월26일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를 마친 위원들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건물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6월26일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를 마친 위원들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건물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난전 속 수사심의위 ‘주목’…“재판 전초전”

 
검찰 안팎에서는 이 전 대표 측 외 한 검사장의 신청이 부의심의위에서 받아들여진다고 하더라도 병합돼서 하나의 수사심의위가 열릴 것으로 예상한다. 한 사건에 대해서 수사심의위가 개별적으로 여러 번 열린다면 서로 다른 결론이 나와 엇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수사심의위 권고는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검찰 수사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건 관련 수사심의위도 그간의 검찰 수사 내용을 뒤집는 ‘수사중단·불기소’를 권고해 검찰의 ‘기소 강행’ 방침에 제동을 걸었다.
 
채널A 의혹의 경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지휘로 인해서 수사팀은 사실상 ‘특임검사’급 권한을 갖게 됐다. 수사팀은 윤석열 검찰총장과 대검찰청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수사를 진행한 뒤 결과만을 보고한다. 수사심의위의 결론이 어떻게 나느냐에 따라 수사팀으로서는 수사 동력을 얻게 될 수도 있지만 ‘걸림돌’에 넘어져 책임을 온전히 짊어질 수도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열리는 수사심의위가 사실상 향후 재판의 전초전 또는 여론전으로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추 장관 지휘로 인해 결과를 온전히 책임지게 된 수사팀으로서는 수사심의위가 사실상 재판과 같을 것”이라고 전했다. 고검장 출신의 변호사는 “수사심의위 소집이 남발되는 현재 상황에 비춰보면 사실상 수사기관이 아닌 제삼자를 통해 여론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나운채·정유진 기자 na.unchae@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