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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응급실 아수라장 만든 코로나 환자의 고백

중앙일보 2020.07.13 10:00

[더,오래] 조용수의 코드클리어(50)

요즘 응급실에서 가장 화가 나는 순간은, 진료 도중에 환자가 (확진자와 접촉했다든지 하는) 코로나19 정보를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때다. 그들의 심정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다. 사실대로 말하면 진료를 거부하는 곳이 많고, 여기저기 병원에서 문전박대당하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본인 행동이 응급실에 어떤 후폭풍을 몰고 오는지 꼭 한번 들려주고 싶다.
 
음압실(격리실)이 부족하다는 뉴스를 많이 들어 봤을 것이다. 그런데 음압실이라고 코로나19가 더 잘 치료되는 건 아니다. 기실 치료에는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왜 음압실이 필요한가? 다른 환자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하지 않기 위해서다. 음압실의 공기는 외부로 빠지지 않고 방 안에 묶이기 때문에 바이러스를 방 밖으로 유출하지 않는다. 즉, 음압실은 자신의 치료를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전염시키지 않기 위해 존재한다.
 
응급실에는 여러 종류의 격리실이 있다. 바이러스를 마지막 한 톨까지 완벽히 차단하는 음압실도 있고, 어느 정도는 외부로 압력이 새는 형태의 음압실도 있다. 경우에 따라선 음압이 없는 단순한 1인실을 격리실로 쓰기도 하고, 그마저도 여의치 않을 때는 섹터 하나를 통째로 격리실화 하기도 한다. 당연히 구조마다 바이러스 차폐 능력은 천양지차로 다르다.
 
음압실이라고 코로나19가 더 잘 치료되는 건 아니다. 음압실이 필요한 건 다른 환자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하지 않기 위해서다. 사진은 본 글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중앙포토]

음압실이라고 코로나19가 더 잘 치료되는 건 아니다. 음압실이 필요한 건 다른 환자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하지 않기 위해서다. 사진은 본 글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중앙포토]

 
환자가 오면 의사는 문진을 통해 감염 위험성을 평가한다. 리스크가 큰 환자는 완벽한 음압실을, 작은 환자는 느슨한 격리실을 배정한다. 이때 확진자와 접촉 여부를 숨기거나 자가 격리 사실을 밝히지 않으면 의사는 오판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응급실은 다급한 환자들이 많아서 환자 정보를 차분히 후벼 팔 여유가 없다. 하나하나 세세하게 캐고 있는 사이 환자가 죽으면 안 되기 때문에.
 
응급실에서 한참이나 치료를 받은 환자가 있다고 하자. 검사 결과가 이상하게 나왔다며 의사가 추궁한다. 그랬더니 그제야 숨겨뒀던 접촉력을 밝힌다면? 아마도 의료진의 얼굴은 일그러지다 못해 구겨지게 될 것이다. 응급실 전체에 울리는 다급한 안내 메시지를 듣게 될 것이고. 모든 의료진이 하던 일을 멈추고 제자리에 굳는 걸 목도하게 될 것이다. 위중한 환자를 처치 중이던 의사는 매스를 내려놓아야 한다. 많은 환자가 시급한 치료를 받을 수 없게 됨을 뜻한다.
 
환자는 격리실로 옮겨질 것인데, 뒤늦게서야 보호장구로 칭칭 동여맨 의료진과 함께일 것이다. 이동 중에 조금만 유심히 살펴보면, 응급실 내부 여기저기가 폐쇄되고 환자들의 자리 배치가 바쁘게 변화하는 걸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자신과 한 번이라도 얘기를 나눴던 사람이라면 더는 응급실에서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모두 격리에 들어가고 없을 것이니까. 응급실에서 일할 의사가 사라진다는 얘기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나와 함께 응급실에 있었던 환자들은? 전부 격리실로 옮겨져야 한다.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는 호흡곤란 환자도, 사지가 부러진 외상환자도. 응급실에 있던 모든 환자가 격리해야 하는 상황은 틀림없는 재난 상황이다. 중환자실에 있는 격리실 숫자로는 이 모두를 감당할 방법이 없다. 그들 중 많은 수는 격리실을 찾아 새로운 병원으로 옮겨져야 할 것이다. 생명이 위급한 환자가 또다시 먼 길을 이동해야 한다는 얘기다. 또한 응급실은 소독을 위해 곧 폐쇄될 것인데, 그사이 응급 환자를 새로 받지 못하는 것은 덤이다.
 
접촉력을 숨기고 치료를 받으면 모든 의료진이 하던 일을 멈추고 제자리에 굳는 걸 목도하게 될 것이다. 위중한 환자를 처치 중이던 의사는 매스를 내려놓아야 한다. 사진은 본 글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중앙포토]

접촉력을 숨기고 치료를 받으면 모든 의료진이 하던 일을 멈추고 제자리에 굳는 걸 목도하게 될 것이다. 위중한 환자를 처치 중이던 의사는 매스를 내려놓아야 한다. 사진은 본 글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중앙포토]

 
어린아이 정도의 상상력만 있어도 끔찍한 지옥이 그려질 것이다. 아마도 그들 중 몇몇은 적절한 치료를 즉시 받지 못해 사망하게 될 것이다. 사실을 숨기고 응급실에 들어온 단 한 명의 환자 때문에. 비록 직접 의도하진 않았더라도, 수많은 환자를 사지로 내몰았으니 이것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명백한 살인 행위다.
 
아픈 거 안다. 살고 싶은 거 안다. 치료받고 싶은 거 안다. 감염병 환자는 병원에 들어오지 못하게 할까 봐 두려운 거 안다. 응급의학과 의사로서 약속한다. 당신이 정말 생명이 위급하다면 없는 자리를 만들어서라도 치료할 것이다. 고로 격리실이 없다는 정중한 거절은 당신이 다른 병원을 찾아도 될 만큼 상태가 안정되어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그러니 거짓말을 해가면서까지 무리해서 응급실로 들어오려고 하지 말자. 남들을 죽음으로 몰면서까지 내 목숨만 챙기면 금수와 다를 게 없잖은가?
 
전남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조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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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수 조용수 전남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조교수 필진

[조용수의 코드 클리어] 의사는 누구보다 많은 죽음을 지켜본다. 삶과 죽음이 소용돌이치는 응급실과 중환자실에서는 특히 그렇다. 10년 가까이, 셀 수 없이 많은 환자의 생과 사의 현장을 함께 했다. 각양각색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지켜보며, 이제는 죽음이 삶이 완성이란 말을 어렴풋이나마 알 것 같다. 환자를 통해 세상을 보고, 글을 통해 생의 의미를 함께 고민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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