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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300여 개 언어로 번역된 피노키오 재해석해 봐요

중앙일보 2020.07.13 08:00
학생기자단이 스마트폰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는 등 가장 좋아했던 민경아 작가의 작품 구역에서 하나리 큐레이터(맨 오른쪽)와 포즈를 취해 보였다. 김리나 학생모델은 '최후의 만찬'을 모델로 만든 이 작품이 눈에 익어 마음에 든다고 말한다.

학생기자단이 스마트폰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는 등 가장 좋아했던 민경아 작가의 작품 구역에서 하나리 큐레이터(맨 오른쪽)와 포즈를 취해 보였다. 김리나 학생모델은 '최후의 만찬'을 모델로 만든 이 작품이 눈에 익어 마음에 든다고 말한다.

"피노키오는 위험으로 가득한 여정을 가야만 한다. 온갖 역경을 겪으면서도 지치지 않고 행복한 결말을 찾아 나아간다. 우리 모두가 그렇듯이." 이탈리아 작가 우고 네스폴로가 피노키오 원작을 토대로 작품을 만들며 한 말이에요. 순진하고 착하지만 거짓말쟁이이기도 한 꼭두각시 소년의 이야기 '피노키오'는 이탈리아 작가 카를로 콜로디(본명 카를로 로렌치니, 1826~1890)가 지난 1881년 소년중앙 같은 어린이 주간 잡지 '아동신문'에 '꼭두각시 인형의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연재했던 작품이에요. 이후 인기에 힘입어 '피노키오의 모험'(1883) 제목의 소설로 나왔죠. 원작을 재해석한 결과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My Dear(마이 디어) 피노키오' 전시를 통해 만나 볼까요.
 
학생기자단이 과거 정치적 자유가 없던 시절을 토대로 피노키오를 재해석한 작가 마우리치오 콰렐로의 작품을 보며 하 큐레이터(가운데)의 설명을 들었다.

학생기자단이 과거 정치적 자유가 없던 시절을 토대로 피노키오를 재해석한 작가 마우리치오 콰렐로의 작품을 보며 하 큐레이터(가운데)의 설명을 들었다.

전시장 초입에 있는 '피노키오의 모험' 관련 오래된 도서 구역이다.

전시장 초입에 있는 '피노키오의 모험' 관련 오래된 도서 구역이다.

나무 인간 피노키오는 책 속에서 '머리가 나무라 생각을 안 해' 여러 곤경에 처합니다. 싸움꾼이 되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 것처럼 보이는 학교, 주변 동물과의 비밀스러운 협동, 자신을 만든 제페토 할아버지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일 등 여러분이 알고 있는 디즈니 '피노키오'(1940)와는 다르고 깊은 내용이 가득하죠. 만화 속 피노키오는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고 제페토 할아버지로 대변되는 어른의 말을 따르지 않으면 나쁜 일을 당하는데요. 요정의 말을 듣지 않거나 자신의 양심 귀뚜라미의 지시를 무시하면 안 좋은 일이 생기는 것도 그렇죠.
 
학생기자단이 마이디어 피노키오 전시 출구 옆 앤서니 브라운의 피노키오 재해석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해 보였다.

학생기자단이 마이디어 피노키오 전시 출구 옆 앤서니 브라운의 피노키오 재해석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해 보였다.

원작 피노키오의 모험 속 카를로가 그린 위기들은 디즈니 만화보다 더 현실성 있어요. 나무 인간이 아닌 살아있는 우리도 현실을 살아가면서 종종 겪는 일이죠. 깊이 생각한 후 행동하는 인간의 판단이 아닌, 주먹을 앞세우는 행동은 결말이 좋지 않다는 것, 쉬워 보이는 주변의 말과 타협하면 화를 입는다는 것,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은 자신에게도 나쁘게 돌아올 것이라는 교훈 등입니다. 원작에서 피노키오는 나쁜 일을 하다 나무에 목이 매달려 죽기까지 했어요. 인기로 되살아나 피노키오의 모험이 꾸려질 수 있었죠.
 
학생기자단이 피노키오의 모험 내용 일부를 다룬 구연동화를 듣고 있다.

학생기자단이 피노키오의 모험 내용 일부를 다룬 구연동화를 듣고 있다.

아드레아니는 2013년 피노키오 탄생 130주년을 기념해 피렌체에서 개최한 일러스트레이션 콘테스트에서 상을 받았다. 그는 "피노키오는 내게 분명 재탄생, 아버지와의 재회를 향한 재미있고 심오한 여정이었다"고 말한다. ⓒ 마누엘라 아드레아니(이탈리아)

아드레아니는 2013년 피노키오 탄생 130주년을 기념해 피렌체에서 개최한 일러스트레이션 콘테스트에서 상을 받았다. 그는 "피노키오는 내게 분명 재탄생, 아버지와의 재회를 향한 재미있고 심오한 여정이었다"고 말한다. ⓒ 마누엘라 아드레아니(이탈리아)

어린이를 위한 교훈을 주는 동화 정도로 알려져 있던 피노키오에 이런 깊은 얘기가 있다는 것 알고 있었나요. 현실감 있는 교훈 덕일까요. 전시를 기획한 유제승 큐레이터에 따르면, 피노키오의 모험은 성경 다음으로 가장 많은 언어로 번역됐어요. 지금까지 전 세계 300여 개 언어로 번역돼 8000만 부 넘게 팔렸죠. 디즈니 '피노키오' 역시 기존 작품을 '재해석'한 결과였죠. 생명이 깃든 신비로운 나무 어린이 피노키오를 여러 작가가 재해석한 모습은 어떨지 살펴봅시다. 139년 전의 카를로에게 다가가 볼까요. 규범에 충실하게 재해석한 작가도 있고 교훈에 반기를 든 작가도 있습니다.


포미나는 피노키오를 나무 인형으로 그리지 않고 결말서 사람이 되는 모습으로 표현하고 싶어 했다. ⓒ 빅토리야 포미나(러시아)

포미나는 피노키오를 나무 인형으로 그리지 않고 결말서 사람이 되는 모습으로 표현하고 싶어 했다. ⓒ 빅토리야 포미나(러시아)

ⓒ 마누엘라 아드레아니(이탈리아)

ⓒ 마누엘라 아드레아니(이탈리아)

디즈니 만화영화로 피노키오를 접했던 학생기자단이 하나리 큐레이터의 도움을 받아 전시 관람을 시작했습니다. '피노키오의 아버지' 콜로디 이야기부터 살폈죠. 본명은 로렌치니지만요. 어머니의 고향이자 자신이 지냈던 지역의 이름을 따와 필명을 콜로디라 지었습니다. 신학교를 졸업 후 저널리스트가 된 그는 이탈리아가 통일하자 언론사 일을 그만두고 교육에 눈을 돌렸죠. 쉰일곱 나이에 써낸 피노키오의 이야기는 크게 흥행했고요. 그가 피노키오의 모험을 쓴 19세기 후반의 유럽은 이미 산업화·도시화가 진행됐지만 빈부 격차가 심했어요. '벨 에포크(belle époque·좋은 시대라는 뜻의 프랑스어)'라 불리던 시대지만 서민들은 힘든 삶을 살았죠. 소설은 현실을 반영한 거울이라고 하죠. 피노키오에게 요구되던 올바른 행동들도 어떤 시각에선 변화된 시기에 어른들이 어린이에게 요구하던 행동인데요.
 
마토티는 지난 2014년 '피노키오 : 당나귀 섬의 비밀' 예술감독을 담당했다. ⓒ 로렌조 마토티(이탈리아)

마토티는 지난 2014년 '피노키오 : 당나귀 섬의 비밀' 예술감독을 담당했다. ⓒ 로렌조 마토티(이탈리아)

어른이라고 다 옳은 건 아니라는 점이 피노키오의 모험 속에 담긴 것은 21세기에도 상당수 귀담아들을 만한 교훈이죠. 작가의 이름별, 피노키오 영상물별로 나뉜 구획 중에서 학생기자단이 특히 좋아했던 곳은 이탈리아 작가 로렌조 마토티의 작업물이에요. 2012년 나온 이탈리아 장편 애니메이션 '피노키오'(감독 엔조 달로)인데요. "만화 프로그램에서 봤어요. 디즈니랑 달라 생소했는데 이제 배웠으니 집에 가서 다시 찾아볼래요."(리나) 예술감독 마토티는 "피노키오는 20년이 넘게 나와 함께 살아왔다"고 말하는데요. 그는 갤러리 요청에 따라 극장주인, 피노키오가 떡갈나무 가지에 매달린 장면을 그린 것을 시작으로 프랑스·이탈리아 출판사 등을 통해 피노키오 원작에 넣을 삽화 등을 내놨죠.
 
덴마크 동화 작가 한나 바르톨린의 작품은 큰 전시물로 만들어져 곁에서 사진을 찍을 수도 있습니다. 시선을 돌리면 이탈리아서 1947년 제작된 피노키오의 모험(감독 지안네토 구아르도네) 영화 중 '극장주인과 만나는 피노키오' 영상물이 있죠. 6분 30초간의 이 영상에서 피노키오는 재치를 발휘해 친구를 구합니다. 자신 때문에 곤경에 처한 친구를 구하려 극장주인에게 아부도 하죠. 방법이야 어찌 됐든 친구를 구해낸 피노키오는 금세 행복해져 친구들과 어울려 춤을 춥니다. 피노키오가 거짓말을 하긴 하지만 상황별로 달리 쓰인 그의 선의의 거짓말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영상을 지나 걸으면 피노키오에 담긴 분위기를 시대적 배경과 연결한 작가도 있죠. 이탈리아 작가 마우리치오 콰렐로는 이탈리아에서 과거 정치적 자유가 없던 시절을 떠올리며 피노키오를 재해석해 그렸죠. 그는 피노키오의 모험 속 규범 등이 자유가 없던 시절 엄격한 도덕 규범 등이 강조되던 사회를 떠올리게 한다고 주장해요. 여러분이 생각할 땐 어떤가요. 피노키오가 어른들의 말을 무조건적으로 들어야 하는 건 아니라는 의견서는 그의 말에 일리가 있죠.
 
학생기자단이 스마트폰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던 곳은 어디일까요. 한국 작가 민경아의 작품 구역이죠. 민 작가는 판화 기법으로 피노키오를 재해석했죠. "거짓의 상징으로 피노키오의 코를 간주하지만 피노키오의 코만큼 솔직한 코가 없다"는 민 작가는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 '라파엘로 천사' '뒤러' 등의 작품서 기존에 잘 알려진 그림 혹은 상징 등에 피노키오의 긴 코를 그려 넣었습니다. 그는 피노키오의 코를 보면 피노키오 자신의 코가 어째서 다른 사람에게 피노키오의 거짓말을 알리는 역할을 하는 것인지 생각해 본다고 말했죠. 코가 자라나는 것에서 인간의 유전적 약점이 드러나는 건 아닐지 다른 생각도 해본다고 덧붙입니다. "모든 인간이 피노키오의 코를 갖고 있다면 우리 모두 길게 자라난 코를 달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학생기자단 취재후기

 
김리나(서울 영훈초 6) 학생모델
피노키오가 디즈니 원작인 줄 알았죠. 전시회를 보면서 디즈니가 원작이 아니라는 것을 배웠어요. 디즈니가 원작 소설을 영화로 만든 거죠. 피노키오 전시를 보면서 저만의 피노키오를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가별로 섹션이 나뉘어 있었는데 작가마다 자신이 생각하는 피노키오의 개성을 살려서 상상력을 발휘하며 그리다 보니 피노키오의 모습들이 각각 다양하게 창의적으로 표현되어 있었어요. 우연히 만화 프로그램 채널서 봤던 색다른 피노키오가 이탈리아서 만든 작품이었고 그게 전시에 있다니 반가웠죠. 집에 가서 다른 플랫폼으로 찾아서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전시를 다 보고 나서 아쉬워 기자님과 다시 들어가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었던 민경아 작가의 작품 구역도 기억에 특히 남아요. 평소 보던 유명한 작품을 떠올리게 했거든요.
 
김태균(서울 위례별초 4) 학생기자
피노키오는 그냥 재미있는 동화인 줄 알았는데 원작이 잔인하고 무서워서 놀랐어요. 화가마다 피노키오를 다르게 그렸죠. 어떤 화가는 피노키오가 위기에 처했던 모습을 있는 그대로 해양 생물과 표현했고요. 어떤 화가는 피노키오를 착한 아이로 그렸죠. 제가 가장 마음에 들었고 기억에 남는 피노키오 그림은 구석에 있는 피노키오를 많은 사람들이 에워싸 나무인형인 피노키오가 차별받는 것 같은 그림이었죠. 있는 그대로 그린 삽화였어요. 피노키오가 구석에 숙이고 있는 모습이 안타까웠죠. 피노키오 주제로 작가별로 다양하게 그린 작품을 볼 수 있고 큐레이터의 설명을 들을 수 있어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My Dear 피노키오 


전시 기간: 오는 10월 4일까지 (매주 월요일 휴관)
전시 장소: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3층
관람 시간: 오전 10시~오후 7시 (입장·매표 마감 오후 6시)
관람 요금(1인 기준): 유아·어린이 1만원, 청소년 1만3000원, 일반 1만5000원
 
글=강민혜 기자 kang.minhye@joongang.co.kr
사진=박종범(오픈스튜디오), 동행취재=김리나(서울 영훈초 6) 학생모델·김태균(서울 위례별초 4)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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