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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로 음역대 사람 목소리랑 비슷…호피폴라 ‘제3의 보컬’”

중앙일보 2020.07.13 11:00
첼리스트 홍진호는 ’어렸을 때부터 손이 커서 악기해야겠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며 ’실제로 첼로를 배워보니 큰 손이 도움이 될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첼리스트 홍진호는 ’어렸을 때부터 손이 커서 악기해야겠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며 ’실제로 첼로를 배워보니 큰 손이 도움이 될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유일하게 첼로만 등장하는 음악은 마크 썸머의 ‘줄리오’ 1곡뿐이에요. 첼로라고 하면 어려운 음악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은데 얼마든지 귀도 즐겁고 눈도 즐거울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거든요. 피아노ㆍ바이올린ㆍ반도네온 등 다양한 악기는 물론 보컬도 등장해요. 코로나19 시국에 맞게 ‘음악으로 정화된 밤’을 주제로 하되, 지루하지 않은 무대를 구성하는 데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첫 단독 콘서트 여는 첼리스트 홍진호
“클래식으로 2000석 규모 꿈만 같아…
슈퍼밴드 이어 영화음악 도전하고파”

다음 달 16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공연을 앞둔 첼리스트 홍진호(35)는 기대감을 숨기지 못했다. 서울대 기악과 졸업 후 독일 뷔어츠부르크 음대에서 석ㆍ박사를 마치고 오케스트라 협연부터 독주회까지 여러 무대에 올랐지만 단독 콘서트는 처음인 탓이다. 8월 15일 피아니스트 김광민의 바통을 이어받아 ‘썸머 브리즈’ 공연을 이어갈 그는 “첼로로 혼자 2000석 규모 공연장에 선다는 게 꿈만 같다”고 말했다.
 

“처음엔 악보 없어 당황…매번 조금씩 달라”

홍진호는 ’클래식이 부잣집 금수저만 하는 것이라는 편견이 사라졌으면 좋겠다“며 ’누구나 어렸을 때 노래를 흥얼거리는 것처럼 장난감처럼 악기를 갖고 놀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홍진호는 ’클래식이 부잣집 금수저만 하는 것이라는 편견이 사라졌으면 좋겠다“며 ’누구나 어렸을 때 노래를 흥얼거리는 것처럼 장난감처럼 악기를 갖고 놀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첼로의 매력을 널리 알리고 싶어” JTBC ‘슈퍼밴드’에 출연했던 그에게 지난 1년은 다양한 음악이 지닌 매력을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지난해 7월 우승 후 4인조 밴드 호피폴라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클래식은 작곡가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우선순위라면, 대중음악은 노랫말을 통한 감정 전달에 방점이 찍혀있는 것”을 가장 큰 차이점으로 꼽았다. “처음엔 악보가 없어서 당황스러웠어요. 합을 맞춰볼 때마다 조금씩 달라지더라고요. 연습시간도 오래 걸리고. 그래서 지금은 다들 악보부터 만들고 시작해요. 덕분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일은 사라졌죠.”
 
함께 한 시간이 쌓이면서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어졌다. 아일(보컬ㆍ건반), 하현상(보컬ㆍ기타), 김영소(기타) 등 호피폴라 멤버들은 어떻게 하면 첼로의 매력을 최대한 살릴 수 있을까 고민했고, 홍진호는 홀로 튀기보다는 그 속에 녹아들고자 노력했다. 지난 4월 발표한 첫 미니앨범 ‘스프링 투 스프링’이 그 결과물이다. 타이틀곡 ‘그거면 돼요’는 경연 때 선보인 밝고 경쾌함보다는 서정성이 두드러진다.
 
‘슈퍼밴드’ 결선 2라운드에서 호피폴라가 첼로로 퍼포먼스를 펼치는 모습. [사진 JTBC]

‘슈퍼밴드’ 결선 2라운드에서 호피폴라가 첼로로 퍼포먼스를 펼치는 모습. [사진 JTBC]

‘불후의 명곡’에서 호피폴라 멤버 4명이 모두 첼로 앞에 앉아 퍼포먼스를 펼치는 모습. [사진 KBS]

‘불후의 명곡’에서 호피폴라 멤버 4명이 모두 첼로 앞에 앉아 퍼포먼스를 펼치는 모습. [사진 KBS]

“초등학교 5학년 때 우연히 드보르작의 첼로 협주곡 3악장에서 첼로 소리를 처음 들었어요. 짐승이 울부짖는 것 같은 소리에 묘하게 끌렸어요. 멤버들은 첼로를 ‘제3의 보컬’로 생각하더라고요. 음역대가 사람 목소리랑 비슷하다고. 저는 아일과 (하)현상이 보컬이 섬세해서 현악기 같다고 느꼈는데 신기하죠. 그래서 ‘비움의 미학’을 추구하게 된 것 같아요. 소리를 조금씩 덜어낼수록 디테일이 살아나서 더 잘 들리더라고요.”
 

“르네상스처럼 모두가 멀티 플레이어 시대”

멤버들의 격려에 힘입어 작사와 작곡에도 도전했다. 김영소와 함께 연주곡 ‘동화’를 만들고, 수록곡 ‘소랑’은 넷이서 함께 가사와 멜로디를 붙였다. 지난해 ‘슈퍼밴드’ 출신 피아니스트 이나우와 함께 ‘엔니오 모리꼬네를 위하여’ 콘서트를 하기도 했던 그는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중 데보라 테마를 특히 좋아한다”며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언젠가 영화음악도 한번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르네상스 시대처럼 모두가 멀티 플레이어가 되는 시대가 온 것 같다”고 했다. “배우인데 그림도 잘 그리고 개그맨인데 노래도 잘하는 분들도 많잖아요. 그런데 클래식은 너무 하나만 고집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고민을 오랫동안 해왔는데 ‘슈퍼밴드’를 하면서 그 궁금증이 조금씩 해소되는 기분이었어요. 내가 과연 이 미션을 완수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 혹은 자괴감 같은 게 생기기도 했는데 멤버들 덕분에 해낼 수 있었죠. 이왕 하는 거 더 많이 부딪혀 보자 싶기도 했고요.”
 

“개별 활동, 팀에도 긍정적 영향 미칠 것”

지난해 ‘슈퍼밴드’에서 우승한 호피폴라. 왼쪽부터 하현상, 김영소, 홍진호, 아일.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지난해 ‘슈퍼밴드’에서 우승한 호피폴라. 왼쪽부터 하현상, 김영소, 홍진호, 아일.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팬텀싱어’ ‘슈퍼밴드’로 크로스오버 시장이 커진 것처럼 네오클래식의 매력을 알리고 싶다는 바람을 밝히기도 했다. “용어가 낯설어서 그렇지 피아니스트 이루마나 바이올리니스트 다니엘 호프처럼 클래식과 팝 음악을 매시업한 장르예요. 보다 많은 사람이 편하게 즐길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 가장 크죠. 이번 공연을 녹음해 라이브 음반으로 발표할 계획인데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것보다 거칠 수도 있지만 그 현장감을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호피폴라 팀 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멤버별 개인 활동도 활발히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3월 싱글 ‘너와 내가’를 발표한 아일을 시작으로 하현상은 지난달 미니앨범 ‘디 엣지’를 발매했다. 김영소 역시 기타 연주곡 중심의 솔로 앨범을 준비 중이다. 홍진호는 “개인의 레퍼토리를 끊임없이 늘려가다 보면 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며 “그동안 경연에서 이기기 위한 고민을 많이 했다면 이제 어떻게 하면 설득력 있는 음악을 오랫동안 들려드릴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함께 성장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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